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 개
새벽빛 /이남철
저 강에 한가득 넘실대는 물안개
밤새도록 군불을 지피웠나
가마솥 솥뚜껑에 김이 울듯
강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한없이 뿜어 댄다.
말없이 흐르는 강바닥에 귀를 대고
그들만의 밀어를 엿 듣는다
옆집총각 이웃마을 홍씨여식 혼사 이야기
삼월이 득남 소식
노동할매 어허딸랑 소천 이야기
전설의 이야기
희미하게 다가오던 사람들이
오며가며 사라진다.
사방천지에 혼자 남는다.
간밤에 시름앓던 서러운 눈물을
운무에 훌 훌 털고 씻자
저기 저곳 물안개를 건너면
화사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어머님 포근한 품 속 있겠지
맑은 햇살 꽃나비 노니는 봄날이 있겠지
나룻배 뱃사공아 건너자구나
시집 - 2번 출구의 빗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