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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단 비 한 주름이 네 생각을 불러 왔는가 가뭄에 눌렸던 숨결을 고루고 어기찬 갈증도 씻어내고 십년 세월에 등으로 쬐이는 불빛처럼 따습던 사람 너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솔숲의 묏새를 닮아 확 트인 목청으로 울고프던 날은 가고 오는 후조(候鳥)인양 서로의 마음밭에 찔레꽃의 둥지를 키워 왔음이여 오늘 새삼 나를 울리누나 좋고 하찮음을 한 가지 정으로 쓰다듬기에 봄 가을의 절기 겹치던 사이 무료히 앞산을 바라보듯 너를 찾을양이면 언제나 뿌듯한 미소로 맞아 주던 얼굴 벗이란 기실 연인보다 너그러운 가슴 깊은 정이야 명주 열두겹 속에 감춰둘 보배 내쳐 말하지 말고 살자꾸나 내 슬픔에 수심져 주고 그 기쁨에 내가 흡족턴 마음 둘이 한마음으로 늙어나 가리 고마운 내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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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구지
깊은구지 서금숙 구지 그 곳을 말하자면, 땅이 낮을수록 뿌리는 깊다 숲 개별꽃 날아오르고 공기는 차다 돈 벌러 간 골목은 고요하고 잠잠해 제일먼저 화려함을 떨치려는 국화 잘생긴 이마 반질한 먹감, 땅볼 친 밤송이 민첩한 내야수를 기다린다 골바람 깃들어 슬며시 열린은행 골자래는 은행알 터지기 전 샅샅이 훑는다 꽃단장한 색시를 안식구로 앉힌 구멍가게 맵고 짠 시름 비빈 초록 성찬 산 위에 얹혀 있는 마을 일화 한 토막 어우르는 여윈 고개 너머 세파에 찌든 때를 대비 해야할 송내어울마당 갈 채비를 할 아침결 난데없이 뻐꾸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집 베란다에 대고 목청을 높여 뿌리 깊은 소리로 다사하게 운다 서금숙 2019년<월간 시문학> 등단. 2017 부천신인문학상.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시문학시문회 사무국차장. 시작 메모: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한국방송통신학교 지역학습관이어던 곳에 새로 지어진 송내 어울마당으로 들어가 봤다. 제일 먼저 도서관으로 올라가서 시집 네 권과 오로지 가게 밖을 모르는 남편이 가여워 ‘돈 좀 그만 벌자’라는 책을 대여했다. 그리고 승강기를 타고 내려와 출입구 쪽에 안내된 시 창작반을 발견했다. 뭔가 태동하는 쌔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리고 수개월 짬을 내어 주민등록증 갱신하고 시인으로 탈바꿈하려는 순간이 온 것이다. 2016년 6월 이후로 한 달에 네 번 어울마당 지하 1층 시 창작반에 가 있는 동안은 오로지 시만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이 동네에서 30년 사는 동안 가게에 충실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생각 못 했던 시인이라는 꿈을 꾸게 한 장소인 송내어울마당은 명실공히 문화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해인 2017년 부천신인문학상 시부문 대상을 타면서 정말 시인의 길로 안내받은 송내동의 명소로 송내어울마당을 추천한다. 그곳에 가면 그전에 자기 자신에게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깊은구지' 시는 어울마당을 다니며 지은 시이다. 송내어울마당은 송내동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한 복합문화시설의 새 이름을 공모하고,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내부적인 선호도 조사 및 송내 1·2동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송내어울마당’으로 선정했다. ‘송내어울마당은’은 소통과 화합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의미한다. 발음하기가 쉽고 친숙하며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복합문화시설이며 지하에는 향토역사관과 체력단련실, 지상 1~2층에는 도서관, 시민학습원, 문화카페 등, 3`5층엔, 부천문화원, 청소년문화의집, 소극장, 문화교실, 방과 후 교실 등이 있다. 노령화시대가 급속히 빨라지는 현시점,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삭막해지는 미래의 삶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가장 핫한 공간은 송내어울마당이다. 남편에게도 은퇴하면 어울마당 같은 곳에서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빵 만드는 취미 공유공간을 계획해보라고 했다. 송내어울마당은 안드로메다의 어느 공간을 가기 위한 은하초특급 999호를 타고 가는 여정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송내2동 거마산 아래 지친 현대인의 휴식공간이며 문화공간임을 매번 자랑한다. 나이 지긋한 손님이 우리 빵가게를 방문하면 나처럼 어울마당에서 제2의 인생을 펼쳐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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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花), 악(噩)
화(花), 악(噩) 정령 확 그냥 막 그냥 덮쳐버릴 테야. 물어보지도 않고 두드리지도 않고 불쑥, 함부로, 멋대로, 침묵을 건드렸어. 화악 마, 제대로 보여줄 테야. 물어보기 전에 두드리기 전에 대뜸, 볼쏙이, 무시로, 놀래줄 테야. 담장을 넘은 주홍빛 능소화가 지나던 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쳐다보면서 소리치고 있다. 噩! ⏐정령⏐ 계간 ≪리토피아≫ 등단.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부천문협 회원, 부천여성문인협회회원, 아동복지교사 시집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 『자자, 나비야』, 『구름이 꽃잎에게』 시작메모: 시를 쓰는 시인에게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화를 낼 줄 모른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고, 언제나 웃는다고 바보로 알고 경시해서도 안 된다. 사람이 가진 감정 중에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감정을 부끄러워서, 혹은 쑥스러워서 감추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얼굴에는 수 백 개의 근육들이 웃을 때나 슬플 때나 화날 때 나오게 되는 갖가지 표정들을 감출 수가 없게 이루어진 얼굴이라고 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웃고 울고 화를 내야 건강한 사람이 된다. 필자도 화를 잘 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감정을 길가에 핀 능소화를 빌려서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시도 화난 듯이 소리치며 읽어보라. 괜히 웃음이 나며 그 순간 화냈던 일이 가라앉는 쾌감을 맛보게 된다. - 시인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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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빈자리
냉기를 머금은 침대 하나 하얀 시트 위에 적막함이 누워있다. 깊게 파인 육순의 자국 위에 귀를 기울이니 떠나지 못한 당신의 심장 소리 여전히 들려오는 듯 창문 틈새로, 바람을 안고 들어온 차가운 체온이 침대 위에 눕는다. 온기 없는 온기가 따스하다. 숨소리 잃은 베개를 당겨 안으니 한숨에 실린 베갯잇이 긴 한숨을 짓고 메말랐던 눈물 자국이 촉촉한 눈물을 흘린다. 한 생이 저물기 전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이제야 당신의 고단했단 삶의 한 자락을 휘감으니 따스한 그림자로 가만히 다가와 타오른 그리움의 내 가슴을 감싸준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움푹 들어간 베갯속의 허전함을 아직도 세탁하지 않은 침대보에 스며든 고단한 숨소리를 곁에 없어 더 사랑하게 되는 이 절절한 모순 앞에 나의 심장에서 잊혀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지워지는 두려움을 꽉 찬 공허의 그리움으로 동살 잡히는 새벽녘까지 당신으로 하얗게 지새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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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뜨는 달
너무 늦은 걸 까아니면 너무 빨리 온 걸 까흐릿한 수줍은 모습아침에 뜬 달어쩌면 너는 그렇게항상 하늘을 지켰을까밝은 햇살에 가려 외롭게서쪽 하늘을 지키고 있구나시무룩한 아침 모습보다어두운 밤이라도 언제든활짝 웃는 그 얼굴이몹시도 그리워태양도 늙고 지구는 변해도주고받은 정 세월 따라 더 애틋해낮과 밤이 바뀌어 안보일지라도너는 칠흙같은 어둠을 밝혀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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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리움
묵은때처럼 달라붙은 일상 샛노란 개나리물에 탈탈털어 버드나무에 걸쳐 논 하루 참새가 쪼아먹어 반나절이 되었네 아련하게 맺히는 꽃망울 피어나는 아름다움도 알지만 지는꽃의 서글픔까지 아시는그대 봄바람의 설레임 뒤에 오는 훈풍끝에 쓸쓸함도 아시지요 시각과 시간사이 나의 시간들을 무엇과 바꾸었을까 그대라는 인두같은 단어하나 발에 걸려 가슴에 찍혀 주홍글씨 되었네 출렁이는 그리움 다 걸려내지도 못하고 세월속에 갇혀버린 안타까움 그래도 가슴속에 품었으니 밤새 애태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보고품이 꽉차 영혼을 스스로 갉아먹고 쓰러져 삶을 놓고 싶을때야 작은 솜털같은 따뜻한 날개 펴주시는 당신 사랑한다는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고 빗속을 맨발로 걸어도 보송보송 비에 젖지않는 마법 마법 끝나는 날 하늘에 별되리라
실시간 명시산책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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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님 보내며
- 고운님 보내며 초야ㆍ권정선 달처럼 고운 님 들꽃처럼 향기로운 님 봄볕처럼 따사로운 님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보내며 사흘 밤낮을 웁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얼굴을 만지며 차가워져가는 손을 잡고 잠시만 잠시만이라도 머물러달라 애원하며 울었습니다 하지만 힘겨워하는 거친 호흡에 한없이 무너지며 편안히 눈 감으시라 미안해 잡지도 못했습니다 서둘러 가시는 님 이생에서 진심으로 함께해줘서 고마웠다 사랑한다 수없이 되뇌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친줄 알았던 눈물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흐르고 병난다 울지마시라 바람곁에 애타하시는 님의 목소리 가시는 걸음 무거울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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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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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 단 비 한 주름이 네 생각을 불러 왔는가 가뭄에 눌렸던 숨결을 고루고 어기찬 갈증도 씻어내고 십년 세월에 등으로 쬐이는 불빛처럼 따습던 사람 너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솔숲의 묏새를 닮아 확 트인 목청으로 울고프던 날은 가고 오는 후조(候鳥)인양 서로의 마음밭에 찔레꽃의 둥지를 키워 왔음이여 오늘 새삼 나를 울리누나 좋고 하찮음을 한 가지 정으로 쓰다듬기에 봄 가을의 절기 겹치던 사이 무료히 앞산을 바라보듯 너를 찾을양이면 언제나 뿌듯한 미소로 맞아 주던 얼굴 벗이란 기실 연인보다 너그러운 가슴 깊은 정이야 명주 열두겹 속에 감춰둘 보배 내쳐 말하지 말고 살자꾸나 내 슬픔에 수심져 주고 그 기쁨에 내가 흡족턴 마음 둘이 한마음으로 늙어나 가리 고마운 내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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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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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구지
- 깊은구지 서금숙 구지 그 곳을 말하자면, 땅이 낮을수록 뿌리는 깊다 숲 개별꽃 날아오르고 공기는 차다 돈 벌러 간 골목은 고요하고 잠잠해 제일먼저 화려함을 떨치려는 국화 잘생긴 이마 반질한 먹감, 땅볼 친 밤송이 민첩한 내야수를 기다린다 골바람 깃들어 슬며시 열린은행 골자래는 은행알 터지기 전 샅샅이 훑는다 꽃단장한 색시를 안식구로 앉힌 구멍가게 맵고 짠 시름 비빈 초록 성찬 산 위에 얹혀 있는 마을 일화 한 토막 어우르는 여윈 고개 너머 세파에 찌든 때를 대비 해야할 송내어울마당 갈 채비를 할 아침결 난데없이 뻐꾸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집 베란다에 대고 목청을 높여 뿌리 깊은 소리로 다사하게 운다 서금숙 2019년<월간 시문학> 등단. 2017 부천신인문학상.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시문학시문회 사무국차장. 시작 메모: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한국방송통신학교 지역학습관이어던 곳에 새로 지어진 송내 어울마당으로 들어가 봤다. 제일 먼저 도서관으로 올라가서 시집 네 권과 오로지 가게 밖을 모르는 남편이 가여워 ‘돈 좀 그만 벌자’라는 책을 대여했다. 그리고 승강기를 타고 내려와 출입구 쪽에 안내된 시 창작반을 발견했다. 뭔가 태동하는 쌔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리고 수개월 짬을 내어 주민등록증 갱신하고 시인으로 탈바꿈하려는 순간이 온 것이다. 2016년 6월 이후로 한 달에 네 번 어울마당 지하 1층 시 창작반에 가 있는 동안은 오로지 시만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이 동네에서 30년 사는 동안 가게에 충실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생각 못 했던 시인이라는 꿈을 꾸게 한 장소인 송내어울마당은 명실공히 문화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해인 2017년 부천신인문학상 시부문 대상을 타면서 정말 시인의 길로 안내받은 송내동의 명소로 송내어울마당을 추천한다. 그곳에 가면 그전에 자기 자신에게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깊은구지' 시는 어울마당을 다니며 지은 시이다. 송내어울마당은 송내동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한 복합문화시설의 새 이름을 공모하고,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내부적인 선호도 조사 및 송내 1·2동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송내어울마당’으로 선정했다. ‘송내어울마당은’은 소통과 화합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의미한다. 발음하기가 쉽고 친숙하며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복합문화시설이며 지하에는 향토역사관과 체력단련실, 지상 1~2층에는 도서관, 시민학습원, 문화카페 등, 3`5층엔, 부천문화원, 청소년문화의집, 소극장, 문화교실, 방과 후 교실 등이 있다. 노령화시대가 급속히 빨라지는 현시점,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삭막해지는 미래의 삶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가장 핫한 공간은 송내어울마당이다. 남편에게도 은퇴하면 어울마당 같은 곳에서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빵 만드는 취미 공유공간을 계획해보라고 했다. 송내어울마당은 안드로메다의 어느 공간을 가기 위한 은하초특급 999호를 타고 가는 여정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송내2동 거마산 아래 지친 현대인의 휴식공간이며 문화공간임을 매번 자랑한다. 나이 지긋한 손님이 우리 빵가게를 방문하면 나처럼 어울마당에서 제2의 인생을 펼쳐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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