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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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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명시산책 기사

  • 수련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7-31
  • 바다7
    바다는 푸르오,모래는 희오, 희오, 수평선 우에 살포-시 내려앉는 정오 하늘, 한 한가운데 돌아가는 태양, 내 영혼도 이제 고요히 고요히 눈물겨운 백금 팽이를 돌리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7-17
  •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울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하여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7-12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 옆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6-14
  •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여유 있는 하직은얼마나 아름다우랴.한 포기 난을 기르듯애석하게 버린 것에서조용히 살아가고,가지를 뻗고,그리고 섭섭한 뜻이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아아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머금고 싶다.   박목월 시인과 부인 유익순 여사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6-04
  • 시(詩)가 나무에게
     나무야, 너 왜 거기 서 있니?  걸어 나와라  피 흘려라  푸른 심장을 꺼내 보여다오  해마다 도로 젊어지는 비밀을  나처럼 언어로 노래해 봐  네 노래는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너무 아름답고 무성해  나의 시 속에 숨어 있는 슬픔보다  더 찬란해  땅속 깊은 곳에서 홀로  수액을 끌어올리며 부르던 그 노래를  오늘은 걸어 나와  나에게 좀 들려다오  나무야, 너 왜 거기 서 있니?   사진/박권택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5-21
  • 신앙(信仰)이 動하지 않는 건지 動하지 않는 게신앙(信仰)인지 모르겠다나비야 우리 방으로 가자어제의 詩를 다시 쓰러 가자   그림/ 최의열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4-29
  • 행 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4-21
  • 향수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되는실개천이 휘돌아나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흙에서 자란 내마음파란 하늘빛이 그리워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러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 철 발 벗은 아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돌아 앉아 도란도란 기리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4-18
  • 고강동의 태양
    푸르고 붉은 지붕들 태양연립 은하슈퍼 바람 돌아가는 모퉁이 금성여관 턱밑에는 노인이 꽝꽝 못 박아 걸어둔 전구가 있다560번지 사람들은 그 아래서 부고장이나 밀린 고지서 등을 읽는다 바람 속에 한숨 넣어주며 비행기들이 낮게 나는 하늘 한 쪽 새들과 같은 방을 쓰는 노인을 보고 개가 짖는다 저 울음을 따라 흘러가고 오던 빛들 그을린 얼굴의 해가 천정으로 숨어들면 잠시 벗어놓은 어깨의 푸른 멍울이 별 대신 뜨는 이 곳, 02호 지하방에 서식하는 내가 어둠을 퍼올릴 때도 전구는 얼어붙은 길을 풀어내고 있었다 떠나 있던 새들이 빈 방으로 모여든다 일성전기 전깃줄에 감긴 사십 년 시간을 지나 복지회관 쪽방에 남은 박노인 눈 속의 일렁거리는 불빛, 그 등 앞세우고 노인은70년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갔다 새들이 찍어놓은 발자국들이 뒤를 따랐다 손에 든 부고장에는 지상에 없는 주소가 적혀 있다 누군가 그리우면 사람들은 달은 두고, 금성여관 턱 밑에 달랑거리는 전구를 바라본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4-16
  •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 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호, 1941.1)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4-11
  • 라피도포라
       연약하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마지막 힘을 다해 장막 속에서 기어오르기로 했다. 이마저 못한다면 종족을 끊은 죄가 된다. 큰 나무를 타고 오르니 어지럽고 무섭다. 겪어보지 못한 바람이 사정없이 뺨을 후려댄다.   어떡해서든 살아야 한다. 나무 우듬지로 머리를 드밀고 받아든 한 줌의 햇살 너무 높아 아래로 내려보낼 수가 없다. 식구의 아우성이 온몸을 흔든다.   애초에 블랙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아둔한 머리로 할 수 있는 길은 제 손에 구멍을 내는 치명상이다. 볼품없이 벌레에 갉혀 없어지느니 빛을 빨아먹는 구멍충을 길러 길게 빠르게 빛을 가두어 두련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어 아래쪽 잎에도 햇빛을 닿게 하여 살아가는 덩굴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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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4-01
  • 나의 해하가(垓下歌)
       세상이 나를 퇴락시켰다. 다 똑같았다. 어찌 이런 세상을 살아가랴. 하늘은 나를 보내 ‘나’답게 살라 하였거늘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혹 하늘이 이런 나를 용서할지라도 무슨 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으랴. 설령 하늘이 이런 내게 무심할지언정 정작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으니…… 나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노라 나는 벌써부터 없었다      이제 아무것도 아닌 빈껍데기 벼랑 아래 바다로 버리노니    미안하지만    갈가마귀여 그것을 쪼아라    대양어들이여 그것을 뜯어라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3-29
  • 황조가(黃鳥歌)
    翩翩黃鳥  편편황조                       雌雄相依 자웅상의 念我之獨 념아지독 誰其與歸 수기여귀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가 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3-27
  • 하우고개
      연못가 도날드덕 와우고개에 누워 있다   누룽지 오리 백숙의 포로로 잡혀 풀려나보니 뿌연 먼지가 묻어 있다   먼지인줄 알고 한참을 털었더니 햇빛이 묻어 있다   영영 와우고개는 소가 되었다 어떻게 와우고개는 하우고개가 되었을까   하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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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3-21
  • 그날 그 바람
    그날 그바람  유난히 바람결이 부드럽다   더 꼬옥 잡아 맴도는 것은 옛 바람인가   어머님 보내드리던 늦겨울 매몰차던 목난개 잔등 샛바람   복성나무골 할아버지 선산아래  묻힌소박 맞아 돌아와 감히 묻히운  얼굴도 모르는 누님의 서러운 바람   그 바람이 아니다. 그래도 왜 옛 바람처럼 이렇게 포근하고 감미롭기 까지 할까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한 바람 분명 옛바람이다. 분명 옛바람인데 반갑기는 더  서러운바람 가슴만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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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3-14
  • 눈 내리는 날 저녁 숲가에 서서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것을 그는 모르리라.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농가 하나 없는 곳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것을 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는 듯방울소리 외에는 스쳐가는 바람소리와솜처럼 내리는 눈의 사각거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3-04
  •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폭설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2-18
  • 광화문(光化門)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광화문은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왼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을광화문 - 저같이 의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도 드물다.상하 양층(上下兩層)의 지붕 위에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위층엣 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아랫층엣 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옥(玉)같이 고우신 이그 다락에 하늘 모아사시라 함이렷다.고개 숙여 성(城) 옆을 더듬어 가면시정(市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태고(太古) 같고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낮달도 파르르 떨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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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산책
    2020-02-14
  • 겨울 사랑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2-07
  • 깊은구지의 느티나무
      까치발을 하고 누군가 들어설 것 같은 기다림의 골목 깊은구지에는 집집마다 밖으로 낸 창이 하나씩 있다 그 창으로 7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를 본다   느티나무가 그리워하는 건   골목을 채우던 아이들 웃음소리인가 집집마다 피어오르던 굴뚝의 연기인가 역사의 모서리에 기대어 앉은 할아버지의 마른 기침소리인가   700년 동안 몸 안에 담아 놓은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듯이 바람의 쇄골은 여러 개로 분절되어 골목마다 숨어 있고 수많은 천둥과 벼락을 삼켰던 기억과 빛을 가둔 어둠이 더께가 되어 딱딱하게 등을 내밀고 있다 해도 텅 비어 있는 너의 그림자를 증언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죽은 자의 말을 듣고 산자에게 침묵하는 너를 본다 그냥 침묵을 본다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604-1 앞 도로에 벼락을 맞아죽은 7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1-23
  • 꽃을 보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어느 시인의 시집을 뒤적이다가 세상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 남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지고, 그냥 곁에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송이 꽃과 같은 말, 한 마디 말과 같은 꽃.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20-01-09
  • 물빛전설
       빗물에 쓸려 홍수가 나도록    흐른 마음을 그저 웃지요  아득한 길을 발이 부르트게  쫓아간 흔적도 그저 웃지요  시간의 유수위에  유령선이 돛을 달면   캐러비안 불랙펄호⁕의 해적들처럼  달빛 바다에서  해골을 드러내는 선원들  피가 묻은 스페인 금화 한 닢을 들고  나의 가슴에 눈물을 떨굽니다  인연을 위해 꽃 한 다발  제단에 올리며  물빛 전설을 펼쳐 읽어요.   삽화 / 이두호 화백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2-31
  • 바위를 위한 노래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천만년 한 자리에 붙박혀 사는 바위도 날마다 무한창공을 바라보나니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눈물겹더라 허연 거품을 물고 실신하는 바람 절망하고 눈보라에 속절없이 매몰되는 바다 절망하고 겨울에는 사랑보다 증오가 깊어지더라 지금은 작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무덤이더라 그래도 천만년 스쳐가는 인연마다 살을 헐며 날마다 무한창공을 바라보나니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2-23
  • 눈은 살아 있다떨어진 눈은 살아있다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기침을 하자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기침을 하자눈은 살아있다죽음을 잊어버린 靈魂과 肉體를 위하여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기침을 하자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2-21
  • 인연
    짧은 만남으로 내 곁에 머물렀기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이 작은 세상 어디서든 다시 만날 인연인 줄 알았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언제부턴가 당신이 생각나면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시 만났지만 인사도 나누지 못하였어요 상심한 내 가슴은 빗장을 열고 당신을 멀리멀리 날려 보냈지요   사막 같은 세상 힘들어 그리움도 잊고 살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바로 등 뒤에서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로 사랑의 인사를 건네는 당신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자 행복의 빛깔이 내 삶을 물들입니다   좋은 사람 당신이 또다시 나를 울게 합니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2-08
  • 백제 이발관
      백제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 땅에서 살지 못하고 서울 변두리 소사에 백제의 깃발을 꽂았다   오직 먹고살기 위해 배워온 이발기술 그 기술이 그만의 한세상을 만들어 삼색의 사인볼처럼 돌고 돌아온 40여년   그 길이든 가위질로 세월을 깎는다   집들의 높고 낮음 없이 골목길에 맞대고 사는 사람들   수십년 도를 닦은 선승처럼   자꾸만 자라나는 욕심들 가위로 잘라주고 삐쭉삐쭉 솟은 마음 면도날로 밀어낸다 손으로 머리를 박박 문질러 허물까지 말끔히 씻어내 새 얼굴 만들어준다   한때는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아들에게 미안했지만 평생 어르신들 무료 이발봉사에 한쪽벽을 메꾸어가는 훈장들   궁남지 포룡정에 앉아있는 의자왕처럼 오늘은 나도 한번 푹신한 의자에 앉아 백제의 선승에게 머리를 맡겨본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0-31
  • 사랑의 말
    1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아침에 단잠을 깨우듯눈부셔 못견딘사랑 하나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 사네옛 동양의 조각달과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사랑 하나   2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 버리고그 벌이시키는 대로세상 양끝이 나뉘었었네한평생 다 저물어하직 삼아 만났더니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진홍인 노을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10-03
  • 책과 밥
    어렸을 적 밥보다 책이 좋았다.   혀끝의 단맛 쓴맛 몇 갑절   슬픈 사람 귀한 사람 진 면목.   혼자도 안 외롭고 안 무섭더니   흐린 정신 침침한 눈에 허기증   밥통은 의연하게 곁을 지켰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09-26
  • 시집 속의 소녀
    꽃이 지는 저녁 까닭모를 슬픔을 노을에 적었네. 파릇파릇 움트는 대지 목마름위에  봄비로 작은 동그라미 무수히 내리면  두근두근하는 가슴에 적었네. 팔 벌린 가로수 길 걸어 산에 오르며 상긋한 바람과 확 트인 들판의  벅찬 감격을 나무에 적었지. 낙엽 밟는 동무들 메아리   황금빛 논두렁 사이로 능금이 익어가고 첫서리 내린 장독대 옆의 국화꽃 줄 공책에 써 서랍에 두었네. 하얗게 덮인 눈 위에는 초롱초롱 눈망울을 그렸지.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09-03
  • 초롱꽃
      초롱꽃 등 앞세우고 님 마중 가자 봄 꽃 떠난 빈 가슴에 그리움 하나 행여 오실 님을 위해 꽃 초롱 불 밝히우고 앞장서라 앞장서라 님 마중 가자 초롱꽃 등 앞세우고 님마중 가자.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08-21
  •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예술/창작
    • 명시산책
    20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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