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동해바다
요란하고 거친 파도소리도 마음 속의 찌든 때를 한순간에 벗겨내는 듯 가슴이 탁 트이게 한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어서 동해라고 이름 붙인 걸까? 삼척, 북평, 묵호라고 불리던 땅들이 동해시로 불리고 있는 강원도 땅을 찾은 날, 차창 밖에는 연속적으로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있었고, 바다엔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적막하고 쓸쓸함이 감도는 겨울바다는 거친 파도 뿐 인데 그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시원해지는 건 왜 일까? 허지만 단지 푸른 바다만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건 아니다. 요란하고 거친 파도소리도 마음 속의 찌든 때를 한순간에 벗겨내는 듯 가슴이 탁 트이게 한다. 그 소리는 소음이 아닌 일정한 간격 음으로 귀를 울리는 자연의 소리인 까닭이다.
바다는 파란 물과 하얀 거품의 집합체인 듯하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앞으로 그 깊이를 알 수없는 녹색 바다와 간혹 솟아오른 뾰족한 표정의 바윗돌을 줄넘기라도 넘는 듯 넘나드는 물거품만 자욱하다. 묵호 대진 항을 떠나 망상 쪽으로 가는 동안, 쉴 사이 없이 요동치는 바다는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파도 사이로 사이사이 나타나는 바윗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윗 쪽이 뾰족뾰족한 것이 필시 수시로 나타난 파도를 맞으며 그렇게 닳고 깎인 모양새가 된 것이 분명하다. 그다지 새로운 사실도 아니건만 자연 속의 발견은 만날 때 마다 신기하게 느껴진다. 풍경은 같은 풍경이라도 계절과 때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탓이다.
망상이 가까울수록 해변은 점점 넓어지고 있고, 모래사장 해변에 출몰한 물새 떼들은 거대바다와 달리 차분한 해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너울이 조금 작아지긴 했지만 파도는 여전한데, 모래사장에 줄을 잇고 선 물새들의 몸짓에선 정다움이 읽혀진다. 함께 산책 하는 듯하고, 먹이를 찾는 것도 같은데 물새 떼들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보아도 그들은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늘과 바다색깔, 은빛으로 부서지는 파도 색깔과 물새 빛깔이 닮아있는 겨울 바다가 속삭이는 듯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잔잔한 모래사장 위의 물새들의 행렬이 마냥 평화롭게 보여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방파제에서 말없이 바다를 쳐다보는 것도 좋겠지만, 잠시 해변에 들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으며 가까이서 요동치는 바다를 보고파서 사람들이 한둘씩 해변으로 다가온다. 넓고 긴 모래사장의 발자국 자리를보며 자신의 발자국도 새기려고 짐짓 모래사장을 걸어보기도 한다. 바다와 해변과 물새들의 손짓이 마음과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동해시 동해바다 풍경이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