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풍경
홍영수
한겨울의 강물처럼
시린 얼굴들이 도심을 흐르고 있다
물고기는 무리지어 이웃을 삼고
새들은 떼를 지어 길을 찾는데
북적대며 걷는 저들의 표정엔
말 이음표 하나 없고
휘청 걸음에 말줄임표만 실려 있다.
카페의 유리창 밖
바람이 바람에 실려 날고
비가 비를 맞고 있는 풍경들 사이로
조울증 걸린 모습들이
내일을 잃어버린 듯
외롭게 외로움을 타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소통이 없어서이다.
그곳이 사막이다.
안개는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고
눈은 눈 위에 쌓이듯
언어는 언어끼리 소통해야 하는데
회색빛 도심 속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어찌,
남의 일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