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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 부천에 오다 - 1회

이재학 단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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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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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깊은구지로 이사 온 정아는 아빠와 동네를 돌았습니다. 동네 돌기는 정아가 아빠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정아는 새롭게 이사 온 깊은구지가 어떤 동네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아는 하나씩 동네를 알아가는 게 무척 즐거웠습니다.

오늘 정아는 아빠와 성주산에 갔습니다. 성주산을 오르니 부천 시내가 다 보였습니다. 멀리 계양산도 보이고, 원미산도 보이고, 소래산도 보였습니다. 정아는 하우고개로 해서 깊은구지 집으로 가는 길에 ‘펄벅 기념관’ 간판을 보았습니다.

“아빠, ‘펄벅 기념관’이 뭐예요?”

아빠는 갑작스런 정아의 질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아야, ‘펄벅 기념관’이라고 어디?”

아빠는 정아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정아가 가리키는 곳에는 ‘펄벅 기념관’이라고 쓴 간판이 보였습니다. 아빠도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보게 된 ‘펄벅 기념관’ 간판이 신기했습니다. 아빠는 정아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정아야, 무슨 기념관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 한 번 가볼까?”

 

DSC_00181.jpg
대산동 펄벅 기념관 입구

정아는 ‘펄벅 기념관’ 간판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보물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골목 안에는 무슨 보물이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정아가 갑자기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그런데 펄벅이 누구야?”

정아의 질문에 아빠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펄벅이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디선가 듣던 이름이라 어렴풋이 생각이 났지만 입안에서 맴돌 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아빠는 산 밑 구석진 곳에 외국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다는 게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펄벅 기념관’이 더욱 궁금했습니다.

“정아야, 솔직히 아빠도 잘 모르겠다.”

정아와 아빠는 ‘펄벅 기념관’ 간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손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길을 따라 걸었지만 빌라들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호기심 많은 정아는 아빠에게 쉬지 않고 말을 했습니다.

“아빠, 이름이 펄벅이니까 외국 사람이겠죠?”

“아마 그렇겠지.”

“아빠, 그럼 펄벅은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제 생각에는 여자일 것 같은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요. 그냥 여자 이름 같아서요. 그런데 아빠, 서울도 아닌데 우리 동네에 외국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아빠도 신기해.”

빨리 ‘펄벅 기념관’에 가고 싶은 마음에 정아가 마주 오는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줌마, ‘펄벅 기념관’이 여기서 먼가요?”

정아가 갑작스럽게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발걸음을 멈춘 채 돌아서서는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습니다.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곳에는 정원에 집이 한 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게 ‘펄벅 기념관’이란다. 우리 동네의 보물이지. 우리 꼬마 아가씨도 아빠하고 보물을 찾아 왔구나. 우리 동네 보물 천천히 많이 보고 가세요.”

“아줌마, 저도 깊은구지 살아요. 최근에 이사 왔거든요.”

“그래서 우리 동네 보물을 아직 몰랐구나. 깊은구지 살면 당연히 ‘펄벅 기념관’에 대해서 알아야지. 암 그래야지.”

“네, 이제 많이 배울게요.”

 

2

정아는 ‘펄벅 기념관’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정아는 ‘펄벅 기념관’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숨이 넘어갈 듯 뛰어간 정아가 아빠를 향해 외쳤습니다.

“아빠, 펄벅은 여자고요. 미국 사람이에요.”

“그래, 알았다. 정아야 알았으니 천천히 말해 숨넘어가겠다.”

“아빠, 그리고 소설가래요.”

아빠는 펄벅이 여성 소설가라는 정아의 말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대지’였습니다. ‘대지’는 바로 펄벅의 유명한 소설이었습니다. 아빠는 펄벅이 누구인지 아는 순간 더 궁금해졌습니다. 어째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펄벅의 기념관이 부천에 있는지, 그것도 성주산 밑 외진 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빠도 정아와 마찬가지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도 궁금해서 뛰어오셨죠?”

“그래 정아의 말을 들으니까 아빠도 궁금해서. 어디보자.”

아빠는 정아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습니다.

“정아야, 이곳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펄벅이 운영한 ‘소사희망원’이 있던 곳이야.”

“아빠, 소사희망원은 뭐하는 곳이었어요.”

“그것은 우리 ‘펄벅 기념관’에 계신 선생님에게 물어볼까? 그곳에 가면 담당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을까? 빨리 기념관으로 가보자.”

“빨리 가요?”

정아는 아빠의 손을 잡고 끌었습니다.

 

3

 

DSC_0160.JPG
기념관안의 펄 벅(가운데) 전신상

 정아는 ‘펄벅 기념관’의 선생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아예요. 이 분은 우리 아빠세요.”

“정아 안녕, 자, 우리 기념관에 왔으니 정아가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이 뭘 도와주면 될까?”

“선생님 여기 ‘펄벅 기념관’이 뭐하는 곳인가요? 그리고 소사희망원은 뭐하는 곳인가요?”

정아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하나씩 질문해야지 선생님이 대답하지. 그럼 먼저 ‘펄벅 기념관’에 대해서 알아볼까? 정아야 들어오다 할머니 조각상을 보았지.”

“네, 할머니 얼굴을 보았어요.”

“그 할머니 이름이 뭔지 아니?”

잠시 생각을 한 정아는 아빠에게 귓속말을 한 뒤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펄벅이요.”

“펄벅 할머니는 뭐하는 사람이지?”

“소설가요. 아까 아빠가 펄벅 할머니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라고 하셨어요.”

“그래 펄벅 할머니는 소설가야. 정아는 소설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니?”

“알아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요.”

“정아가 잘 알고 있네. 정아의 말처럼 소설가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지. 펄벅 할머니는 ‘대지’라는 소설에서 중국의 농부인 왕릉 일가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단다. 그런데 펄벅 할머니는 어떻게 중국 농부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쓸 수 있었을까?”

정아는 눈을 반짝이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빠도 정아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사실 펄벅 할머니는 미국 사람이거든. 그런데 중국사람 보다 더 중국사람 같았지. 펄벅 할머니는 미국에서 태어난지 3개월 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가서는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중국을 떠날 때까지 거의 중국을 떠난 적이 없었어. 정아야 생각해봐라. 펄벅 할머니가 어려서부터 줄곧 중국에 있었으니 얼마나 중국에 대하여 잘 알았겠니.”

“그럼 펄벅 할머니는 중국 사람이 아닌가요?”

“펄벅 할머니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미국 사람이지. 하지만 아기 때부터 중국에서 산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중국 사람이었지. 그러니 너무 기쁘거나 하면 영어가 아닌 중국말이 먼저 나왔지.”

그때 아빠가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중국에 살았고, 또 교육을 받았으니 중국문화와 유교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었겠네요.”

“아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펄벅은 중국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애정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애정이 펄벅으로 하여금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소설이 펄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대지’죠.”

정아가 멀뚱멀뚱 아빠와 선생님의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 정아의 모습을 본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정아야, 펄벅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이제 알겠니?”

“네. 중국을 잘 아는 소설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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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마라토너/ 복사골문학회, 부천수필협회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

저서/ 나는 마라토너다, 길에서 다시 찾은 행복마라톤, 황소도 말처럼 뛰나

부천 소새울에 산다(1,2,3,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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