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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풍경
    맑은 호수에 가을이 고이 잠들고 대추 붉은 볼에 가을은 익어간다.   가을의 무게는 낙엽 위에 내려 앉고 푸른 하늘 부러워 목울대 길게 늘인 코스모스 갈 바람에 따라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기억 저 편의 아름다운 시절 정열은 식어 추억으로 한 겹 쌓여 붉은 노을 빛에 가을은 가슴 앓아 텅 빈 긴 의자에 낙엽되어 떨어져 추억을 끄집어 내어 속살거린다.    가슴에 내려 앉는 낙엽 하나 바람에 묻어온 하늘 빛이 배어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0-13
  • 물위에 쓴 시
    내 천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 주다가내 천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이제는 내 천개의 손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줍니다내 천개의 눈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0-07
  • 영원 그 너머로
    가을에는 내게 보는 눈을 주신 이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엄숙한 實在와 만나는 떨리는 시간만큼 목숨은 다시 뜨거워지고 한여름 내 목말라 울던 쓰르라미의 허물을 밟으며 巡禮의 길을 나서는 아침, 창밖으로 돌아서는 그대의 뒷모습이 보인다   안타까운 그대 안부에 갈증처럼 종이학을 접고 접으며 한아름씩 안개같은 사랑 실어 보내던 긴긴 나의 戀書도 이제 하나의 쉼표를 찍어야 한다   영원 그 너머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면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알게 하신 무한대의 존재 앞에 안개꽃 같은 우리 友情의 기막힌 응어리도 죄다 풀린다   가을에는 내게 듣는 귀를 열어주신 이의 음성이 한결 가직이 들린다 격정의 메아리로 울리던 고막이 얇아지고 지상의 가장 가녀린 한숨소리 하나까지 나를 불러 세운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26
  • 한가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더 서럽고 애타던 시간들이 세월을 쭈ㅡ욱 돌려 다시 내 앞에 서 있다   서천장 봐서 생선사고 여린 솔잎 잘 씻어두고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삼베적삼 곱게 입고 소풍 훌훌 떠나시고   친정 그리워 애태우는 며느리 한탄 같은 하얀 쌀 반죽과 깨소금 속을 많이도 준비했던 어머니를 나도 그대로 닮아 있다   동굴동굴 빚은 송편 보며 이쁜 딸 낳겠다던 어머니의 따스한 음성이 이젠 몹시도 그리워   서늘한 바람 끝에 올려다 본 하늘에는 달빛에 어른거리는 어머님의 웃는 얼굴    - 시집 '내 그리움의 끝은 언제나 너였다' p76-77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19
  •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서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12
  • 구월의 이틀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07
  • 희망은 아름답다
    창은 별이 빛날 때만 창이다.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창은 길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만 아름답다.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아름답다.나그네여, 그래도 이 절망과 어둠 속에서창을 열고 별을 노래하는 슬픈 사람이 있다.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지 않는데나그네여, 그 날 밤 총소리에 쫓기기며 길을 잃고죽음의 산길 타던 나그네여바다가 있어야만 산은 아름답고별이 빛나야만 창은 아름답다희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창은 들의 꽃바람 부는 대로 피었다 사라지는 한 순례자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02
  • 내 꿈
    밭에 꽃인지 꽃밭에 풀인지 풀과 꽃이 반반이다 풀과 꽃은 서로를 감싸며 더위와 바람을 견딘다   이 세상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던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듯   나는 그 속에서 내 꽃 하나를 찾아내고 어릴 적부터 친근했던 꽃 한 송이 정성껏 가꾸느라 다른 꽃들을 살피지 못했다   어느 날 문득 풀밭 같은 꽃밭에서 나를 향해 빨갛게 피어난 너를 보며 잊어버린 내 꿈을 떠올렸다   아! 그랬구나 내가 갈망하고 꿈꾸었던 그 생각들이 외롭게 뿌리내리고 혼자 자라나서 이리도 오랫동안  나를 보고 있었구나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8-30
  •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멀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워하느니라 그림/최의열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8-25
  • 8월의 시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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