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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카프라이스

남돈우의 영화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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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2.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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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 워싱턴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른바 ‘묻지마 총기 살인사건’으로 10여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부모는 자식이 병이 나면 며칠 밤이고 자식의 옆에 앉아 밤을 새운다. 가족은 언제나 사랑이 중심이고 때문에 가족은 힘의 원천이다. 세계인권선언의 16조 3항에는 가정의 의미와 권리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현대사회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이기 때문이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우애도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랑과 우애의 자리에 경제적 조건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영화 ‘블루 카프라이스’는 가족과 단절된 소년이 어떤 경로를 통해 범죄에 이르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총을 구입하는 일은 술을 사는 것보다 더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마다 다르지만 술 판매는 21세 미만에게 엄격하게 금지되는 반면에 총은 나이 제한 없이 구입해 소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조승희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워낙 충격이 큰 탓이었지만 막상 미국에서는 마치 교통사고처럼 흔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해마다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영화는 가정과 사회라는 울타리를 상실하고 점차 소시오패스(sociopath)화 되어가는 이들이 장차 어떤 비극을 만드는지 절제된 영상을 통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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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카리브해(The Caribbean) 안티과(Antigua) 섬, 어머니는 돈벌이를 하겠다며 16살 소년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집을 떠난다. 아들은 고아처럼 외롭다. 세상에는 많은 울타리가 있다. 그 울타리 중에서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부모라는 울타리다. 하지만, 어머니가 보고 싶어 편지를 썼지만 주소를 몰라 불태웠다는 소년의 대사에서 무너진 울타리를 실감할 수 있다.
우연히 소년의 처지를 알게 된 존은 소년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로 데려간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소년, 성인사회에서 버림받은 존, 이들은 서글픈 부자관계가 되었다.
존은 이혼한 아내에게 접근 금지령을 받은 뒤 일상적으로 분노한다. 복수심에 가득 찬 존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사람들과 사회를 향해 말했다.
 
“악마가 있을까? 사람들이 악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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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다가 존의 친구인 ‘레이’를 만난다. 레이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숲에 가 사격연습을 하려던 참이다. 두 어른은 16살 소년에게 총 쏘는 법도 가르쳐 주고, 소년의 타고난 사격솜씨에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느날 소년은 한 가게에서 콩고기 버거를 훔친다. 화가 난 존은 소년을 숲으로 끌고가 나무에 묶고 떠나버린다. 비가 내리는 밤, 소년은 간신히 끈을 풀고 돌아온다. 존은 되돌아온 소년에게 협박하듯 말했다.
 
“내가 너를 보호하니 너도 나에게 무엇을 해 줘야 하지 않느냐.”
보여 줘야 할 그 무엇이란 살인이다.
“악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줘, 사람들을 도살장으로 보내 줘.“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 받은 소년을 거두어준 아버지, 오직 그만을 의지하며 건조하게 사는 소년에게 이 말은 지상명령이었다.
소년은 존이 증오하던 여인을 살해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존은 소년에게 거듭 살인을 부추겨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
피살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 차량을 구입한 뒤 존은 소년에게 운전을 가르친다. 살인여행을 위해서다.
존은 운전을 하고 소년은 거리 곳곳에서 살인 기계가 되어 범죄를 저지른다. 살인에 대한 자신감은 내면에 더 큰 악마를 불러들인다.
 
“경찰은 폭탄을 사용해 날려 버리자.”
“캐나다 숲에서 아이들을 훈련 시켜 미국 전역에서 사고를 일으키자.”
“하루 5,6명씩 30일간 무작위로 계속 살인을 저질러 세상을 겁먹게 하자.”
 
살인여행은 성공한다. 성공 비결은 소년이 개조한 차량트렁크 안에 들어가 마치 저격수처럼 총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범죄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밝혀지게 마련이다. 주차장에서 잠을 청하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묻지마 살인의 폭주는 멈춰 선다.
5개월 후 그레이모어 주립 교도소. 소년을 면회 온 변호사는 묻는다. 죽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돈 때문에 죽였느냐? 복수심 때문이냐? 어떤 믿음을 가지고 한거냐? 등. 소년이 침묵하자 대답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고 간청한다. 소년은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다가 짧게 묻는다. 가족의 사랑을 찾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아버지, 어디 있어요?”
 
자기가 죽인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인과응보가 빗은 살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스트 샷,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소년. 세상을 향한 분노의 눈, 사랑이 소거된 세상에 대한 저항의 눈이다.
 
절제된 움직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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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카프리스’는 범인들이 타고 다니던 1990년형 푸른색 쉐보레 카프리스에서 이름을 땄다.
영화는 연속 살인을 다루고 있지만 지루하고 밋밋하다. ‘영화(movies)’, ‘활동사진’(motion pictures)‘, ’움직이는 그림(moving pictures)‘등 영화는 동작이 가장 중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시네마(cinema)‘라는 말도 ’동적인(kinetic)‘, ’역동미(kinesthesia)‘, ’안무 (choreography)‘라는 말들과 마찬가지로 <동작>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은 지극히 정적이다. 연쇄살인을 소재로 하면서도 움직임은 평가절하되어 있다. 절제된 움직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극적 반전이 없어 건조하다. 정통 서사구조와 자극적인 화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울림을 갖기 힘들어 보인다.
감독을 맡은 알렉산드르 무어스(Alexandre Moors)는 각본, 편집까지 일인삼역을 했다.
연기는 이사야 워싱턴(Isaiah Washington, 존 무하마드 분), 테콴 리치몬드(Tequan Richmond, 리 보이드 말보 분)이 맡았다.
2013년,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첫 선을 보였다.
2013년 미국에서 제작. 영화시간 93분.
 
글/남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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