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성포구
고깃배가 들어오지 않은 포구는 쓸쓸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고
한 때는 북적대는 포구였지만 지금은 쓸쓸한 기운만 감도는 인천 북성포구를 찾은 건 춥고 흐린 날 저녁 무렵 이었다. 하늘이 좋지 않으면 갈 필요가 없다고 할만 큼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흐린 날씨는 적막함과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 시키고 있어서, 노을 사진을 못 얻더라도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엔 더 좋은 날이었다.
북성포구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수산물이 유통되던 포구인데, 1970년대부터 연안부두로 어시장이 옮겨 간 뒤 점차로 포구기능이 약해졌고 1980년 대 부터는 야적장과 공장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 좌측엔 물길이 형성 되어 있어 안전 철책이 설치된 길을 따라가면 선착된 어선들과 목재 공장들이 보이고, 우측엔 둥근 기둥 같은 모습의 대한제분 건물이 이어져 있다.
포구를 찾아 간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통나무들과 그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는 지게차가 이동하는 모습하며, 공장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며 특이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포구 인근에 목재를 가공하는 공장이 들어선 것뿐인데, 어쩐지 적막한 포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재 가공공장 안은 목재를 생산하느라 활력 있는 곳일지 모르겠으나 그 겉은 검은 연기만 무심히 쏟아져 나오는 인적조차 없는 넓은 공간에 불과한 까닭이다.
포구로 들어서도 쓸쓸하고 조용한 건 마찬가지다. 북성포구가 아직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은 포토 그래퍼와 낚시꾼들의 명소인 탓도 있지만, 물때 따라 배들이 여전히 들어오고 아직도 파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시" 하면 박경리의 같은 제목의 소설이 떠오르는데 이제 막 잡아온 고기를 배위에서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서해 쪽 방조제에선 파시가 꽤 성행 하는데, 북성포구도 파시의 명맥을 여지 것 이어오고 있으나 지금은 물때가 아닌지 조업하러 나갈 그물만 눈에 띠고 몇 척의 작은 고깃배들만 정박되어 있다.
고깃배가 들어오지 않은 포구는 쓸쓸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고 지저분하게 물건들이 흩어진 선착장에는 낚시꾼만 드믄 드믄 서 있다. 그래도 어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고, 상점 앞에 선 이들이 생선들을 흥정하는 광경을 보니 시간을 맞춰오면 파시도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포구임을 실감하게 된다. 날씨도 춥고 하늘도 음울 하지만, 상점 앞 가판대에 누운 생선을 보니 회든 찌게든 두둑한 먹을거리가 생긴 것 같아 한 순간 안온함이 느껴진다.
줄에 꿰어져 찬바람을 맞으며 건조되는 생선들, 텅 빈 내부를 드러낸 채 언제 바다로 향할지 몰라 소리 없이 서 있는 어선들과 필시 바디를 향해 던져질 배위의 그물들이 여느 포구와 비슷하게 정적이고 아늑한 풍경을 보여주지만, 조업 하는 생동감이 없어서일까 북성포구는 머무는 내내 풍경만 있고 움직임이 없었다. 북성포구를 패쇠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하니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발끝까지 와 닿는 쓸쓸함이 아쉬워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호젓한 분위기로 풍경을 즐기다 포구를 나오면, 10여분 거리에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촤이나 타운이 있어 하루에 대조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그리고 다른 먹거리를 맛볼 수도 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