•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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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박희주 컬럼 / 부끄러워라!
    소설가 박희주 9월 21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화한 뒤 행사장에서 나오며 한 발언이 당시 현장에서 공동취재 중이던 카메라에 담겼고, 그 내용은 먼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SNS 메시지로 퍼졌습니다. 이후 지존의 비속어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우리의 정치는 민생은 팽개친 채 열흘이 지났음에도 아직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수렁에서 버둥거리고만 있습니다. 이 수렁을 만든 대한민국의 지존은 순방 후 첫 도어스테핑에서 사과는커녕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건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행태는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을 탓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만 보인 것입니다. 이 비속어 논란이 발생하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린 필자가 든 생각은 우리 국민은 차치하고라도 각 나라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교민은 현지인을 어떻게 대할까, 하는 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호주에 사는 딸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부끄러워라!” 필자는 뭐가 부끄러운 건지 묻지 않았습니다. 정치와는 무관한, 아니 전혀 관심도 없는 딸의 다섯 글자가 모든 걸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90년대 양김이 맞붙어 김영삼이 지존이 됐을 때, 김대중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절망했습니다. 그러나 민주 진영의 ‘배신자☓☓’로 취급받던 김영삼이 전임 지존들을 감옥에 보내고 하나회를 척결한 데다 금융실명제까지 거침없이 실시하자 절망했던 사람들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온 박수를 보내는 데 서슴지 않았습니다. 태생부터 마음이 영 내키지 않던 현재의 지존도 그러길 바랐습니다. 오로지 대한민국을 위해서! 검찰 출신인 그는 출범하면서 국정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운영의 원칙으로는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럴싸했습니다. 그러나 취임 4개월이 다가오는 현재까지 우리 국민이 목격한 건 불공정과 몰상식의 난장이었으니 이를 어찌할까요. 얼마 전 필자는 문학상 심사를 위해 부천문화재단을 방문했습니다. 공무원도 아닌 부천시 출연 기관의 직원일 뿐인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진지했습니다. 그들은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과 상식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은 태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당연히 심사위원들도 공정과 상식의 자세로 임할 수밖에요. 출연 기관의 직원이 이 정도인데 공무원들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시 낭송대회 축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의회 홍보실과 시장 비서실 직원들도 필자의 기대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은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꼭대기에 있는 지존은 어떤가요? 취임사를 소환해볼까요. <다양한 위기가 복합적으로 인류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입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자유의 성찬입니다. 정말로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 비속어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지존의 행태는 지성주의에 따른 결과일까요? 민심마저 자신이 누구보다 먼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고 왜곡하지 않았는지요. 억압할, 군림할 자유도 자유일까요. 오만과 독선에 파묻힐 자유도 자유인가요? 이 자유, 넘쳐흘러 범람하는 자유의 물결. 아무리 외쳐도 돈도 들지 않는 추상의 자유. 그 속성을 제대로나 알고 뇌까리는 건지, 심히 의심스러울 지경이니. 하긴 고귀함도 넘치다 보면 싸구려로 전락한다는 철학조차 부재할 것이니. 말과 행동이 다른 지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지존, 불공정과 몰상식의 표본이 돼가는 지존을 우리는 언제까지 바라봐야 하나요. 뭔가 기대하고 그를 선택한 손가락은 죄가 없으니 자르지 말기 바랍니다. 홀린 귀신이 문제라면 문제 아닐까요.   [편집자 주: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정치/사회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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