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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화재단, 공간과 콘텐츠에 집중한다
부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2월 22일(목) 오후 2시, 2024년 주요 사업 추진계획을 담은 「파트너스 가이드」를 공개한다. 재단은 올해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문화재단의 미래 역할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거점 공간 활성화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 5년 차를 맞아, 그동안 다져온 활동 기반을 바탕으로 효과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시민의 문화적 삶 실현 지역 대표 콘텐츠 개발, 예술 유통구조 확립하며 “문화를 통한 지역 성장과 발전” 재단은 오래된 공간을 정비한 후 시민을 위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천시민회관에서는 공간지원 사업을 신규 추진하여 지역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지원한다. 상설 어린이공연장인 판타지아극장 시설을 보수하여 쾌적한 공연 관람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재단이 운영 중인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시박물관도 공간 브랜드를 강화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융복합 콘텐츠 제작, 벙커페스타 개최를 통해 시민과 예술가를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부천시박물관은 역사와 문화자원을 활용한 전시·교육 프로그램으로 부천의 정체성을 담은 박물관으로 재도약한다. 재단은 사람과 도시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한다. 문화자원과 연계한 부천형 예술투어를 신규 개발하고, 지역 예술시장도 운영하며 예술 유통구조를 확립해 나갈 예정이다. 2월 22일 오후 2시, 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2024년 재단 사업 담은 「파트너스 가이드」 공개 재단은 2월 22일 오후 2시, 공식 홈페이지(bcf.or.kr)를 통해 2024년 사업안내 자료집 「파트너스 가이드」를 공개한다. 자료집은 ▲비전 및 정책 방향 ▲사업안내 ▲세부 사업안내 ▲공간 및 대관 안내 ▲정보와 혜택 ▲자주 묻는 질문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SG 경영에 뜻을 보태고자 실물 자료집은 최소 수량으로 제작했으며, 디지털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에게 선착순으로 배포한다. 배포처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한편, 재단은 2001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으로 최초 설립돼 올해 창립 23주년을 맞았다. 작년에는 문화 참여자 38만 2천 명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달성했고, 제1회 공공브랜드 대상에서 캐릭터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선거로 인해 사업안내 자료집으로 사업설명회를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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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해인사를 찾아서-곽욱열 작가
산이 좋아서 친구들에게 등산을 한번 하자고 하면, 반문하기를 ‘어릴 때 나무하러 지겹게도 다녔는데 무슨 산이냐’고 우스갯소리를 자주한다. 볼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엔 학교에서 소풍을 가봤자, 절 구경이나 하고, 계곡이나 숲을 찾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제 산을 즐겨 찾는 까닭은, 산은 심신을 다스리는 수양의 도량이 되기 때문이다. 세속에 가득 찬 자아의 고집을 비우고, 버리고, 낮추며, 말이 필요 없는 나와의 대화로, 심성을 바로 잡아 삶의 참된 깨침을 얻기 위함이다. 가야산 “허실생백(虛室生白) 허왕실귀(虛往實歸)”라. 방을 개방하면 광선이 들어와 환하게 되듯이, 잡념이 없는 마음으로 대해 나가면 사물의 이치는 저절로 깨닫게 되어 배(腹)를 가득 채운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즉, 비움이란 바꿔서 채우는 것이다. 자연과의 소통으로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중도실천의 깨달음을 얻고 유유자적 하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아내와 함께 남도기행의 일환으로 잊혀져가는 고향의 추억을 더듬고, 문화예술의 진수(眞髓)를 찾아보자고 가야산과 해인사를 답사하기로 하였다. 가야산은 백두대간이 추풍령을 지나 남쪽으로 뻗어 내리다가 대덕산에서 분기하여, 수도산에서 동남쪽으로 내린 내륙의 지맥으로,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을 중심으로 거창군 일부와 경상북도 김천시,성주군 일부와 도계를 이루며 결승(決勝)한국립공원(연면적76.256㎢,72.10.13지정 제9호)이다. 신록이 무르러가는 오월을 만끽하며,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김천I·C에서 나와, 성주·고령 가는 지방도로에 오르니 가야산의 웅자(雄姿)한 모습이 성큼 다가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형절어천하(山形絶於天下) 지덕도어해동제일(地德渡於海東第一)” 이라. 산의 빼어난 형상은 천하의 으뜸이요, 품은 지덕은 해동의 첫째라, 삼남(三南)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성주군 수륜면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곳은 나의 외가(外家)로 가슴에 와 닿는 것도 많지만,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어, 변하지 않는 것은 산등성이만 눈에 선하다. 59번 지방도를 타고, 적송리를 지나, 중간지점인 도계의 백운대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서북방향으로 가야산의 정봉(頂峯)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연꽃처럼 뾰족한 기암의 열립이 화려 장엄하여 연화세계(蓮花世界)를 이루는 듯, 영산의 정기가 감돈다. 예부터 가야산은 화산(火山)이라 하여, 산세가 웅장하고 풍수지세도 험하여, 불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매년 단오 날이 오면, 해인사스님들은 남쪽 매화산 제일봉(1,010m)과 사찰경내에 소금을 묻는다고 전한다. 가야(伽倻)의 지명 유래는, 역사적으로 합천·고령지방은 1,2세기경에 일어난 대가야국의 땅이다. 신라에 멸망 한 뒤 처음에는 대가야 군으로 불렀다. 현재는 행정구역상으로, 합천군 가야면과 고령군에 대가야읍이 있고, 세계문화유산인 가야고분도 산재해 있다. 금관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 7년(A.D48)에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도래(渡來)하어 왕비가 되었고, 석존이 성도한 인도 제1의 신성한 설법 처인 붇다가야(佛陀伽倻.Buddha Gaya) 이름을 가져와 산명을 부친 것이 가야산이다. 또 산의 정상부가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일명 우두산(牛頭山)이라고 부르는데, 인도 범어로 ‘Gaya’의 음역이 소(牛),코끼리(象)를 뜻하므로 또한 산명이 유래한다. 그래서인지 산 정상도 쇠뿔처럼 두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주봉인 상왕봉(牛頭峰 1,430m)은 합천군 지역이고, 200m거리를 두고 있는 칠불봉(七佛峰1,433m)은 성주군 지역이다. 가야산의 등정 코스는 백운대지구와 해인사지구로 나누는데, 백운지역은 관리사무소에서 심원골로 서장대(상아덤), 서성재로 올라 정상에 오르는 길로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고, 좀 험한 편이나 가야산의 진수(珍秀)를 다 볼수 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산악회원들과 오른바있어 이번엔 해인사 답사를 마친 후, 치인리 민박촌에서 1박을 하고, 해인지구 용탑선원에서 정상에 오르기로 시간을 잡았다. 야천리에서 우회전하여 해인사 입구에 들어가니 “法寶宗刹伽倻山海印寺”문루가 대가람의 위용을 나타낸다. 해인사는 우리나라 삼보종찰(三寶宗刹:불보종찰통도사,법보종찰해인사,승보종찰송광사)의 하나이며, 소중한 인류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을 모신 사찰로서, 대적광전을 비롯한 30여동의 본전건물과 백련암 홍제암 국일암 등16개의 암자와 75개의 말사를 거느리는 한국선불교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수도처로 조계종의 종합도량이다. 창건 연대는 화엄종의 개산조인 의상대사의 법손이며, 신림(神琳)의 제자인 순응(順應)조사가 당나라에서 유학한 후 돌아와, 신라 애장왕 3년.정원18년,802년)에 애장왕의 조모인 성목왕태후의 후원으로 초창하여 많은 인재를 길러내고, 그 후 법통을 이은 이정(利貞)화상이 진성여왕 대에 주지를 맡아 대 중창불사를 일으켜 사세를 크게 확장하였다. 해인(海印)은 바다의 도장이다 일렁임이 없는 깊고 넓은 바다에 만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이 번뇌가 없는 맑은 마음에 만물의 이치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미로 순응이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를 인용하여 “해인사”라 명명하였다고 전한다. 해인사 가야산 소리길인 계곡의 시오릿길을 오르니, 산 빛을 담은 맑고 시원한 물소리가 마음을 적시고, 펼쳐진 너럭바위에 “紅流洞”의 각자(刻字)가 새겨있어 발길을 붙잡는다. 홍류(紅流)라는 이름은 곱게 물든 붉은 단풍잎이 맑은 물에 흐르는 계곡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계곡에는 고운이 노닐던 농산정(籠山亭)과 무릉교가 있고, 그 맞은편 돌벼랑에 “제가야산독서당”시가 새겨져 있다. “ 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教流水盡籠山(고교유수진농산) (고운의 친필) 첩첩한 산을 호령하며 돌 사이 미친 듯 달리는 물소리에, 사람의 말소리는 지척사이에도 분간키 어려워라, 인간세계의 시비소리 내 귀에 닿을 까봐,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온통 둘러쌌구나. 최고운이 한편의 서각(書刻)을 남기고 물처럼 바람처럼 선인이 되어 종적을 감추었으니, 무상하기만 하다. 최치원(崔致遠,자는孤雲, 857~?)은 신라말기의 대 학자로 당나라에 유학한 한림학사이며, 경주최씨의 시조이다. 유적으로 진각국사비, 숭복사비, 사산비, 지증대사적조탑비가 있고, 저서는 계원필경, 중산복궤집, 석순웅전 등이 남아 있다. 정오 무렵에 치인리 신부락에 당도하여 숙소를 정하고, 인근 식당에서 버섯전골과 산채 비빔밥을 주문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약수로 빚었다는 막걸리 한 사발을 가져와 ‘한번 맛 보이소’ 하며 그냥 주기에 마시니 정말 맛있었다. 향기로운 봄의 흥취에 젖어 마시는 방료(芳醪)에다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정을 더하니 차에서 쌓인 피로가 단박에 사라졌다. 식사를 마치고, 관광객에 휩싸여 사찰탐방로를 따라 사적비와 불망비(不忘碑)를 모아 세워놓은 석비군(石碑群)과 비각, 성철종정 사리탑비, 반야사원경사비(보물제128호), 묘길상탑(3층석탑.유형문화재제253호) 등을 둘러보고, 숲속을 따라 영지(影池)앞에 서니, 노거수사이로 멀리 보이는 영봉이 천상에 연꽃 한 송이 솟은 듯하다. 당간지주가 있는 일주문 앞에 서니, “伽倻山海印寺” 현판이 걸려 있어 해인사 제1문으로서 위풍이 당당하다. 글씨는 근대 서예가인 해강 김규진(金奎鎭1868~1934)이 썼다. 일주문은 일명 홍하문(紅霞門)이라고도 한다. 진리의 세계를 향하는 구도자가 인과응보의 도리를 믿고, 선행하며 깨달음을 구하겠다는 일심(一心)을 다지는 문이다. 뒷면에는 “海東第一道場”(서예가 朴海根글씨) 현판이 걸려 있다. 100m 가량 숲속 길을 오르니, 제2문인 봉황문이 있고 “海印叢林”(서예가鄭鉉福글씨) 편액이 걸려있고, 두눈을 부릅뜨고 위엄한 모습을 한 사천왕이 청정도량을 외호 한다. 천왕문은 동쪽을 수호하는 지국천왕, 남쪽을 지키는 증장천왕,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이 수행자의 마음속에 있는 번뇌를 씻어내고 일심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문이기도 하다. 다시 30m 정도 지나 돌계단을 오르니 제3문인 해탈문(不二門)이 나오고 “海東圓宗大伽藍”( 만파당 의준화상 글씨) 편액과 안쪽에 “海印大道場”(우남 이승만 대통령글씨) 편액이 걸려 있다. 마당주변에는 종각. 자운당. 불교회관이 둘러 있고, 구광루에 올라서니, 연등이 가득한 광장에 관음전과 궁현당이 있고 ,중앙에 3층 석탑이 있어, 탑돌이 하는 관광객과 불자들의 공양 행렬이 줄을 잇고, 소리없는 울림 , 심중을 울리는 일승원음이 날빛에 가득한 듯 하였다. 대적광전에 오르니, 해인도량이 한눈에 들어오고, 즐비한 사찰의 지붕선과 우거진 녹음이 대가람의 운기(雲氣)를 느끼게 한다. 대적광전(大寂光殿)은 크나 큰 선정(寂)과 크나 큰 지혜의 빛(光)이 가득한 삼매의 보궁(寶宮)이다. 온갖 꽃들이 화려한 화엄의 세계이다. 중앙 돌계단에 두 사자석의 포효(咆哮)가 일체를 승복케 하니, 사방에 진리광명이 충만한 듯하다. 향내음 맡으며 전각을 돌아보니, 정면에 “大寂光殿”, 동남측면에 “金剛戒壇”, 서북측면에 “法寶壇”, 뒤편에 “大方廣殿” 편액이 걸려 있고, 사방에 꽃살문이 있어 대장각과 연결되고, 법당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탱화와 부처로 불계를 이루어 장엄하고 심오하다. 수많은 편액을 보니 법보 종찰의 진면목을 느끼게 한다. 모두 당대의 명필가의 글씨인데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또 한 아쉽기만 하다. 해인사는 가야산 서남쪽 해발730m에 위치한 유곡으로 삼재불입처( 三災不入處)의 한 곳이다. 심재란 수재(水災) 화재(火災) 병재(兵災)를 일컫는데, 임진왜란 때 전국 방방곡곡이 왜군의 발길에 참상을 겪었지만, 가야산 소백산 오대산 세 곳은 삼재가 들지 않는 영산으로 꼽혔다. 그래서 지형적으로 안전한 이곳에 대장경을 봉안하고, 불력으로 국난을 막아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것이다. 대장경판전은 절의 가장 높은 곳이며, 일주문에서 백팔계단을 올라야 한다. 대장경판전(국보 제52호)은 수다라장, 법보전, 동사간고, 서사간고 네 동의 단층 건물로, 108개의 두리기둥에 64칸으로 축조하여, 고려대장경판 81,258매(국보 제32호)와 고려 각판(刻板) 2,275매(국보 제206호)를 보관하고 있다. 고려대장경판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때 글안 병을 물리치기 위하여 조성(1,076종 5,048매)하여 팔공산 구인사에 보관하였으나, 1232년(고려고종19년)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되고, 현존하는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은 몽고를 물리치기 위하여 강화도에 대장도감 본사를 두고, 진주 남해 등지에 분사를 설치, 1236년(고종23년)에 시작하여 1251년(고종38년)에 이르는 16년간에 걸쳐 재조한 목판본으로, 원목은 섬지역의 산배나무 돌배나무 후박나무 자작나무 등을 바닷물에 적시고 말리기를 9년이 소요되었으며, 강화도 선원사에 소장되었다가 1398년(조선태조 7년)에 서울의 지천사(支天寺)를 거쳐 해인사로 이관하여 보관하는 세계 문화유산(95 12 유네스코 지정)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자산이요 자랑이다. 사찰 답사를 마치니, 어느덧 오월의 긴 하루도 뉘엿뉘엿 해가 기울어 내려오는데, 응진전 주련의 글귀가 감명을 주기에 실어본다. “한정일발낭(閒情一鉢囊) 임조래상열(林鳥來相悅) 제천영리종(諸天影裏鍾) 공안욕화우(公案欲花雨) 산공화자개(山空花自開)“ 한가로운 마음 바랑속에 담아두고, 숲속에 날아드는 새들과 선정(禪定)의 기쁨을 나눈다. 종소리에 모든 천상의 가호(加護)가 떠오르고, 공안에 꽃비 내리고자 원한다면, 사상산(四相山: 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을 비우면 꽃은 절로 피리라. 즉 사상(四相)은 무상한 것, 나에 대한 집착과 우월의식(我相), 너에 대한 상대성과 차별의식(人相), 모든 시물에 대한 분별과 열등의식(衆生相), 내가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애착하는 마음(壽者相)을 놓지 못하는 것으로, 마음읕 비우고 선정에 들어 무상한 공(空 ,sunya)의 깨침을 얻어 라는 것이다. 산사의 밤은 고요하기보다 적막감이 돌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조작거리던 비도 걷히고, 푸른 잎들은 하늘거리며 윤기를 더 하였다. 가벼운 등산차림으로 용탑선원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니, 벌써 수많은 산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쳐 지난다. 한 시간 쯤 올라 마애불(높이7.5m어깨너비3.2m. 보물 제222호)을 친견하고, 숨을 돌려 다시 한 시간을 오르니, 눈 아래로 첩첩 산들이 구름을 이고 그윽하고 깊디깊다. 가파른 암벽 길을 타고 오르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 “伽倻山 牛頭峰 상왕봉 해발1,430m 陜川郡”이라고 새긴 푯돌이 의연하였다. 멀리 바라보니 동쪽으로 팔공산 비슬산이 늠연하고, 서쪽으로 백두대간인 덕유산, 금원산, 기백산이 지리산을 향해 달린다. 정상은 사방에서 올라오는 산인들로 너나없이 반갑고, 환희의 법석이었다. 정상에서 남녘 바라보면서 좌정하여 한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힘찬 맥박이 울리고, 유구한 민족의 혼이 서린다 달리는 운무(雲霧)는 산천에 어울고 이내 마음 깊음에 열락(悅樂)하니 연화(蓮花)의 향기가 가득 하도다 아! 대자연의 우렁찬 오케스트라... 한 마리 새가되어 나래를 펼치니 푸른 하늘에 둥근 해가 새 비추 누나. (곽욱열의 詩) 해인사에 오면 가야산 호랑이 성철스님(1912~1992,조계종종정)의 설파(說破)가 뇌리에 스친다. 생멸도 없고(不生不滅), 더럽고 깨끗함도 없고(不垢不淨), 불어나고 줄어드는 것도 없고(不增不感), 있고 없는 것도 없고(有無不二), 시비(是非)도 버린, 모든 양변을 버린 중도(中道)법문의 원만한 깨달음을 생각하니 무명(無明)한 이 마음을 깊게 만든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山只是山 水只是水)” “자기를 속이지 마라. 자기를 바로 보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남모르게 남을 도우라” 는 자비의 우레가 메아리친다. 하산하는 길은 다시 능선을 따라 산죽이 우거진 완만한 계곡 길로 내려오니, 바람결에 일렁이는 산죽의 정취(情趣)가 가야산의 인상을 더욱 깊게 하였다. 곽욱열 시인.수필가 2011계간<일원>등단. 한국문인협회부천문인회원.서울시우문학회원.한올문림회원.서울특별시시우회이사,부천시립도서관운영위원.(저서)차한잔의사색, 뿌리를찾아서, 삶의뉘앙스, 모닥불, 내마음의정토를찾아, 지혜로보는노자도덕경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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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숨 쉬는 깊은골 4호 발간
비영리법인 펄벅문학학교에서 발행하는 문예지 <문학이 숨 쉬는 깊은골> 제4호가 발간 되었다. 변변한 문학단체를 찾아볼 수 없는 펄벅마을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문학단체인 펄벅문학학교는 이 책을 발간하므로서 마을에 새로운 문학창작의 물꼬를 트고 있는 셈이다. 2023년 제3호가 출간되고 일년여만에 제4호가 맥을 이었다. <기획1 초대시>에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문효치 시인의 ‘별보기’ ‘금강산 가던 철길’ ‘갈대’ 세편의 시와 펄벅의 시 ‘Question(물음)과 Untitled(무제)가 실렸다. 떨어지는 모든 것이 다 절망일 수는 없다 가장 낮게 낮게 내려 오리려 더 빛나는 별을 본다 -문효치/'별보기' 中에서 <특집1 깊은골 운문>에는 펄벅 마을을 중심으로 지역의 시인들 권정선, 서금숙, 유미애, 이종헌, 정령, 정무현, 홍명근, 홍영수의 시가 각각 2편씩 실렸으며 정나래 시인의 동시와 양성수 시인의 디카시 및 디카시를 소개하는 글이 실렸다. <특집2 깊은골 산문>은 수필과 단편소설로 나누었으며 수필은 곽욱열, 이재학, 최숙미등 부천의 수필가들과 화가이며 시의원인 최의열의 글이 실렸다. 2023년 부천시 50주년 기념 시민문화예술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박희주와 2022년 부천신인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한 박미선의 단편소설 각각 1편씩이 있다. <기획2 별 닮은 펄벅아이들>에는 2022년 펄벅문학학교에서 운영한 어린이예술교육 프로젝트 ‘시야, 미디어랑 날자’ ‘메타버스에서 꿈을 창작해요’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 중 김지민, 구도연, 최다은, 김윤아, 박수정, 송윤서 등 아동들의 시를 추가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명유래가 나무가 울창하여 붙여진 것으로 깊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는 심곡본동의 이름에서 보듯이 평지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마을이고 길목마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과 심상치않은 전설이 스며있는 기픈구지에서 펄벅의 예술혼이 깃든 문학을 기반으로 문예지 출간은 훈훈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게 한다. 혼혈아동들을 위한 소사희망원을 운영하며 특별하게 남긴 펄벅의 예술혼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살아 있는 마을이기에 문예지 발간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양성수 용서 이번 책에 실린 양성수 시인의 디카시 이다. 디카시를 소개하는 글도 함께 보인다. 펄벅마을은 심곡본동과 송내동 일원을 일컫는데 송내동은 언덕과 마을 초입의 해묵은 소나무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소나무로 둘러싸인 안동네에서 연유되었다는 설이 있다. 소나무 마을 송내동과 유관한 소나무에 대한 곽욱열 작가의 수필도 눈을 끈다. 다음은 문학이 숨 쉬는 깊은골 제4호에 실린 곽욱열 작가의 소나무예찬의 일부분이다. ‘솔. 송목. 적송. 육송. 송유송(松油松). 청송. 정목(貞木). 출중목(出衆木). 백장목(伯長木). 군자목. 십팔공(十八公)등 많은 이명(異名)으로 출중함이 드러나고, 사목(社木)이라 하여 지배하는 영토나 국가를 표시하는 나무로 숭배를 받아 왔다. 모든 나무의 어른이기 때문에 고송(古松)은 숭배와 존경을 받고, 장생불사 한다는 해. 물. 돌. 산.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과 더불어 십장생의 하나로 꼽히고, 송수천년(松壽千年), 송백불로(松栢不老)로 칭송되기도 한다. 또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 매화와 함께 군자의 대우도 받고 있다.’ 곽욱열/ 소나무예찬 中에서 다양한 내용과 깊이있는 창작글이 가득 실린 제4집은 지역문인들의 활발한 창작과 문학활동의 결과로서 손색이 없다. 이책은 2023년 부천시 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지원금 액수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지원금 대상에 선정 된 것은 시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어서 운영진과 참여 예술인들에게 힘이 된다고 펄벅문학학교 임원들은 감사를 표했다. 제 5집이 발간될 2024년에는 어떤 향기를 발하는 문예지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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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발간과 출판기념회 소식 - '내 마음의 실루엣'을 출간한 김명숙 시인의 녹슬지 않는 꿈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에는 많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15일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 출판기념회를 겸한 문학강연을 연 김명숙 시인의 녹슬지 않는 꿈을 소개합니다. 김명숙 시인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화전놀이」가 공모 당선되었고,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천재교육)에 「새싹」이 등재되었다. 가곡, 동요 작사가이기도 하며 작품으론 가곡 「달에 잠들다」 외 45곡, 동요 「새싹」 외 80곡이 있다.시집으론『그 여자의 바다』와『내 마음의 실루엣』이 있다. 김명숙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제1회(사)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수상(동시 등단)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작시: 가곡 ‘달에 잠들다’ 외 47곡/ 동요 ‘새싹“ 외 80곡과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도전한국인대상(문학부분), 문예마을 문학상, 시흥문학상 우수상, 제5회 오늘의 작가상, 방송대문학상 수상 외 다수 ▲부천문인협회,(사)한국아동문학회, 고흥작가회 등 다수의 회에서 활동. ▲현)부천시노인복지관 작문강사, 방과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숙 시인 시집 발간과 출판기념회 소식 2023년 10월 15일 오후 3시~5시김명숙 시인의「내 마음의 실루엣」출판기념회 및 문학 강연이 경기도 부천 교보문고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내빈으로 참여한 박노진 교보문고 지점장, 국민 가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얼굴” 작곡가인 신귀복 작곡가, 최숙미 부천문인협회 회장, 조영훈 부천시 원미노인복지관 관장이 덕담과 축하의 말을 전했다. 북 사인회 출판기념회 1부는 문학 강연 및 북 사인회, 2부는 김명숙 시인의 시로 진행하는 시낭송과 시극, 시인이 작사한 가곡, 동요 공연이 있었다. 작가의 말을 겸한 문학강연 <꿈은 녹슬지 않는다.>에서 “어릴 적 꿈이 하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노래하는 가수(성악가), 그리고 잘했던 것은 글쓰기였고 노래 부르기였다.” 고 밝혔다. 역경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노래를 좋아해 성악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작사가가 되어 가곡 47곡, 동요 81곡을 지었습니다. 그리하여 노래를 성악가처럼 주업으로 무대에서 부르진 않아도 작사를 하여 음반에 수록되고 제 이름이 기재된 여러 곡이 방송과 무대에서 불러지고 있고 교과서에도 실리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꿈 또한 복지관, 학교 등에서 강사를 하고 있어 흡족 친 않지만 가르친다는 점에서 나름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 '고래의 꿈'은 수능 학습 저작물과 강남 인강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두 권의 시집을 펴내 오늘 여러분 앞에서 출판기념회 및 문학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제 꿈은 녹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귀복 작곡가 꿈은 찾고 두드리는 자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 그 기회가 나를 찾아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며,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고, 꿈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보시기 바란다는 인사 후 북 사인회가 열렸다. 2부 공연엔 시낭송가 민준기, 신영기, 문회숙, 이호봉이 출연해 김명숙 시인의 시(詩) <아리랑>,<밤의 눈>,<가지를 익히며>,<혼자가 아닌 여럿은>을 낭송하였고, 복사골 시낭송 예술단 이현주· 김성숙· 이희· 정나래 시낭송가들이 김명숙 시인의 시 <억새>, <어미>, <엄마바지>, <목욕재계>, <누름돌>을 각각 낭송하고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를 시극으로 꾸며 시 퍼포먼스를 선물했다. 신귀복 작곡가의 곡으로 김명숙 시인이 작사한 가곡 “산길에서, 그대 그리워, 어느 날 오후”와 동요 3곡이 있는데 출판기념회에선 “그대 그리워”와 “어느 날 오후”가 각각 연주되었고 소프라노 유미자 성악가의 <그대 그리워>와 <달에 잠들다(이재석 작곡)>, 베이스 이용찬 성악가의 <어느 날 오후>와 <비와 나그네(조원경 작곡)> 열창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단체사진 김명숙 시인이 작시한 동요 4곡이 연주되었다. 김종명 작곡가가 작곡한 <새싹>은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곡으로 부천상일초 3학년 최영연 학생이, 전준선 작곡의 <빗방울 여행>은 부천상일초 3학년 이지민 학생이, 오세균 작곡의 <통통볼>은 인천청호초 2학년 정다원 학생이, 김춘남 작곡의 <허수아비와 고추 잠자리>는 이지민· 최영연· 정다원 학생의 중창으로 합창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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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화재단 ‘2023 수주문학제’ 개최
시민과 문인이 함께하는 문학제와 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부천문화재단은 오는 10월 13일(금)과 14일(토) 이틀간 ‘2023 수주문학제’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수주문학제에서는 제25회 수주문학상, 제20회 부천신인문학상, 제14회 펄벅기념문학상 수상자가 함께하는 첫 통합 시상식을 진행한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3시부터 수주도서관 1층 다목적실1에서 진행된다. 오후 5시부터는 부천시민과 문인이 함께하는 ‘수주문학관 워크숍’이 수주문학관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워크숍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주문학상과 수주문학관의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14일에는 수주문학관 앞 고강선사유적공원에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릴레이 시 창작 체험 ‘누구나 시작(時作)’을 비롯, 수주 판화 시 엽서, 캘리그라피 책갈피, 논개 페이퍼 시어터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11월 30일까지 수주문학관에서 ‘2023 수주문학제’ 기획전시 「생시에 못 뵈올 줄 알았던 님을」가 함께 개최된다. 일제강점기, 문학으로 ‘독립’을 꿈꾸었던 저항시인을 주제로 한 전시로 일제 치하에서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민족시인 변영로 외 심훈, 한용운, 이육사 등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주문학제 관련 문의는 부천시박물관(032-320-6433~4)로 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www.bcf.or.kr) 혹은 부천시박물관 누리집(www.bcmuseum.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25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수주문학상은 부천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한국 근현대문학을 개척한 선구적 문필가인 수주 변영로(1897~1961)를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한 시 문학상이다. 올해에는 국내외 문학인 419명이 참여해 총 3천 354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단은 이번 당선작에 대해 ”생의 비의를 단단한 언어로 조합하여 역동적 풍경을 재생하는데 성공한 시“라며 ”삶의 리얼리티와 경험의 감각화가 감동을 주고, 자기만의 화법을 밀고 나가는 뚝심이 좋다“고 평가했다. 당선자 조수일 시인은 ”비극성을 희극 일관으로 빚어내신 수주 변영로 선생님의 올곧은 시 정신을 본받아 체득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며 ”수주 변영로 선생님의 찬란한 시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정진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겠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재단은 당선자에게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고 월간지 ‘현대시’ 10월호에 당선작을 게재한다. 조수일 시인은 2017년 『열린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제10회 동서문학상 시 부문, 제4회 항공문학상 시 부문, 제4회 등대문학상 시 부문, 제5회 김명배문학상 등에서 수상했다. 재단은 부천 문학의 내일을 열 새로운 작가들 5인제 20회 부천신인문학상 수상작 5편을 선정했다. ▲소설 ‘무당거미’(김동찬) ▲시 ‘둥지의 새들은 울지 않았다’(동경) ▲아동문학 ‘보라색 일기장’(한정민) ▲수필 ‘초승달과 샛별’(이명란) ▲극 일반 ‘24시 무인 주민센터로 오세요’(김효진) 이다. 이번 공모는 5개 부문 130명, 총 378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폭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경력을 지닌 미등단 문필가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은 소설 부문 당선자에 3백만 원, 시·아동문학·수필·극 일반 부문 당선자에 각각 2백만 원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부천신인문학상은 지역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문학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이래로 총 20회, 1백여 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한편, 재단은 제14회 부천펄벅기념문학상 수상자 28명을 선정했다. 각 부문 대상자는 ▲청년부 대상 ‘왕다정 외 2편’(장대성, 단국대학교) ▲고등부 대상 ‘기억력 나쁜 개구리’(이윤서, 전남과학고등학교) ▲중등부 대상 ‘점자블럭’(권하율, 남원주중학교) ▲초등부 대상 ‘하얀도화지’(이은서, 치악초등학교)이다. 펄벅기념문학상은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사회사업가인 펄벅의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2008년 제정되었다. 이번 공모는 1995년 이후 출생자 등 미등단 신인 및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으며, 각 부문 154명, 총 163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부천시박물관 김대중 관장은 “수주문학제와 다양한 문학상 운영을 통해 문학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가며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의 문학 창작 기반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학상 당선자와 세부 내용은 부천시박물관 누리집 (www.bcmuseum.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수주문학제 안내: http://www.bcmuseum.or.kr/bbs/board.php?bo_table=bo_04_02&wr_id=54 ※수주문학상 당선자, 심사평: http://www.bcmuseum.or.kr/bbs/board.php?bo_table=bo_05_01&wr_id=133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자: http://www.bcmuseum.or.kr/bbs/board.php?bo_table=bo_05_01&wr_id=138 ※펄벅기념문학상 당선자: http://www.bcmuseum.or.kr/bbs/board.php?bo_table=bo_05_01&wr_id=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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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주 작가, 제1회 부천문화예술대상 수상
2023년 10월 5일 6시 30분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부천시 제50주년 기념식장에서 박희주 작가가 제1회 부천시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하였다. 문화예술대상 수상 후 박희주 작가(좌)가 조용익 부천시장(우)과 악수 하고 있다. 부천시 문화예술대상은 부천시 승격 50주년을 맞이하는 2023년부터 매년 1명 만을 선정하여 문화도시 부천시의 위상에 걸맞는 권위를 부여하도록 조례를 개정하여 새롭게 출발하도록 한 바 있다. '향토문화 창달과 지역문화발전을 위하여 공천한 부천시민에게 수여한다'는 조항의 자격요건에 더하여 '문화예술관련 기관, 단체 및 시민 30인 이상 연서'로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등으로 절차를 강화하여 수상자의 선정에 공정과 신중함을 첨가하였다. 박희주 작가 박희주 작가는 컨텐츠, 미술, 종합예술 등 여타의 추천된 여러 후보자와 더불어 문화예술위원회 소위원회 1차 심사와 각 부문의 전문가, 교수 등으로 선정된 최종 문화예술위원회 2차 심사를 거쳐 제1회 부천시문화예술대상자로 선정 되었다.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2008년)" 안낭아치(2016)"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2020년)" 3편과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2013년) "이 시대의 봉이(2013년)"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2018년)" "절벽과 절벽 사이를 흐르는 강(2021년)" 등의 소설집 외에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 "네페르타리" 등 2권의 시집을 저술한 중견 작가로 2021년에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중편소설 '13월의 여인')과 제8회 박종화문학상(중편소설집 '절벽과 절벽 사이를 흐르는 강')을 수상하였다. (사)한국문인협회부천지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박희주 수상자는 부천시가 주관하고 시상하는 '부천 디아스포라문학상 운영위원' 재임 시 제2차 디아스포라상문학상을 수상한 "파친코(이민진 저. 2017)"를 추천할 때 자비로 10여권 이상의 서적을 추가로 구입하는 등 부천시가 추진하는 디아스포라 문학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 주위의 문학인들에게 귀감이 된 바 있다. 박희주 작가 후진 양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부천시내에 수십여명의 후진을 양성함은 물론 비영리단체인 펄벅문학학교의 교장을 맡아 어린이 문학 교육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제1회 부천문화예술대상 수상 소감(박희주) 지금까지 문학활동을 하면서 몇 가지 상을 받긴 받았습니다만 이 부천문화예술대상만큼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과연 적격자인가, 고민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 상은 제가 추구하는 소설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장르마다 내로라하는 분들이 즐비합니다. 더군다나 1회에 단 한 명이라니요? 그분들에게 송구한 마음과 더불어 책임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작가로서 특히 소설가에겐 세 가지 빚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첫째가 고향에 대한 빚이고, 둘째가 만나고 헤어진 모든 인연에 대한 빚이며, 세 번째가 사는 곳에 대한 빚입니다. 저는 엉겁결에 부천으로 와 30여 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엉겁결에 오긴 왔지만, 말없이 나를 받아준 부천에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상을 받음으로써 저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습니다. 부천시가 제게 족쇄를 채워버린 겁니다. 부천문인협회는 부천에 정착하여 사는데 큰 힘이 돼준 곳입니다. 오늘의 영광은 순전히 최숙미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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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에게
- 제2회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시상식이 22일 신축 부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렸다. 수장작 - 파친코 금년도 디아스포라 문학상 수상작은 재미작가 이민진(54세)의 "Pachinko(2017. Head of Zeus) 로 이미정(2018. 문학사상), 신승미(2020. 인플루엔설)에 의해 각각 변역되었다. 출간 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으로 아쉽게 수상을 놓친 작품이면서 지난해 제1차 부천디아스포라 문학상 심사시에도 최종후보작으로 검토 되었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로 부터 현재에 이르도록 아프고 힘들었던 삶을 살아온 4대에 걸친 한인 가족의 역사를 그린 이 작품은 끊임없이 자신의 근거를 옮기면서 각각의 삶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견뎌 온 또 다른 외방인의 슬프고 처절한 적응을 그린 작품이다. 이민진작가 "한국인이 일본의 승리를 원했나?""절대 아니지, 그렇다고 일본의 적이 승리 했다고 한국인에 뭔 일이 일어날까?" 일본에 남은 한인들의 처지를 그린 이 말로 해방을 맞은 한국인과의 시각차이가 각각의 삶에서 보는 관점의 차이를 슬프게 드러낸다.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공포없는 전쟁이 없는 사회"를 희구하면서 "어떻게 전쟁으로 부터 집을 잃고 갈 곳 없이 헤메는 난민이 없게 할까?"에 대하여 고민할 것을 촉구하였다. 작가는 이들 난민에 대한 책임이 선진국들과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있다는 점을 눈물로 지적하였다. 그녀는 또한 기독교든, 이슬람이던, 카톨릭이던, 불교든 무엇이던 간에 종교, 인종, 사상의 차이를 넘어 문학이 이 모든 경계를 넘어 펑화로 다가가는 노력의 선두에 설 것을 촉구하였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디아스포라가 부정적인 의미로 씌여 진 적도 있으나 현대에서는 모국(homeland)과 현재의 자신의 위치(이주지, 이민지)에 대한 연관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곳에서 각자의 방식에 따라서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는 면에서 문화의 발전과 융합에 의미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박희주 소설가 이 책을 추천한 소설가 박희주(부천문인협회 전 회장)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첫 문장인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어도 상관없어)를 지목하며 모든 소설가는 첫 문장을 고심한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파친코의 첫 문장은 여기에 들어있는 모든 서사를 압축하고 암시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정말로 의도한 문장인가? 라고 질하였다. 이민진 작가는 "그렇습니다."라고 명쾌하게 인정했다. "나는 논쟁적으로 첫 문장을 쓴다.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던지 겁내지 않는다."고 서두를 뗀 후 "보통 사람들이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면에서 나는 첫 문장을 압축적이고 논쟁적으로 쓴다."고 부연했다. 부천디아스포라 문학상은 2017년 "부천시가 UNESCO문학창의도시" 지정을 받은 이후 창설한 문학상으로 "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다"라는 주제로 현대적 의미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을 위주로하는 작품을 수상 대상으로 한다. 작가와의 만남 당초 유대인이 타국에 흩어져서도(특히 바빌론유수 이후의) 자신들의 집단 정체성을 유지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디아스포라"에서 유래 된 것으로 "~너머(dia)"라는 의미와 "흩 뿌리다, 퍼트리다_spero)"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국외로 추방된 소수의 집단 공동체나 정치적 난민, 이민자, 소수 인종 등과 같은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게 되는 한편 정치적 박해자, 전쟁으로 인한 난민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칭으로 흔히 사용된다. 이민진 작가 부천디아스포라 문학상은 작가에게 5,000만원 그리고 번역작가에게 1,000만원의 상금을 각각 상패와 함께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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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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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에 시인 정월향의 - 그런 온도
- 부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정환)은 제24회 수주문학상과 제19회 부천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에 시인 정월향의 「그런 온도」를 선정했다. 수주문학상은 부천과 인연 있는 시인 수주 변영로(1897~1961)를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한 시 문학상으로 이번 공모에 전국 문학인 374명, 총 3천 20편의 작품이 접수 됐다. 심사위원단은 이번 당선작에 대해 ”구체적이고 신선한 감각을 활용해 단순한 이미지스트(imagist, 20세기 초 시각적 형상이 주를 이루는 명료하고 간결한 형식의 시를 쓴 일군의 영미 시인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현실적 문제에 근접하는 주제 의식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며 ”시인의 시선이 일상의 사물과 현상에 착목해 이미지를 포착하면서도 감각적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는 동시에 현실에 밀착하는 의미를 개입시킬 수 있는 사유와 표현의 밀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당선자 정월향 시인은 ”논개의 고장 진주에서 시작한 시의 여정이 ‘논개’를 쓰신 수주 변영로 선생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니 신기하다“며 ”앞으로도 배우는 마음으로 0의 자리에 있겠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재단은 당선자에게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고 월간지 ‘현대시’ 10월호에 당선작을 게재한다. 정월향 시인은 2019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2021년 진주 가을 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정월향 시인 (당선시) 그런 온도 정월향 보수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을 바꾸면서 털이 부드럽고도 성가시구나 생각한다 실업급여 신청하는 일, 혹은 당신에게 주말 시간을 물어보는 일, 혹은 다음에 밥 먹자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안정의 문제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비비고 다리를 움찔거리고 귀를 편안해하는 어떤 순간은 누군가 안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이것은 온도의 문제, 추울 것이 뻔할 때에 굳이 나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온도는 비와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장마가 오거나 종아리를 적시거나 돌멩이가 튀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나무는 나무만큼 풀은 풀만큼의 비를 갖는다 눈곱을 떼주던 손가락을 고양이는 기억한다 이마에 붙은 털을 손가락은 기억한다 그런 시간은 향긋하다 향기를 적은 목록에다 별 세 개를 띄우고 젖은 채로 잠들거나 하늘을 향해 숨을 고를 것이다 문제마다 푸른 빛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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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에 시인 정월향의 - 그런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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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수필 - 관곡지 / 정수옥
- 탐험의 낭만과 머묾의 의미를 주는 곳은 고향인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곳을 좋아한다. 정착하지도 탈출하지도 못하는 도시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각박한 삶을 뒤로하고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나에게는 고향이 토포필리아다.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을 일깨우고 자극하는 이색적인 곳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재생성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관곡지 연꽃 / 자료사진 나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동네를 좋아한다. 내게 자부심을 갖게 해준 곳이다. 처음부터 동네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십 년은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살았다.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기보다는 정이 가지 않았다. 동네에는 열무 시금치 정도의 채소와 과일을 진열해놓은 슈퍼한 곳과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올 정도의 식당들이 있지만, 오가는 이들이 없으니 여름이나 겨울이나 9시면 문을 닫아 더 조용할 뿐이었다. 영화라도 한 번 보려면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차를 타고 도심으로 나가야 했다. 어둠이 일찍 내려앉고 인기척도 없는 시골의 한적함과 고요는 유폐되듯 일상에 지루함만 더했다. 생활인으로 살다 보니 어느새 편리에 물들어 버려서일까. 문명의 이기를 위한 인간의 욕망은 손닿지 않는 아득한 곳을 향해 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시흥 관곡지에 연밭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과의 첫 만남은 설렘이다. 심장이 빠르게 움직였다. 연밭은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자색 안개를 피워놓곤 한다. 굽실거리는 저 연록의 환호, 크게 호흡하는 잎과 잎새들, 연록의 하늘은 어찌 그리도 푸르며 구름은 또 얼마나 유유한 모습이었던가. 내가 사는 곳에 비로소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다. 푸름과 정취를 갖춘 연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마을 뒤 작은 산길을 돌아 두 정류장 정도 걸어 들어가면 연밭이 펼쳐진다. 코끼리 귀처럼 커다란 잎사귀가 서로 맞닿아 있어 넓은 바다를 보는 것 같다. 관곡지 연꽃 / 자료사진 큰 연꽃만 있는 건 아니다. 작고 아담한 색색의 수련도 있다. 비가 오는 날 가만히 연잎을 보고 있으면 무슨 교훈을 주는 듯싶다. 하얀 물방울이 어느 정도 차면 잎을 살짝 한 쪽으로 기울여서 또르르 흘려버리는 걸 보고 내 삶도 그리 살리라 생각했다. 인간은 장소를 만들고 장소를 사랑하는 종이다. 보편주의적 사고가 주목을 받고부터 살기 바빠서 자연에 눈 돌릴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여유가 좀 생기면서 어떤 장소에 있는 것보다 장소로 가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요즘 살아가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물에 무심할 수다 없다. 풀꽃이나 그냥 스쳐 지나는 미풍이나 민들레 씨앗일지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입구에는 큰 건물이 하나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많은 양의 책은 아니지만 동화, 소설, 에세이집이 진열돼 있어 독서도 할 수 있다. 옆에는 미술관도 있고, 지친 심신을 쉬어 갈 수 있게 해주는 카페도 있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말린 연근, 연두색 연찹쌀떡, 연잎차, 연아이스크림 등 연과 관련된 것을 판매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유롭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사람들은 딱딱한 콘크리트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기 마련인지, 연꽃이 한창 필 칠월 말에서 팔월 초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다. 등이 트기 전에는 사진작가들이 많다. 꽃이 피는 순간을 찍기 위해 좋은 자리 잡으려고 분주하다. 집중해서 사진 찍다 보면 어느새 해가 솟아 올라와 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도 모여든다. 주인 따라 나온 애완견도 탐스럽게 핀 꽃을 보며 한껏 즐기다 돌아간다. 해가 중천에 뜨면 올망졸망한 유치원생들이 병아리들처럼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연꽃을 구경하는 모습이 연꽃만큼 사랑스럽고 예쁘다. 관곡지 연꽃 / 자료사진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가는 걸 보면 시흥연꽃이 많이 알려졌나 보다. 연꽃 발원지가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초, 최대, 최고란 항상 그 고유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탐색하게 만든다. 경기도 시흥 관곡지가 우리나라 연꽃 발원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조선시대 세조 9년 최초의 농학자인 강희맹이 중국 남경을 다녀오면서 연꽃씨를 얻어다가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심은 연꽃이 자라지 않아 아홉 명의 관리인까지 상주시켜 번식에 성공했다하니 그분의 연꽃 사랑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시험재배가 성공하면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으리라. 그 후로 사위인 권만형이 이어받아 지금의 관곡지로 계승 발전시켰다. 연밭을 따라 물왕리 저수지 쪽으로 칠백 미터를 걸어가면 강희맹의 묘와 신도비가 있고, 묘 반대쪽으로 가면 사위 권만형의 옛 기와집이 있다. 관곡지 최초의 기와집이란다. 강희맹의 애국심에 거듭 감읍하며 연꽃 발원지인 관곡지를 둘러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관곡지를 애정을 가지고 보니 흐르는 바람처럼 떠도는 구름처럼 살고 싶어진다. 시나브로 적셔지는 연꽃 향기, 그로 인해 내게서도 푸른 물이 드는 듯하다. 나는 결과가 좋은 처음, 최초, 시작 같은 이런 단어를 좋아하나 보다. 이렇듯 사는 곳이 발원지이고 최초를 만들어 낸 학자 강희맹의 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럽다. 관곡지에 서 있으니 순일한 정감의 파장을 일구는 연꽃들의 빛깔부터 은은하다. 순하디순한 꽃잎에 어린 여린 향, 오히려 조심스러울 만치 청정한 눈부심이 허심을 비워내는 산 노을빛의 무게를 연상케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발원지를 알았으면 좋겠고, 많이 찾아와 구경하고 돌아갈 때 방금 캔 연근도 한 손 가득 사갔으면 좋겠다. 정수옥 수필가. 한국방송통신대국어국문과 졸업. 계간《에세이문예》등단.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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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수필 - 관곡지 / 정수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