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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명시산책 기사

  •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을 완전무결한 자기 소유로 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요 아예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내 꺼는 없어, 라는 말을 대부분이 진리처럼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제가 어떤 대상이든지 영원한 내 꺼로 만드는 비결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 대상이 그대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그 대상은 영원한 내 꺼로 등재됩니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그대의 영혼 속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한 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삶보다 많은 것들에 함유되는 삶이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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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9-29
  • 홀로견디기 3
    이제 알았습니다 혼자라는 생각이 얼마나 힘든가를 인연의 정 차고 넘치는데 적막한 밤 함께여서 더 슬픈 혼자라는 고독 이제 알았습니다.당신이 혼자서 얼마나 몸부림치는 고독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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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9-20
  • 구월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죽은 누이를 만날 것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구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슨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람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구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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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17
  • 9월의 이틀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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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10
  • 나 자신의 노래 6
    한 아이가 두 손에 가득 풀을 가져오며 “풀은 무엇입니까” 라고 내게 묻는다.내가 어떻게 그 아이에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애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나는 그것이 필연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나의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추측한다.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거나,신이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나는 기념의 선물일 것이고,소유주의 이름이 구석 어딘가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또한 나는 추측한다,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 것이라고.혹은 그것은 모양이 한결같은 상형문자일 것이라고.그리고 그것은 넓은 지역에서도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검둥이 사이에서도, 흰둥이 사이에서도 자라며캐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의원, 니그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고, 그들에게서 그것을 받는다.또한 그것은 무덤에 난 깎지 않은 아름다운 머리털이라고 생각한다.너 부드러운 풀이여, 나는 너를 고이 다룬다.너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싹트는지도 모르겠고,만일 내가 그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아마 너는 노인들, 혹은 생후 곧 어머니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그리고, 자, 여기에 그 어머니의 무릎이 있다.이 풀은 늙은 어머니들의 흰머리에서 나온 것으로선 너무 검다,노인의 색바랜 수염보다도 검고,엷게 붉은 입천장 밑에서 나온 것으로서도 너무 검다.아, 나는 결국 그 숱한 발언들을 이해한다,그리고 그 발언이 아무 의미 없이 입천장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나는 젊어서 죽은 남녀에 관한 암시를 풀어낼 수 있었으면 싶다,또한 노인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그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들에 관한 암시도.너는 그 젊은이와 늙은이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그들은 어딘가에서 살아서 잘 지내고 있다,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은 진정 죽음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만일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생을 추진하는 것이고, 종점에서 기다렸다가 생을 잡는 것은 아니다.만물은 전진하고 밖으로 진전할 뿐 죽는 것은 하나도 없다,죽는 것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며, 훨씬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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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02
  • 유배된 시인
    괴롭고도 큰 나이구나 서른셋 슬픔으로 슬픔을 해탈할 나이 서른셋 서른세 번의 봄이 와도 몸은 시베리아일 수 있느냐   물항아리에 잠긴 세상과 내 얼굴을 꺼내 읽고 그것이 한다발 시의 심장으로 피게 나는 긴 밤으로 유배돼왔다   일생은 가슴에 횃불 하나 심어 순교하듯 일하고 사랑하는 이의 몸속에 가을 무덤을 파는 것 가라앉는 밤바다에 온몸으로 저무는 것이다   나는 고된 노동 끝에 떠오른 만월 같은 밥으로 언 몸을 밝히고 사람을 그리워하기 위해 사람으로부터 떠나며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 강철 밤바다에 창을 뚫는다   목숨을 끊고 싶도록 쓸쓸한 밤에 꿈속에서 뛰어나오는 야생의 아이들은 폐허에서 죽은 자들을 불러 노래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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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31
  • 나비와 철조망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은 별일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미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敵地).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슬픈 표시의 벽, 기(旗)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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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5
  • 나라는 이름표의 상자놀이-어느 모자라는 화가의 명상 2
      나쁜 마음과 맑은 마음이 교차하여  밤이 깊도록 밤이 새도록 일어날 때 접전을 벌립니다 승부를 기대하긴 애초부터 어렵게 생겼습니다   서로가 잘났다고 제가 옳다고 우기면서 벌이는 육탄전 육박전 밤이 새도록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밀려내는 와중에 서로가 서로에게 시달리고 짓뭉개지고 흠씬 매 맞은 채로 그냥 다 지치고 질려버렸습니다 승부를 논한다는 건 이미 사치스런 생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모두가 다 그대로  그냥 널브러지고 뻗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승부고 뭣이고 다 부질없는 듯싶습니다만 결국은 승부가 없을 순 없었을 겁니다 이제는 비칠거리면서라도 어떻게든 스스로 먼저 일어나기만 하면 그냥 이기는 겁니다 하긴 말이 그렇지 저 지경에서 누구든 먼저 일어설 수 있는 장사가 있었겠습니까? 결국 승부는 나질 않았습니다 싸아한 새벽 공기가 냉철한 모습으로 창문을 시시각각 다시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지난밤 시합은 무효입니다, 이 상태 이 조건 그대로 승부를 내일 밤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이 문젠 타협을 본 걸로 칩시다, 그런데 오늘은 과연 오늘의 태양이 떠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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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7
  • 연꽃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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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09
  • 수련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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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31
  • 바다7
    바다는 푸르오,모래는 희오, 희오, 수평선 우에 살포-시 내려앉는 정오 하늘, 한 한가운데 돌아가는 태양, 내 영혼도 이제 고요히 고요히 눈물겨운 백금 팽이를 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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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17
  •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울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하여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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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12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 옆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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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6-14
  •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여유 있는 하직은얼마나 아름다우랴.한 포기 난을 기르듯애석하게 버린 것에서조용히 살아가고,가지를 뻗고,그리고 섭섭한 뜻이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아아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머금고 싶다.   박목월 시인과 부인 유익순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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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6-04
  • 시(詩)가 나무에게
     나무야, 너 왜 거기 서 있니?  걸어 나와라  피 흘려라  푸른 심장을 꺼내 보여다오  해마다 도로 젊어지는 비밀을  나처럼 언어로 노래해 봐  네 노래는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너무 아름답고 무성해  나의 시 속에 숨어 있는 슬픔보다  더 찬란해  땅속 깊은 곳에서 홀로  수액을 끌어올리며 부르던 그 노래를  오늘은 걸어 나와  나에게 좀 들려다오  나무야, 너 왜 거기 서 있니?   사진/박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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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5-21
  • 신앙(信仰)이 動하지 않는 건지 動하지 않는 게신앙(信仰)인지 모르겠다나비야 우리 방으로 가자어제의 詩를 다시 쓰러 가자   그림/ 최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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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29
  • 행 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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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21
  • 향수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되는실개천이 휘돌아나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흙에서 자란 내마음파란 하늘빛이 그리워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러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 철 발 벗은 아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돌아 앉아 도란도란 기리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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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4-18
  • 고강동의 태양
    푸르고 붉은 지붕들 태양연립 은하슈퍼 바람 돌아가는 모퉁이 금성여관 턱밑에는 노인이 꽝꽝 못 박아 걸어둔 전구가 있다560번지 사람들은 그 아래서 부고장이나 밀린 고지서 등을 읽는다 바람 속에 한숨 넣어주며 비행기들이 낮게 나는 하늘 한 쪽 새들과 같은 방을 쓰는 노인을 보고 개가 짖는다 저 울음을 따라 흘러가고 오던 빛들 그을린 얼굴의 해가 천정으로 숨어들면 잠시 벗어놓은 어깨의 푸른 멍울이 별 대신 뜨는 이 곳, 02호 지하방에 서식하는 내가 어둠을 퍼올릴 때도 전구는 얼어붙은 길을 풀어내고 있었다 떠나 있던 새들이 빈 방으로 모여든다 일성전기 전깃줄에 감긴 사십 년 시간을 지나 복지회관 쪽방에 남은 박노인 눈 속의 일렁거리는 불빛, 그 등 앞세우고 노인은70년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갔다 새들이 찍어놓은 발자국들이 뒤를 따랐다 손에 든 부고장에는 지상에 없는 주소가 적혀 있다 누군가 그리우면 사람들은 달은 두고, 금성여관 턱 밑에 달랑거리는 전구를 바라본다  
    • 예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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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16
  •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 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호, 1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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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11
  • 라피도포라
       연약하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마지막 힘을 다해 장막 속에서 기어오르기로 했다. 이마저 못한다면 종족을 끊은 죄가 된다. 큰 나무를 타고 오르니 어지럽고 무섭다. 겪어보지 못한 바람이 사정없이 뺨을 후려댄다.   어떡해서든 살아야 한다. 나무 우듬지로 머리를 드밀고 받아든 한 줌의 햇살 너무 높아 아래로 내려보낼 수가 없다. 식구의 아우성이 온몸을 흔든다.   애초에 블랙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아둔한 머리로 할 수 있는 길은 제 손에 구멍을 내는 치명상이다. 볼품없이 벌레에 갉혀 없어지느니 빛을 빨아먹는 구멍충을 길러 길게 빠르게 빛을 가두어 두련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어 아래쪽 잎에도 햇빛을 닿게 하여 살아가는 덩굴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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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4-01
  • 나의 해하가(垓下歌)
       세상이 나를 퇴락시켰다. 다 똑같았다. 어찌 이런 세상을 살아가랴. 하늘은 나를 보내 ‘나’답게 살라 하였거늘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혹 하늘이 이런 나를 용서할지라도 무슨 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으랴. 설령 하늘이 이런 내게 무심할지언정 정작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으니…… 나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노라 나는 벌써부터 없었다      이제 아무것도 아닌 빈껍데기 벼랑 아래 바다로 버리노니    미안하지만    갈가마귀여 그것을 쪼아라    대양어들이여 그것을 뜯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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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9
  • 황조가(黃鳥歌)
    翩翩黃鳥  편편황조                       雌雄相依 자웅상의 念我之獨 념아지독 誰其與歸 수기여귀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가 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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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7
  • 하우고개
      연못가 도날드덕 와우고개에 누워 있다   누룽지 오리 백숙의 포로로 잡혀 풀려나보니 뿌연 먼지가 묻어 있다   먼지인줄 알고 한참을 털었더니 햇빛이 묻어 있다   영영 와우고개는 소가 되었다 어떻게 와우고개는 하우고개가 되었을까   하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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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1
  • 그날 그 바람
    그날 그바람  유난히 바람결이 부드럽다   더 꼬옥 잡아 맴도는 것은 옛 바람인가   어머님 보내드리던 늦겨울 매몰차던 목난개 잔등 샛바람   복성나무골 할아버지 선산아래  묻힌소박 맞아 돌아와 감히 묻히운  얼굴도 모르는 누님의 서러운 바람   그 바람이 아니다. 그래도 왜 옛 바람처럼 이렇게 포근하고 감미롭기 까지 할까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한 바람 분명 옛바람이다. 분명 옛바람인데 반갑기는 더  서러운바람 가슴만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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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3-14
  • 눈 내리는 날 저녁 숲가에 서서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것을 그는 모르리라.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농가 하나 없는 곳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것을 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는 듯방울소리 외에는 스쳐가는 바람소리와솜처럼 내리는 눈의 사각거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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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04
  •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폭설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2-18
  • 광화문(光化門)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광화문은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왼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을광화문 - 저같이 의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도 드물다.상하 양층(上下兩層)의 지붕 위에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위층엣 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아랫층엣 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옥(玉)같이 고우신 이그 다락에 하늘 모아사시라 함이렷다.고개 숙여 성(城) 옆을 더듬어 가면시정(市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태고(太古) 같고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낮달도 파르르 떨며 흐른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2-14
  • 겨울 사랑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2-07
  • 깊은구지의 느티나무
      까치발을 하고 누군가 들어설 것 같은 기다림의 골목 깊은구지에는 집집마다 밖으로 낸 창이 하나씩 있다 그 창으로 7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를 본다   느티나무가 그리워하는 건   골목을 채우던 아이들 웃음소리인가 집집마다 피어오르던 굴뚝의 연기인가 역사의 모서리에 기대어 앉은 할아버지의 마른 기침소리인가   700년 동안 몸 안에 담아 놓은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듯이 바람의 쇄골은 여러 개로 분절되어 골목마다 숨어 있고 수많은 천둥과 벼락을 삼켰던 기억과 빛을 가둔 어둠이 더께가 되어 딱딱하게 등을 내밀고 있다 해도 텅 비어 있는 너의 그림자를 증언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죽은 자의 말을 듣고 산자에게 침묵하는 너를 본다 그냥 침묵을 본다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604-1 앞 도로에 벼락을 맞아죽은 7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1-23
  • 꽃을 보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어느 시인의 시집을 뒤적이다가 세상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 남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지고, 그냥 곁에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송이 꽃과 같은 말, 한 마디 말과 같은 꽃.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1-09
  • 물빛전설
       빗물에 쓸려 홍수가 나도록    흐른 마음을 그저 웃지요  아득한 길을 발이 부르트게  쫓아간 흔적도 그저 웃지요  시간의 유수위에  유령선이 돛을 달면   캐러비안 불랙펄호⁕의 해적들처럼  달빛 바다에서  해골을 드러내는 선원들  피가 묻은 스페인 금화 한 닢을 들고  나의 가슴에 눈물을 떨굽니다  인연을 위해 꽃 한 다발  제단에 올리며  물빛 전설을 펼쳐 읽어요.   삽화 / 이두호 화백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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