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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시인(부천문인협회 부지부장)-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분 수상

'산다화 조리다 남도 삼백리를 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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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1.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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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인협회의 부지부장이며 부천문학편집을 맡고 있는 김성배 시인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었다. 쌀쌀한 기온이 목덜미를 스치는 날씨가 연일 지속되던 2019년 110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시상식이 있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올해로 69년의 역사와 280여명의 문인을 배출한 전통이 있는 문학상으로 우리나라의 기라성같은 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다. 서울신문을 비롯하여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등 중앙지에서 매년 시행하는 신춘문예는 문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문학도들에게 넘고싶은 가장 유혹적이고 가장 높고 고독한 봉오리이기도 하다.
부천시의 여러 문인 단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와 전통을 가진 부천문인협회’의 회원중에서 중앙지의 신춘문예에 당당히 당선한 스펙을 갖춘 시조시인이 배출되었음은 경사이다. 이미 시인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있는 기성문인이지만 신춘문예는 신인, 기성을 불문하며 전국을 대상으로 하여 작품을 위주로 심사하는 만큼 갈고 닦은 실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상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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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시인이며 시조시인
  
 AI가 다른 부분은 지배할지 모르지만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은 쉽지 않을 것이며 작가는 4차 산업시대에 경쟁력이 높은 직업이라고 서강대 우찬제 교수는 17명의 심사위원을 대표하는 축사에서 강조했다. 문학은 그만큼 지난한 심오한 예술이라는 말로 들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도 닿을까 말까한 고지에 닿은 김성배 시인이며 시조시인은 등대문학상·해양문학상·거제문학상  공모전에서 시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신문 신춘문예의 시조부문을 맡은 심사위원은 시조의 정형에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며 실험적 언어표현을 시도한 의성어, 의태어의 배합을 높이 칭찬했으며 심사위원은 이근배와 이송희 시조시인. <문학은 새로운 감각의 언어와 신선한 양식을 요구한다.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 충실한 언어는 다분히 소통의 도구로 떨어지기 쉽다. 삶의 구체성을 담아낸 언어는 관습과 제도, 그 바깥에 존재한다. 시는 습관으로 굳어가는 언어의 형식을 벗어나려고 하는 지점에서 싹을 틔운다.> 심사평 첫머리의 글이다.
          
광주시,%20김성배%20시상식,%20서울시청DSC_135311.jpg
 왼쪽부터 심사를 맡은 이송희(시조시인), 김성배(당선자), 이근배(시조시인)
 
20대에 시인 아닌 사람이 없고 연애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애송하는 시 한 두 편은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고 시에 대한 아련한 향수 또한 누구의 가슴언저리에나 머물러 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가장 절정에 있을 때 그렇게 잠시 머물 수 있는 향기 가득한 공간이 시의 공간이다. 이러한 시의 공간을 지키는 시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는 것이라고들 한다. 부천의 여러 문인들이 부천이라는 거대한 울안에서 오늘도 문학의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태어난 시인이기에 시를 붙들고 상상과 현실이 조우하는 입체적 공간에서 추상과 구체의 만남을 교감하며 끊임없이 다채로운 감성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있다. 언어의 사원에서 글을 얽어매어 삶을 엮어가는 지난한 작업을 지속해온 김성배 시인이며 시조시인의 문학 공간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지 궁금하다. 당선 시조와 당선소감, 심사평의 일부를 소개한다.
 
산다화 조리다 남도 삼백리를 졸다
 김성배

입안의 잔칫상 성게알 톡톡톡
터지는 게, 맛있게 터지는 게 고로코롬
깨어진 하루가 홀딱, 파도에 젖었다
터져서 기쁘다니 지지고 졸이고 
겁나게 그녀는 가난한 골목길
백내장 앓는 가로등 아래 서로 맛났나
익모초로 단 입술 떠난 그녀 상큼 쓰려,
고사리 고것고것 살리라 하는데
도라지 돌아 돌아서 오라는데 소식 없다
돌아오고 돌아가게 만드는 그녀가
돌아버린다, 저 섬에 돌아갈 땔 아는 건
갯바람 징허게 동백 헤아릴 때이다
   
<당선소감>
함박눈이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짜릿하고 말랑말랑한 전화를 받았다. 버스 안에서 얼음보숭이로 녹아드는 목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심사위원 분들이 모자란 나를 뽑아주신 뜻은 앞으로 못난 빈 구석을 채워가라는 말씀으로 새기겠다.
   
오래전 글이 밥이 되길 바랐고 그렇게 기웃거렸다. 나를 두고 앞서간 누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은 기억도 못할 김선향이란 이름으로 시를 쓰던 누나,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행복한 뒤끝은 없었다. 나 역시 어머니의 오랜 병상 생활로 어려워진 집안을 어떻게든 해야 했지만 능력이 닿지 않았다. 솔직히 나의 시는 밥벌이가 될까 시작했지만,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오히려 시라는 양귀비를 맛들이곤 중독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 삶이 어려워서 포기했고 도움이 될까 다시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그렇게 공모전 상도 몇 번 받았다. 오오, 행복한 지옥이여. 제대로 되는 거 없이 이 일 저 일 늑대처럼 순례했다. 글이 내가 잘할 수 있는 하나라 생각했지만 또 다른 좌절의 시작이란 걸 몰랐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글이란 걸. 그때의 나를, 더더욱 지금의 나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부족했는지를. 누나를 보내고 뒤이어 아버지까지 보내고 난 뒤 얼음물에 빨래하던 퉁퉁 부은 내 손에 박힌 동상처럼 나는 혼미했다

요즘은 글 쓰는 젊은 친구들이 적어진 듯하다. 그만큼 힘든 탓일까. 천연기념물, 멸종위기동물이 되어가는 이 시대 서러운 수컷들의 운명인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살짝 쉰 쉰넷, 시어 꼬부라져도 총각김치는 총각이듯 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스스로 못났기에 이 세상의 못이 되겠다. 잘 박히겠다

김성배 1965년 경북 문경 출생 2000자유문학시 부문 당선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부지부장 등대문학상·해양문학상·거제문학상 수상.
 
 김성배의 산다화 조리다 남도 삼백리를 졸다는 의성어와 의태어, 남도의 방언을 적절히 배합해 살아 있는 말맛과 활달한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특히 조리다, 졸다’, ‘터지는 게, 맛있게 터지는 게 고로코롬처럼, 유사발음의 언어를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리듬감을 부여한 점이 심사위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장 처리에서 음보가 다소 불안해 보이지만 신인의 패기로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음도 주목된다. 여기에 음악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나 가치가 상당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미학은 화자가 가지고 있는 편 편의 아픈 기억을 남도의 맛과 정서, 산다화의 쓰디쓴 향에 연결 지어 상상력의 폭을 극대화한 데 있다. 한편 이 시조에서 의성어와 의태어의 과도한 남발은 오히려 작품의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말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부디 초심을 견지하여 시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또 한 사람의 신인을 맞으며 축하를 보낸다. 낙선자들께도 위로와 정진을 빌며, 시조 창작의 행복한 길에 동행해주시기 바란다. -심사평 중.
 
광주시,%20김성배%20시상식,%20서울시청DSC_1339.jpg
 수상후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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