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3(토)

부천 5경(景) *제2경- 대장동 들판

이재학/ 마라토너, 작가,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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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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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부천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대장동 들판이다. 눈으로 보던 대장동 들판을 뛰어다니며 좋아하게 된 것은 마라톤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내가 마라톤을 한지 어느덧 20년이 되었으니 대장동 들판을 찾은 것도 얼추 그 정도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라톤을 하지 않았다면 대장동 들판을 혹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 훑어보는 것으로 끝났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마라톤 덕분에 대장동 들판의 비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

혹 사람들은 대장동 들판에 뭐 볼게 있냐고 한다. 대장동 들판보다 몇 배 넓은 들판을 가보아도 볼 곳이 별로 없는데 대장동 들판에 무슨 별난 게 있다고 호들갑을 떠냐고 한다. 그것은 대장동 들판, 아니 넓은 들판의 가치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도시라는 오밀조밀한 곳에 모여 살다 넓은 곳만 보아도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지 않나? 그 시원한 느낌, 그 홀가분함, 마구 소리쳐도 되는 그 무한자유는 넓은 들판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부천에서 이런 원시적인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대장동 들판이 유일하다.

 

대장동.jpg

 

대장동 들판에는 들판 자체가 주는 고유한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대장동 들판에서 보는 풍경이다. 대장동 들판에서 인천 쪽을 바라보면 계양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막힘이 없이 뻗어 나간 계양산 능선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보는 듯하다. 예전에는 부천 어디서든 계양산 능선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의 등뼈처럼 뻗어나간 계양산 능선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대장동 들판 밖에 없다. 이번에는 눈을 반대로 돌려 서울 쪽을 바라보면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북한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눈 가득 안겨오는 북한산의 장엄함을 대장동의 들바람을 맞으며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손에 잡힐 듯, 품에 안길 듯 가까이에 있는 북한산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다. 대장동 들판에서 바라보는 계양산 능선과 북한산은 대장동 들판이 숨겨둔 비기이다.

 

KakaoTalk_20190623_100243376_07.jpg

 

대장동 들판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오고 가는 것을 보기 좋은 명소가 대한민국에 여러 곳이 있지만 대장동 들판의 해도 나름 자신감을 갖고 있다. 대장동 들판 한 가운데서 붉은 해의 행로를 바라보는 게 어느 때는 가슴 벅찬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어느 때는 가슴 아린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렇게 느끼었기 때문이겠지만 해는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 혼자 해를 맞이해 보자. 나는 대장동 들판에서 계양산 능선과 북한산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해를 마중하는 것도 꽤나 좋아한다. 붉은 정열 덩어리 해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 좋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아침 해는 볼 수 없다.

 

대장동-카.jpg

 

그럼 사계절 중 대장동 들판이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기에 어느 때가 좋다고 단정 지어 말 할 수 없다. 대장동 들판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독특한 맛이 있다. 초여름 모내기를 위해 가두어둔 논물에 비친 물그림자도 아름답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겨울의 대장동 들판이다. 나는 겨울 대장동 들판의 그 황량함이 좋다. 특히 얼굴을 벌침처럼 쏘아대는 찬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막막한 대장동 들판이 좋다. 왜, 무엇 때문에 논바닥을 들어낸 겨울 대장동 들판이 좋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는 겨울 강추위속의 대장동 들판에 있기를 좋아한다. 겨울 대장동 들판으로 들어가는 순간 오롯이 혼자가 되고 섬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대장동 들판이 아니라 그 들판에 있는 섬, 나를 찾기 위해 겨울 대장동 들판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이글을 쓰면서도 천천히 겨울바람이 춤추는 대장동 들판으로 들어가는 나의 뒷모습을 본다. 아마도 겨울 대장동 들판을 바라보는 내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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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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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찬

대장동의 주변 경치와 들판의 상황을 가보지 않은 사람도 직접 체험한 것 처럼 느낄수 있도록 아주 잘 표현해 주셨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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