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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 부천에 오다 -2회

이재학 단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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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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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선생님에게 ‘소사희망원’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펄벅 기념관이 소사희망원이었다니 무슨 말이죠?”

“펄벅 할머니가 혼혈 아이들을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돌보아주었죠. ‘펄벅 기념관’은 바로 그 소사희망원 자리에 세워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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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희망원의 펄 벅 여사와 아이들

 

정아는 아빠와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습니다. 정아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아가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소사희망원은 고아원인가요?”

“아니지. 펄벅 할머니의 소사희망원에 있는 혼혈 아이들은 대개 엄마가 혼자 키우고 있었으니 고아는 아니지.”

“혼혈 아이들은 엄마가 있는데 왜 소사희망원에 왔어요?”

“지금은 우리나라에 외국 사람도 많고 다문화 가정도 있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외국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단다. 펄벅 할머니도 중국에 살았을 때 중국 사람들에게 서양 귀신이란 뜻으로 ‘양키체’라고 놀림을 당했단다. 펄벅 할머니가 어렸을 때 집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동네 아이들이 따라다니면서 ‘양키체’라고 놀리고, 어른들은 서양 귀신을 보면 재수가 없다고 피해 다녔지. 펄벅 할머니가 어려서 중국에 살았을 때 보다 심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피부색이 다른 외국 사람에 대한 반감이 있었거든. 그런데 반쪽만 우리나라 사람인 혼혈 아이들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은 생각을 가졌을까?”

정아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빠도 선생님도 정아가 생각하는 동안 기다려주었습니다. 정아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습니다.

“아니요. 좋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아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중국 사람들이 펄벅 할머니에 대하여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했을 것 같아요. 거기다 진짜 외국 사람도 아니고 혼혈 아이들이니까요.”

“그래. 정아 말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고, 또 외국 사람에 대하여 좋은 기억도 별로 없었으니까. 외국 사람이라면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 부모 중에 한 쪽만 우리나라 사람인 혼혈 아이들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도 외국 사람도 아니라면서 더 차별을 했고.”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 우리나라에 혼혈 아이들이 많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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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희망원은 펄벅 재단이라고 했었다. 당시 사용하던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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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하와이를 기습공격하면서 일본은 독일에 이어 세계 제2차 대전에 참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1945년 8월 15일 항복했습니다. 일본 천황의 항복 연설을 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얼싸안고 춤을 추었습니다. 모두가 일본의 항복에 기뻐 어쩔 줄을 모를 때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 선생님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금만 더 늦게 일본이 항복을 했다면 우리 광복군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하여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을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이미 우리나라의 독립에 우리의 힘을 보태지 못하고 외국 세력의 도움으로 독립한 것이 새 나라를 건국하는데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았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맞았습니다. 광복이 되자 38선 이북에는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의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38선 이남에는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으려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36년간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국토가 두 동강나고 남과 북이 대립하였습니다. 독립을 했으니 좋았지만 독립을 위하여 민족이 단결하여 싸울 때보단 못했습니다. 국토가 갈라지고 결국에는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하여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전쟁 준비를 마친 북한은 기습적으로 38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군이 철수하고 확실한 무장도 갖추지 못한 채 북한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대한민국은 탱크를 앞세우고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북한군을 막아낼 수 없었습니다. 전투다운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낙동강까지 밀린 대한민국 국군은 부산을 지켜내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을 낙동강에 치고 북한군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공산주의 북한에 의해 자유 대한민국이 사라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바람 앞 등불의 처량한 신세가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이때 유엔 16개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냉전의 시대에 공산주의 팽창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하여 유엔은 대한민국에 병력과 물자를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16개국이 동참했습니다. 급히 대한민국에 파견된 유엔군은 국군과 함께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을 막았습니다.

삼 년이라는 긴 6.25전쟁이 끝나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유엔군이 주둔하면서 대한민국 사람과 외국군인 사이에서 많은 혼혈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혼혈 아이들은 양 부모가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대한민국 엄마들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혈 아이들은 대한민국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와 피부색 때문에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았습니다. 정치적으로 극심하게 혼란하고 경제적으로 몹시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혼혈 아이들은 외국 군인들이 버리고 간 아이들이라는 홀대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방치되다시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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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 기념관 내부

 

6

아빠가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펄벅은 어떻게 혼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때 정아가 끼어들었습니다.

“아빠도 펄벅 할머니라고 하세요.”

“(아빠가 장난스런 얼굴로)알았어요. 그럼 선생님에게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펄벅 할머니는 어떻게 혼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아빠의 찡그린 얼굴이 너무 우스워서 선생님도 정아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국의 남아선호사상으로 여자아이를 차별하는 것도 그렇고, 의화단운동 때 오로지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을 뻔 했던 인종차별의 경험도 그렇고, 펄벅이 장애인 딸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도 그렇고, 펄벅이 중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방인과 같은 취급을 당한 것도 그렇고, 이런 경험들이 펄벅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요?”

“의화단운동이라니요?”

“그 일은 펄벅 할머니가 어려서 경험한 것입니다. 의화단운동 때 중국에 계속 있으면 죽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펄벅 가족도 잠시 미국으로 피신했습니다. 의화단운동은 부청멸양(扶淸滅洋) 청을 도와 서양세력을 멸하자는 것으로 반외세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중국에서 서양세력과 서양인들, 즉 백인들을 몰아내자는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잔혹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서양세력이 중국을 공격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아빠도 정아도 선생님의 설명에 빠져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세계 제2차 대전을 치르면서 아시아에 미국군인과 아시아여성 사이의 혼혈 아이가 많이 출생한 것도 펄벅 할머니가 혼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든 이유가 될 수 있겠죠. 펄벅 할머니는 이런 혼혈 아이를 ‘아메라시안’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아메라시안들은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나라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럼 펄벅 할머니가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에서도 혼혈 아이들을 본 것이군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혼혈 아이들과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대한민국에도 유엔군이 있으니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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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마라토너/ 복사골문학회, 부천수필협회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

저서/ 나는 마라토너다, 길에서 다시 찾은 행복마라톤, 황소도 말처럼 뛰나

부천 소새울에 산다(1,2,3,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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