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문학은 한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희주 작가의 문학칼럼

무수한 밤을 지새워가며 고민하고, 취재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또 읽고,쓰고 또 쓰고 또다시 살펴보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3.21 12:03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박희주-3-1.jpg
박희주 부천문인협회 회장

희망은 청하지도 않은데 저절로 오는 손님이 아닙니다. 오늘을 묵묵히 자기시간표대로 살면서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을 때 꽃이 피고 열매를 거둘 수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어렵습니다. 인생은 한방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로 한방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무수한 밤을 지새워가며 고민하고, 취재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또다시 살펴보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문학을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문학으로 한방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방에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은 루저 마인드(Loser mind)입니다.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 얼굴은 한방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큰바위얼굴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차곡차곡 쌓여진 결과물입니다.

   

  불행 또한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불행에 파묻혀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잉게보르그 바흐만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날개가 반등을 의미합니다. 추락의 속성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날개가 있어 추락하는 게 아니라 추락할지라도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날개는 무엇일가요. 바로 곳간입니다. 언제든 발표할 작품이 쌓여있는 곳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문학이 밥이 되지 못해도, 입맛에 맞게 꺼내줄 수 있는 내 사고의 적재 공간. 그곳만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배가 불러오고 흐뭇해지는 나만의 보물창고. 작가라면 그러한 곳간을 비워둬선 안 될 것입니다. 곳간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자물쇠를 채워두는 주인은 없습니다. 쓰레기인지 판별할 줄도 모르는 작가를 진정한 작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김수근 사진전, 북부역에스켈레이터, 김동하 만화가 집DSC_1485.jpg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을 낸 철학자 강신주는 말합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신의 벌거벗은 몸과 직면하라고. 이게 바로 자기성찰입니다. 사실 우리는 알몸 곳곳의 상처와 흉터, 군살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차라리 외면하려고 합니다. 알몸은 우리의 지난 삶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 알몸은 무엇일가요. 문학적 밑바탕입니다. 기본적인 맞춤법과 문장력이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묘사한 솜씨이며 작품을 장악하는 능력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겁이 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거짓말을 하고, 허세를 부리고, 없음에도 있는 척하고, 있음에도 없는 척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바로 쓰레기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한 것을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알몸을 직시해야 합니다. 상처와 흉터를 인정하고 보완해야만 당당해질 수 있고, 우리를 지배하거나 사고를 억압하려는 대상과 맞서 싸울 수도 있으며, 누구도 흉내 내지 않는 나만의 목소리로 작품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작가의 삶은 충만해진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 한방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태그

전체댓글 0

  • 7459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문학은 한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희주 작가의 문학칼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작업수행시간 :: 0.835154056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