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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빈자리/홍영수
    ♣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지정 1주년을 맞은 2018년 10월부터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빈자리/홍영수    냉기를 머금은 침대 하나 하얀 시트 위에 적막함이 누워있다. 깊게 파인 육순의 자국 위에 귀를 기울이니 떠나지 못한 당신의 심장 소리 여전히 들려오는 듯 창문 틈새로, 바람을 안고 들어온 차가운 체온이 침대 위에 눕는다. 온기 없는 온기가 따스하다. 숨소리 잃은 베개를 당겨 안으니 한숨에 실린 베갯잇이 긴 한숨을 짓고 메말랐던 눈물 자국이 촉촉한 눈물을 흘린다. 한 생이 저물기 전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이제야 당신의 고단했던삶의 한 자락을 휘감으니 따스한 그림자로 가만히 다가와 타오른 그리움의 내 가슴을 감싸준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움푹 들어간 베갯속의 허전함을 아직도 세탁하지 않은 침대보에 스며든 고단한 숨소리를 곁에 없어 더 사랑하게 되는 이 절절한 모순 앞에 나의 심장에서 잊혀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지워지는 두려움을 꽉 찬 공허의 그리움으로 동살 잡히는 새벽녘까지 당신으로 하얗게 지새운 밤이다.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홍영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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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4
  • 눈 먼 사랑/이천명
    ♣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지정 1주년을 맞은 2018년 10월부터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눈 먼 사랑/이천명    사랑에 눈이 멀어 눈 먼 사랑을 한다   백일의 해맑은 눈동자 허공을 맴돌다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쿵, 첫사랑이었다   웃는 모습 활화산 되어 가슴에 피고 웃음 소리 귓가에 맴돌지만   함께 해서 더 황홀했던 순간도 세월 지나고 보니 그것은 가슴 아픈 짝사랑이었나 보다   밤을 새워도 한 줄의 기막힌 문장이 오지 않는 날들   첫사랑은 눈 먼 사랑으로 자라나 세월 담은 기다림만 가득하다    산문집. <섬 그리고 자유>. 산과들. 2013   ---------------------------------------------------   나는 너에게로 가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욕망은 앞서지만 안타까움 속 닿을 수 없는, 어릴 적 목숨도 바칠 것 같은,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사랑, 그 순간만은 분명 진실이었을 것이다.   어쩜, 살아가면서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순수와 진실한 사랑은 딱 한 번, ‘첫사랑’이 아닐까. 그렇기에 화자는 ‘해맑은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심장이 쿵’ 하는 ‘첫사랑’이라고 단정 짓는다. 사실 살아가면서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지만,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첫사랑만큼 무의식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몰의 서해에서 바라보는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괜스레 눈시울이 적셔지고 눈으로 노을 한 점 당겨 와인 잔에 부어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곧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관념 때문이리라. 사라지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 머문 상태라면 굳이 넋 놓고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변치 않는 것은 없다. 변하기에 아름답고 변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울 수가 없다. 사랑, ‘첫사랑’, 또한……   인간에 대한 사랑도 바로 그러한 성정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눈 앞을 가리고, 뭔가 낀 눈먼 사랑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미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는 걸 미리 짐작하기에 화자는 시제를 ‘눈 먼 사랑’이라 했고, “눈먼”의 맞춤법마저 일탈해서‘눈이 멀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눈 먼’이라 띄어쓰기를 했다. 인간은 사랑할 때는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첫사랑’이라면야.   시인이 되려면 화산의 불구덩이로 빠져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얼마나 웃는 모습이 심쿵했으면 ’활화산 되어 가슴에 피고’라고 할까. 그리고 웃음소리는 활화산에서 쉼 없이 뿜어져 오르는 마그마의 뜨거움이 되어 귓가에 맴돌았을 것이다.   ‘첫사랑’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다가올 때도 있지만 중고시절에 이웃집 오빠, 또는 친구의 오빠를 친구 몰래 만나게 되는 것이 대체로 일반적인 첫사랑의 방식이다. 첫사랑! 세간의 말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렇기에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며 그 고통을 넘어서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이성 간에서 오는 고통 속 쾌락, 은밀하게 마음을 휘어잡고 관통하며 지속시키는 내적 충만감. 라깡이 말한 “주이상스(jouissance)”다. 그래서 화자는 함께 해서 ‘황홀했던 순간’이 세월 지나 ‘가슴 아픈 짝사랑’ 곧 ‘첫사랑’ 라고 한다. 참혹한 기쁨의 첫사랑.   필자의 중고등 시절은 펜팔이 대단히 유행했다. 말 그대로 오직 펜으로 남녀 사이에 주고받는 편지이기에 초 멋진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 밤새워 글을 쓴다. 그러나 아침에 다시 읽어보면 유치함을 넘어 찢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때 그 시절의 펜팔이라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 문학지망생들에게 초석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디오의 주파수에 귀를 기울이고, - 혹시 편지가 올까 하는 마음에 - 시선은 동구밖에 서성이고. ‘밤을 새워도’, ‘기막힌 문장이 오지 않는 날들’의 화자의 심상을 보면 다분히 공감할 수 있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사람은 항상 첫사랑에게 돌아간다”라는 어느 나라 속담이 있다. 시인의 세월을 지팡이가 짚고 가는 지금, ‘세월을 담은’‘기다림만 가득하다’고 한다. ‘첫사랑’,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그 첫사랑의 행복은 이미 깃을 잃고 추락한 행복일 뿐이다. 천하의 백거이도 - 첫사랑이었던,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했던 - “남몰래 이별”하는 사랑을 했다.   潛別離/白居易   남몰래 이별해야 하기에   울 수 없어요 남몰래 이별해야 하기에 말할 수 없어요 남몰래 사랑해야 하기에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몰라 깊은 새장 한밤에 갇혀 홀로 깃든 새 봄날 날카로운 칼날에 잘린 연리지 황하 강물 탁하지만 맑아질 날 있고 까마귀 머리 검지만 희어질 날 있으리 오로지 남몰래 이별해야 하기에 우리 만날 기약 없음을 감수해야 하리   시인, 문학평론가 홍영수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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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1
  • 바깥잠/ 구미정
    ♣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지정 1주년을 맞은 2018년 10월부터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바깥잠/ 구미정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까맣게 쏟아진 날 바깥잠 사내가 버스에 올랐다 등에 짊어진 커다란 배낭과 양손에 들린 보따리보다 무거운 버스 요금 앞에서 지갑을 두고 왔다고…… 요람처럼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을 본다 툭! 툭! 떨어지는 물방울 젖은 신발이 된 사내는 눈 감아야 보이는 세상으로 걷는다. 흔들흔들 기점을 돌아온 원점 눈 뜨면 보이는 세상으로 바깥잠 사내가 내렸다 비를 몰고 바람이 휘돌아 간다   * 월간 시 31회추천시인상     -------------------------------------- 스스로, 아님, 사회적 제도, 또는 의도치 않게 소속된 집단에서 떨어져 나온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인생이 끝났다거나, 낙오되었다고 할 수 없다. 스스로 떨어져 나오는 경우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타인에 의했을 경우는 힘들겠지만, 스스로 마음을 접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바깥잠 사내가 버스에 올랐다”. 화자는 예고 없이 내리는 비를 “까맣게”쏟아진다며 왠지 어두운 분위기를 예감한다. 그때 “등에 짊어진 커다란 배낭”과 “양손에 들린 보따리”그 무게가 버스 요금보다 무겁다고 하는 “바깥잠”이 승차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어쩜 IMF 이후부터 우리의 주변, 특히 지하철 역, 공원의 벤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등에 얹힌 짐”과 “양손에 든 짐”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속에 옷가지와, 딱딱한 바닥에 펴고 자야 할 이불 같지 않은 이불 등이 순서도, 질서도 없이 빼꼭히 들어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저들이 살아오면서 일구고 가꿔놓은 삶의 텃밭과 경작지, 그 위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화자는 이미 그러한 점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지갑을 두고 왔다고……”하는 그의 말이 차라리 ‘하얀 거짓말’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줄임표(……)”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언어 너머의 뜻(言外之意)을 알아차린 시인은 신호등의 불빛처럼 번뜩이며 반짝이는 시선으로 “바깥잠”의 내면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시인은 머리로 사는 게 아니라 심장의 고동으로 사는 사람이다.   내가 스스로 비참하게 된 것은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나 스스로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화자의 시선은 “요람처럼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다. 대중교통인 버스를 운행하면서도 “바깥잠”을 살펴보는 화자는 버스 요금을 내지 않고 승차한 ‘무임승차’너머의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출근길 내리는 비의 모습을 “툭!/ 툭”’으로 행갈이 해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의 느낌을 더해주었고, 또한 “툭”이라는 단어 옆의“!” 은 빗방울을 형상화 시킨 일종의 상형의 그림시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It’s raining」처럼 도형화시켜 “바깥잠”의 메마르고 황폐한 그의 가슴속에, 그리고 영양실조 걸린 고요한 혈맥에 한 줄기 수액으로 내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빗줄기의 리듬을 자장가 삼은 그가 잠이 들었다. 흔들리는 의자 위에서 자는 쪽잠일지언정 어쩜 그는 “호접몽”을 꿈꾸지는 않았을까. 왜냐면, 어린 날의 기억들이 꿈속에서나마 떠올라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어난 그는 나비가 나였는지 내가 나비였는지 비몽사몽간에 기점으로 돌아온 버스에서 “눈 뜨면 보이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욕망으로 가득한 숨을 허공을 향해 내쉬고 있는 세상 속으로. 사회적, 또는 일반적인 눈으로 볼 때 좀 허름하고 허술하게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과 정신까지 허름, 허술하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이다. 인간의 정신은 보여지는 것과 보이는 것 등이 단순하지 않다. 커다란 저택에 살든 지하 쪽방에 살든, 삶의 장소는 중요치 않다. 그렇기에 본질을 떠나 피상적이고 외형적인 것으로 가치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이러한 점을 익히 경험했던 것 같고 더 나아가 스스로 내면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살아가는 지혜는 내 삶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록 가난할지언정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우아할 수 있는 누구의 말대로 ‘우아한 가난’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또한, 돈이 없으면 대체수단을 통해서 실천해야 한다. 참으로 어렵고 어렵지만 어찌하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되지 않은가?   디오게네스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줄이기 위해 노숙인보다 못한 생활을 자처했다 한다. 그 어딘가 알 수도 없는 곳으로 홀연히 떠나려고 할 때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의 소유를 거부해버리는 게 그의 삶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보는“바깥잠”은 노숙인의 삶으로만 반드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표층적인 그의 겉모습이 아닌 심층적인 내면에는 또 다른 디오게네스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스토아학파에서 추구했던 “가지지 않은 것처럼 가져라”라는 삶의 방향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수준 이하의 경제적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인간성마저 말살과 동의어로 부추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바람이 비를 데리고 휘돌아 가게 하고 있다”젖지 않고, 춥지 않게. “바깥잠”을 향한 화자의 시선이 따스하다.     시인, 문학평론가 홍영수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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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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