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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박선희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 1주년 기념기획/ 홍영수 시인의 부천의 문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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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0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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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학창의 도시 지정 1주년을 맞아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 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페르소나/박선희

     

병원 1층 로비

띄엄띄엄 환자들 모여 앉았다

박수소리에 섞인 웃음소리

웃는 건지 우는 건지

껑충 키 큰 남자

우스워 죽겠다는 듯 허리를 꺾었다 편다

노란 꽃 달린 머리띠를 하고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뱅글뱅글 눈알이 그려진 안경을 쓰고

완강히 닫힌 문처럼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소리만 요란한 얼굴들

몇 차례 시키는 대로 따라 웃더니

움찔, 굳은 표정이 풀린다

억지로 웃었던 웃음인데

서서히 허물처럼 벗겨진 가면

웃음은 가면으로부터 얼굴을 꺼내는 일

웃음의 힘은 무섭다

 

치매는 앓는 아버지,

요양원에 두고 급히 돌아 선 등으로

억지웃음을 시키며

웃음을 삼킨 웃음 치료사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

 

시집 <건반 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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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jpg

 

문학회 기행에서 하회마을에 갔을 때하회 탈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양반의 두 얼굴을 가면과 웃음을 통한 풍자극이었다. 페르소나(가면)는 라틴어로연기자의 가면(Actor’s Mask)’,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예술, 특히 문학에서의 페르소나는 작품에서 작가가 의도한 바를 어떤 인물을 통해 드러낸 것을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 말하기를존재는 거미줄의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양극단의 중간자적 존재라는 의미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여러 상황 속에 그 상황에 맞게 행동하거나 마음속 동의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우린 페르소나를 갖게 된 것이다. 하회탈춤을 보더라고 할미탈, 각시탈, 양반탈, 이매탈 등의 가면을 보면 배역을 알 수 있고, 동작을 보고 이해를 하게 된다. 누구의 삶이든 연극적일 수밖에 없다. 살아가며 마주치는 사람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바뀐 역할을 하게 된다. 때론 사람들은 다중인격자라 하지만 그건 아니다. 왜냐면, 어느 누구든 동일한 모습으로는 살 수 없다. 내면의 다양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페르소나는 타인을 속이기 위한 나쁜 의미의 가면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신분과 체면을 지키며 사회에 적응을 위한 필요한 가면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진실을 원한다면, 그에게 가면을 주어라.”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올 412일 미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를 발표했다. 전 세계에 엄청난 팬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고 있는 글로벌 가수, 그들이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이 앨범의 ‘intro’‘Persona’를 소개하고 있다. 나의 진짜모습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이 앨범의 ‘MAP OF THE SOUL(영혼의 지도)’는 융이 쓴 책이 아닌 융의 연구가인 머리 스타인이 지은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을 기초로 한 곡이라고 한다.

 

인간의 정신은 그림자페르소나로 짝을 이룬다. 한마디로 페르소나는 사회적 가면이다. 그 시대의 요구에 맞춰야하고 사람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목적과 바램에 맞춰야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운, 자식은 자식다운 역할이 바로 일종의 페르소나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하나의 페르소나만 있는 게 아니고 목적, 열망, 다움 등에 맞춰야 하는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은 융의 영혼의 지도를 통해서 사회의 한 축을 이루며 성장해 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시페르소나를 읽으면서 오버랩 된 것이 BTS페르소나였다. 가사 일부를 보자.

 

내가 기억하고 사람들이 아는 나

날 토로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Yeah 난 날 속여왔을지도

뻥쳐왔을지도

But 부끄럽지 않아

이게 내 영혼의 지도 (persona’의 가사 일부)

 

영화에서 영화감독은 배우를 내세워 의도고자 하는 표현을 할 것이고, 문학에서 또한 작가가 구상이나 상징성 등을 페르소나를 통해 표출한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병실에서 나와 1층의 좀 넓은 장소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 허리를 구부리며, 배꼽을 쥐기도 하고 펴면서 웃기도 한다. 무엇이 저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하는 걸까. 웃고 있는 얼굴의 마음속에는 우울감을 안고 사는,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오늘 날- 가면 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 환자들은 아닐까. 병원의 배려로 아님, 의례적인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치료사가 온 날임은 분명해 보인다.

 

웃음 치료사는 자신을 감추고 웃음을 유발하는 말과 행동이라는 가면을 쓰고 환자들 앞에 서 있다. 그의 행동과 말을 보고 들은 환자들은 그의 역할을 보고 웃다가 때론 울기도 하면서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물론 반복되는 이러한 효과는 환자들, 특히 우울증이나 정신적 이상, 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특히 웃음의 치료가 효과적일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광경을 직접 목도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으리라. 왜냐면 시인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숨겨진 이면을 오감으로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웃음 치료사는 웃음이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심리적, 신체적 역기능의 환자들을 치료한다. 이때웃음은 자신의 분신이자 상징이다.

 

시인은가면을 쓴 웃음치료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치료사의페르소나가 아닌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지난날의 정상적인 삶과 지금 환자가 되어 치료를 받는 과정을 상기시키면서 억망울의 피, 억만 줄기의 눈물로 얼룩진 환자들의 페르소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문, 소리 없는 무표정의 얼굴, 억지웃음일지언정 감추거나 뒤집어쓴 허물이 벗겨진 것을 보고 있다. 시인은 저들이 刻苦勉勵하며 삶에 충실했고 상황에 대처하는 또 다른 자아인 페르소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 우린 얼마나 많은 가면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때그때 새로운 가면들을 들쳐 사용하고 있는가.

 

장자는 나만의 페르소나를 벗고 객관적으로 살펴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에 이른다고 했다. 우린 부부, 동창, 회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관계들 속에서 살기에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서 바꾸어 쓴다. 장자는 자신만의 가면을 고집하지 말고 의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가면이 필요 없는 세상이 있을까. 또 다른 자아인 페르소나, 우린 얼마나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가. 때론 감정에 솔직해져 볼 일이다. BTS (방탄소년단)MAP OF THE SOUL : PERSONA 의 앨범에서 'Persona'를 들어보자. 철학적, 문학적 가사가 맘에 든다.

 

-시인 홍영수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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