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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나의 눈보다 값진이,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식물,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나의 나라에서도 멀다.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 - 항상 머언 이,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여지며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길 우-나- 바다 이편에 남긴그의 반 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9-12
  • 풀잎
    초록은 초록만으로 이 세상을 적시고 싶어한다작은 것들은 아름다워서비어 있는 세상 한 켠에 등불로 걸린다아침보다 더 겸허 해지려고 낯을 씻는 풀잎순결에는 아직도 눈물의 체온이 배여 있다배추 값이 폭등해도 풀들은 제 키를 줄이지 않는다그것이 풀들의 희망이고 생애이다들 가운데 사과가 익고 있을 때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만의 영혼을 이끌고어느 불 켜진 집에 도착했을까하늘에서 별똥별 떨어질 때땅에서는 풀잎 하나와 초록 숨 쉬는갓난아기 하나 태어난다밤새 아픈 꿈꾸고도 새가 되어 날아오르지 못하는내 이웃들그러나 누가 저 풀잎 앞에서 짐짓슬픈 내일을 말할 수 있는가사람들이 따뜻한 방을 그리워할 때풀들은 따뜻한 흙을 그리워한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8-23
  • 마음속의 사람을 보내며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사랑인 줄 알았습니다.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냅니다.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잘 가라 사랑아, 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불혹,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 놓고서야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이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나봅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7-18
  • 외로운 세상
    힘들고 눈물겨운 세상 나는 오늘도 방황 하나로 저물녘에 닿았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만날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졌다 사람들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결국 내가 더 사랑한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낀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6-20
  • 6월의 시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부는 바람일까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싱그런 물줄기 되어마음에 빗발쳐 온다.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잔 물결 큰 물결의출렁이는 바닷간 가도 싶고은 물결 금 물결의강물인가도 싶고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6-12
  •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 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함박웃음 소리에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해맑은 미소에 꽃잎들 눈인사 합니다. 당신과 함께 온 이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5-07
  • 진달래술
    생각납니다 폐병 앓던 젊은날에는 양지바른 산비탈각혈한 자리마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지요   지금은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부질없는 욕망은 다 버렸지만아직도 각혈같은 사랑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술 한잔 주시겠습니까.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4-16
  • 제비꽃·1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쓸쓸한 날제비꽃이 피었습니다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피었습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4-11
  • 바람
    숲이 우거져 바람이 더 좋단다.   파도가 되어 해변 갯바위에 하얗게 부서져 가도 좋단다. 바람은…   어쩌다 바람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스치며 안기며 한사코 나를 잡아 함께 하여도   잡아도 만질 수 없고 안아도 비껴가는 너, 바람   영원한 그리움으로 매어 둔 실체 없는 혼자사랑 그리움으로 남는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3-15
  • 찰나 같은 인생의 덤
    앞산 푸르름 창 안 가득 걸어 두고 싱그런 미소가 더 고운 그대 사랑도 내 가슴 가득 들여놓고   잔잔한 음악 흐르는 공간 그대 휘파람 소리는 가슴속 그리움까지 하나둘 꺼내서 더 찡한 선율이 되고   흔들리는 작은 의자에 흔들리며 살아 온 삶 이제 당신 가슴에 조용히 닻을 내리고 그대 뒷모습에도 가슴이 설레고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다 해도 힘든 맘 내어준 그댄 언제나 내 사랑이기를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3-05
  • 겨울 바람
    당신과 헤어져 걷는 길에 겨울 찬바람 붑니다 내 등뒤에당신이 꼭 계실 것만 같아뒤 돌아다보면야속한 바람만 불어댔지요 뜨거운 눈물 삼키며휘청이는 내 발등 위로억새꽃잎 같은 눈발이 서성거렸습니다 그래도,그래도,행여 당신 모습 잡힐랑가 뒤돌아다보면섬진강 갈대들이몸 비비며 사노라고그러노라고무수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2-26
  • 바람 불고 고요한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적막이 또 한 채 늘었어요 이대로 죽음이삶을 배웅 나와도 좋겠구나 싶은 바람 불고 고요한 봄 마당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 잎이 번지나보다. 그것은 아주 먼 곳으로부터의 힘겨운 발걸음. 나무는 아픈 사람처럼 오래 가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지켜보는 이의 적막한 마음을 헤아려서 죽음이여, 이제 그만 꽃들을 이 고요한 마당으로 내보내주시길. 그 꽃들 가을의 향기로운 열매에 닿도록 힘껏 손 흔들어주시길.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2-23
  • 연리지
    엄마 일찍 외롭게 계신 산에 아버지 옆자리에 찾아가셨으나 토성(土城)이 가로막혀 같이 있지 못하여   못다 한 그리움에 손 내밀어 마주 잡고 두 몸이 한 몸 되어 만남의 기쁨을 나누네   보기만 해도 만남이 연상되는 사성(莎城)의 소나무 연리지 제삿날이나 벌초하러 해마다 가도 그렇게 자랄 때까지 자식들은 몰랐네요   숲 사이 숨겨두었다가 이제야 보여 주시는 그 뜻을 자식들은 아직 모릅니다 다만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손잡고 잘 지내시고 있으니 너희들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식들 잘 키우고 하는 일 잘하라는 당부 말씀 알리고자 연리지 되어 우리를 반긴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2-06
  • 설일(雪日)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김남조 시집>(1967)-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2-01-25
  • 새해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그것은 생활의 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과 一致하여나의 줄기찬 勞動은 고독을 쫓고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祈禱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서슴없이 맞는 새해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꽃피울 새해여!  
    • 정치/사회
    • 시사초점
    2022-01-01
  • 겨울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백설이 되고 싶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2-02
  • 따뜻한 편지-바람에게
    당신이 보낸 편지는 언제나 따뜻합니다 물푸레나무가 그려진 10전짜리 우표 한 장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낸 이와 받는 이도 없는 그래서 밤새워 답장을 쓸 필요도 없는 그 편지가 날마다 내게 옵니다   겉봉을 여는 순간 잇꽃으로 물들인 지상의 시간들 우수수 쏟아집니다 그럴 대면 내게 남은 모국어의 추억들이 얼마나 흉칙한지요   눈이 오고 꽃이 피고 당신의 편지는 끊일 날 없는데 버리지 못하는 지상의 꿈들로 세상 밖을 떠도는 한 사내의 퀭한 눈빛 하나 있습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1-09
  • 가을 풍경
    맑은 호수에 가을이 고이 잠들고 대추 붉은 볼에 가을은 익어간다.   가을의 무게는 낙엽 위에 내려 앉고 푸른 하늘 부러워 목울대 길게 늘인 코스모스 갈 바람에 따라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기억 저 편의 아름다운 시절 정열은 식어 추억으로 한 겹 쌓여 붉은 노을 빛에 가을은 가슴 앓아 텅 빈 긴 의자에 낙엽되어 떨어져 추억을 끄집어 내어 속살거린다.    가슴에 내려 앉는 낙엽 하나 바람에 묻어온 하늘 빛이 배어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0-13
  • 물위에 쓴 시
    내 천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 주다가내 천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이제는 내 천개의 손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줍니다내 천개의 눈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10-07
  • 영원 그 너머로
    가을에는 내게 보는 눈을 주신 이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엄숙한 實在와 만나는 떨리는 시간만큼 목숨은 다시 뜨거워지고 한여름 내 목말라 울던 쓰르라미의 허물을 밟으며 巡禮의 길을 나서는 아침, 창밖으로 돌아서는 그대의 뒷모습이 보인다   안타까운 그대 안부에 갈증처럼 종이학을 접고 접으며 한아름씩 안개같은 사랑 실어 보내던 긴긴 나의 戀書도 이제 하나의 쉼표를 찍어야 한다   영원 그 너머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면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알게 하신 무한대의 존재 앞에 안개꽃 같은 우리 友情의 기막힌 응어리도 죄다 풀린다   가을에는 내게 듣는 귀를 열어주신 이의 음성이 한결 가직이 들린다 격정의 메아리로 울리던 고막이 얇아지고 지상의 가장 가녀린 한숨소리 하나까지 나를 불러 세운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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