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9-12-07(토)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 기념 특집 - 이재욱 소설가와 함께하는 부천 향토 문학이야기 / 부천이 낳은 시인- 素鄕 李相魯 연구 3

번역서를 출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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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0.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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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 기념 특집- 이재욱 소설가와 함께하는 부천 향토 문학이야기
 부천이 낳은 시인- 素鄕 李相魯 연구

 번역서를 출간하다
 

 

 왕성한 집필욕의 이상로는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도동화독본 : 을유문화사 발간』을 발행했고 세계명작인 『신곡 - 단테 아리기에리 저 : 인문출판사』을 번역하기도 했다. 『신곡』은 희랍, 라틴의 고전과 철학 역사와 정치 종교 등을 총 망라한 대 서사시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예작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단테 번역서」는 누가 읽어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설형식으로 풀어 써 놓았다. 아마도 일본 메이지 대학에서 수업한 일본어 실력이 기본이 되어 일본어로 번역 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해 본다.
 『문장가』 2호에도 “ㅅ 옮김”이라 일본인 작가의 번역시(翻譯詩) 한편이 있다. 확실하게 역자(譯者)를 밝히지 않고 다만 “ㅅ 옮김” 이라는 이니셜만 있기는 한데 이 이니셜을 곰곰 유추해 보면 상로의 ㅅ 이라는 결론으로 쉽게 귀추 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문장가』는 소향 이상로의 심혈을 기우린 사업(?)임으로 편집 중이던 그가 필요에 의해 삽입한 작품이라는 것으로 유추 될 수밖에 없다. 옛 문인들이 주로 인용해 오던 당, 송 시대의 한문시처럼 일본 유학파들이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드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동 일(冬  日) (-경주 불국사 반(畔)에서-)  
          
                        삼 호 달 치(三 好 達 治) 
 
 -------중   략------
 가을은 오고 가을은 이슥해
 그 가을은 이미 저리로 걸어간다.
 어제는 하루 종일 사나운 바람이 불었다.
 오늘의 이 새로운 겨울이 시작 되는 날이었다.
 해가 저물어 밤이 되어서도 내 마음은 가라앉지 못한다.
 짧은 꿈이 몇 번씩이나 중단 되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고독한 나그네는
 객사의 한밤에도 하찮은 것을 생각하고
 하찮은 일로 고민하고 있다.
  --------중   략 -------
 이 시(詩)의 작가인 <미요시 다쓰지>는 1964년 4월 5일에 향년 62세로 별세한 일본의 저명한 시인(詩人)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 예술원 회원으로 한국의 부여 경주 등을 여행하면서 시작(詩作)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상로가 크게 영향 받은 시인이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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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대한지방공제회의 《지방행정》지(誌) 179-180페이지에 발표된 작품이다.
 
 4. 시(詩) 몇 편으로 보는 소향(素鄕)의 시(詩) 세계(世界)
 유수리댁 대부(楡樹里宅 大父)
 
 유수리댁 대부는
 오늘도 밭 울타리를 매만지시는
 장다리 밭은,
 송종(松種) 배추 랏다
 서울 무우 랏다
 수집은체 노오란 배추꽃이며
 발그레 웃음 짓는 무꽃이며,
 나직 나직이
 애정을 부리는
 나비 나비의 원무(圓舞)------
 수집은게 아니라
 밭머리에 마주 서는
 눈과 눈의 아이로니.
 동리(洞里)밖 소학교(小學校) 마당
 깃발 펄럭이는 오월의 태양아래
 늘어만 가는 이단아(異端兒)들,
 영순(英順)이 치마폭 속에
 또 하나 이단(異端)의 회임(懷姙)을
 유수리댁 대부는 아시는지요.
 1957년 대한지방공제회의 『지방행정』지(誌) 179-180페이지에 발표된 작품이다.
 유수리댁 대부는 대부(大父)라는 의미 하나로 이미 근엄해서 감히 아무도 근접할 수 없어 보이는 것으로 이 시(詩)는 시작 된다. 조용히 장다리 밭 울타리를 매만지고 있다는 데서는 말이 없는 근엄한 마을의 대부(大父)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노오란 배추꽃이며 발그레 웃음 짖는 무꽃을 살피다는데서 넓은 전답(田畓)의 들일은 몰라도 텃밭정도는 알뜰하게도 살피는 지극히 가정적인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감히 그의 위엄에 맞설 사람이 없어 보이는 어렵기만 한 대부임에도 5월의 태양아래 깃발 펄럭이는 소학교(小學校)마당에서 눈 맞아 사랑에 빠지는 무모한 영순(英順)이의 순박함도 눈에 그려진다.
 영순(英順)이의 치마폭 속에
 또 하나 이단(異端)의 회임(懷妊)을 ---
 유수리댁 대부는 아무것도 모른다. 마지막 연의 이 기가 찰 사건을 알고 난다면 유수리댁 대부는 어찌할까? 이단아(異端兒)와 영순의 사랑은 소학교(小學校) 마당에서 잠깐 만나 이루어진 것으로 그리 진지한 사랑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엄격하기만 할 것 같은 유수리댁 대부의 위엄과 저질러 버린 영순의 회임(懷妊)이 너무 대조적이어서 일종의 경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도 장다리 밭을 매만지시는 대부의 헤아릴 수 없는 넓은 이해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느낌으로 이 시(詩)는 끝을 맺는다.
 
  토 요 일(土 曜 日)
 당청화(唐靑花) 치마의 주름이 허리에 흐르는 선(線)은 아스라이 고읍고
 석양(夕陽)이 탑시계(塔時計)에 빗기자 파라솔을 접는 그는 무엔지 퍽도 궁거로운 낯이었다.
 어느새 노을도 걷기고 흩어진 꽃구름인데
 어딘선지 아까부터 누가 뭐라는것만 같은 기색(氣色)이기에 숲을 돌아가는 길목에 설펴오는 회화(懷花)의 내음세와 뿌려진 꽃이팔들
 어릴때 감꽃을 줍던 그립은 생각에 잊었던 것을 찾는 듯 한참 머뭇거렸다.
 벌써 짙어 오는 황혼의 푸자리에서
 가슴에 뭉켜오는 서로의 내음세-------
 무엔지 못 견디게 잡히지 않는 것만 같애
 풀잎만을 뜯고 있는
 모색(慕色)의 숲 속에 두 볼은 불 붙고만 있었다.
  경사(傾斜)의 영상(影像)
 겉절이도 좋겠지만 지레 솎아다 토장국 끓여 어린것 서껀 하냥 훌훌 마시면 행결 헛헛증(症)이 가시노라고,
 뜰악이래야 비탈바지에 초갈이 봄배추를 부쳐놓고 기다리는 아내는
 그 흔한 쇠기름덩이 하날 못 얻어 까치눈 징그러운 손등으로 구꾸시락 바람받이 거적 한 잎 제대루 못 가린 부엌에서 조반(朝飯)이라고 마련하기,
 
 여덟살 백이한테 아궁이 불을 맡기고 드레박질 얼음질물 길어다 무엔지 헹기는 소리,
 그래도 가난을랑 탓하잖는 아내의 솜씨껏 끓여다 주는 국 한 그릇이면 술 한 잔 없기로니 서운찮게 또 하루의 일을 이야기 하며 상을 물리면 해 돋이 창머리에 손 들어 전송(餞送)하는 어린것이랑
 어제는 낡은 와이사쓰를 매만지던 손이 양말짝 기우며 올해야 말로 그 빈대 벼룩의 착취를 시키지 않으리라고 굽도루지며 디,디,티. 마련이랑
 나를 걱정하는 마음씨,
 밤이 겨워서야 자리잡고 이웃 소문 한 두가지 건니어보는 아내의 야윈 볼이 감으나 뜨나 환상같이 어른거리는,
홀연 창구멍으로 내다 뵈는 하늘의 별들을 헤어 보기도 한다.
 「토요일」은 데이트의 설렘을 나타낸 시(詩)다. 그녀가 아내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1949년 9월에 발표한 시이고 보면 1944년 결혼한 아내라고 여기기에는 설렘이 너무 크다. 또 하나 숨겨둔 여인과 데이트를 즐기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경사(傾斜)의 영상(影像)」은 이상로 자신의 일상을 그려 낸 시(詩)로 가난한 살림에 약간의 불만을 표시하다가 이내 착한 아내의 살림솜씨를 칭찬하며 고마워한다. 사실 가난의 이유가 자신임에도 그 흔한 쇠기름덩이 하나 못 구한다는 아내를 까치눈 징그러운 손등으로 원망하는 부분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내 가난을 탓하지 않는 아내의 솜씨껏 끓여다 주는 국 한 그릇에서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서 다행이다. 아이들의 전송을 받고 출근을 하는 셀러리맨 같기도 한데 왜 그리 살림이 궁핍했는지는 아마 시대가 그랬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밤이 겨워서야 자리 잡고 아내의 야윈 볼을 느끼는 자상함이 묻어 보인다.
 양말짝을 기우며 방구석 굽도리 골고루 디.디.티.를 뿌려 빈대 벼룩을 퇴치해주며 걱정해 주는 아내를 이상로는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다. 그런데 그 디.디.티는 무서운 독성의 발암물질이었다는 것을 몰랐으니 그동안도 꽤나 세월이 흘러다는 생각이 들어 세삼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5. 소향(素鄕)의 수필 세계
 소향의 수필집 『어느 나비가 주는 기억(記憶)만치도』는 1960년에 발간된 것으로 1956년의 옥석혼화(玉石混和)집(集) 이후 50여 편을 모아 엮은 것이다. 비단 수필만이 아니라 편지 글 논설문 등 시 이외의 산문 모두를 수록한 책으로 이해하는 쪽이 맞다. 그리고 그의 후반기 작품들을 수록한 것들이어서 성숙된 작가의 안목과 시선을 알아보기에는 적당하다.
 「제비의 논어성(論語聲)」은 제비의 지저귐 그리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가을을 엮어 풀어 나간 작품이다.
 “「제비가 논어(論語)를 읽는다.」(연암燕岩 선생)는 말이 있다.
 음력 9월 9일이면 후조(候鳥) 제비들은 강남으로 간다는데 그 제비가 논어를 읽는 소리를 경청하여야 할 이 땅의 「문학도」들이 많건만 9월 9일이 다가옴이 매우 안타깝다.
 제비의 지저귐을 의음(擬音)하기를 흔히 ‘비리고 배리고 배배배-----’한다. 그런데 논어를 읽음이란 다름 아니라 ‘지지위 지지, 부지위 부지 시지야니라----’ 인 것이니 즉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화지위지지(和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之) 시지야(是지也)를 이름이다’
-------------중  략-------------
 아직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음은 ‘스스로의 무지를 안다’고 말한 쏘크라테스에 방불하다.”
 「제비의 논어성」에 나오는 제비는 요즘 보기 드문 조류다. 소향이 이 책을 펴 낸 1960년대만도 제비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라도 쉽게 볼 수 있는 여름 철새였다. 삼월 삼진 날(음력 3월 3일)을 기해 우리나라에 왔다가 중구절(혹은 중양절 음력-음력 9월 9일)에 남쪽 지방인 강남으로 떠나는 제비는 집집마다 처마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인간 친화적인 철새였다. 때문에 우리나라 모든 설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새로 그 대표적인 것이 흥부전이다.
 최근에는 그 많던 제비들을 한 여름이 다가도록 구경조차 할 수 없음은 어인 일인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이 또한 지구의 오염이 원인이지 않을까 해서 문명의 발달과 반비례 해 사라지는 자연의 생태계를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는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제비의 지저귐으로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한 이 수필은 무려 8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긴 수필이었다.
 「남방(南方) 샤쓰」는 한자가 의미하는 말 그대로 남쪽에서 유래한 셔츠를 의미한다. 굳이 설명하면 서양에서 건너온 양복과 같은 의미일진데 유독 남쪽을 칭한 것은 또 어떤 의미가 숨었을까?
 그때만 해도 한복을 즐겨 입던 시절이라 서양 옷의 편리함과 선진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남방샤쓰의 유행이 마치 전염병의 만연 창궐에 비유하여 꼬집고 있다. 청,장년은 물론 노,소간에 모두 멋쟁이인양 입고 다니는 서울의 거리가 하와이나 피서지인 미국의 프로리다를 방불케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 ‘남방샤쓰’라는 명사는 본 고장 말인 ‘알로하 샤쓰’에서 수입 창작된 신어인 셈이고 그 ‘알로하’란 하와이의 항구에서 봉(逢),별(別)의 곡이 아직 연주되기도 전부터 눈물의 준비로 모두들 미리 손수건을 꺼내들고 있다는 그 봉(逢),별(別)의 곡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중   략-----------------
 그 ‘알로하 샤쓰’의 기구망칙한 디자인 중에는 푸줏간에서 옷에 피투성이 칠을 하고 거리로 나온 백성의 웃통 같기도 하고 어느 간판점에서 난잡하게 펭키가 묻은 작업복을 입고 나온 것 같은 것을 위시하여 별의 별 이상야릇한 것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중  략---------------------
 실상 나는 그 ‘남방샤쓰’의 사태- 하나의 저속한 유행에서 착상한 것으로 우리나라 문예계에서의 소위 모던이즘이니 하는 등등에 대한 모든 문화와 문명이, 그리고 생활의 형성이 그러한 정신에서 배태(胚胎)되어야 할 것임을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소향이 남방샤쓰에서 밝힌 결론은 무분별한 유행은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현대적인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인 셈이다. 세계가 이웃인 지구촌 시대에서는 좀 요원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감각으로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소향의 수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소향의 수필은 주로 논설문 형식이 많다. 어원에서부터 배경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 해결책 등등을 망라한 긴 논설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장황한 인용과 예도 많이 들고 있는데다 가뜩이나 긴 문장들이 읽기를 지루하게 하는 게 특징이다. 하기는 당시의 모든 문장들이 길고 지루했다는 것은 당대의 소설가 이광수의 작품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더 많은 작품을 소개 하고 싶지만 이상의 작품만으로도 대략적인 소향의 수필 세계를 이해  하리라 믿어 여기에서 접는다.

 맺는 말
 1947년 『민중일보』 문화부 차장을 지냈다. 『민성(民聲)』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한국전쟁 때 대구에서 공군 종군 문인단에 입단하여 기관지 『코메트』의 편집장으로 있었다. 환도 후 『서울신문』 월간부장,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공보처 선전국 등 언론계에 종사하며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1954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언론계에 종사했던 탓에 그의 시는 현실에 기반 한 이미지의 다각적 포착을 시도하였고, 주정(主情)과 주지(主知)의 조화를 통해 이상주의적 미학을 추구하였다. 수필은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며 저항의 자세를 보여주는 내용이 많다.
 1953년 첫 시집 『귀로(歸路)』를 냈고, 그밖에 『불온서정(不穩抒情)』(1957)·『세월 속에서』(1961)·』『이상로 전시집(全詩集)』(1970)이 있다. 수필집으로는『문장보감』(1953)·『옥석혼화(玉石混和)』(1956)·『쑥꽃』『사어록(私語錄)』(1959)·『피어린 4월의 증언』(1960)·『어느 나비가 주는 기억만치도』(1960)·『한국전래동화독본』(1963)·『인생비어록 (人生秘語錄)』(1964) 등이 있다.
 1944년 하복순과 결혼하여 영세 장세 화세 세 아들을 남기고 그의 나이 57세가 되던 1973년 8월 2일 서울 상도동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아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착실한 기독교인으로 한동안 새교회신학원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경기도 안산시 양상동 대한예수교장로회 남현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 그가 타계한지 3년 뒤인 1976년 그의 생애와 빛나는 업적과 진솔한 인품을 아끼던 친지들과 문우들이 소향의 대표적인 시 「밤이 새면」의 시비(詩碑)를 세웠다. 그의 향리인 궁동에서 그의 작은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노력 했으나 도시화된 주변의 이주해온 주민들은 물론 토박이라 칭하는 만나본 몇 분들도 그에 대해서는 들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종친회에서 만난 사무실을 지키는 먼 친척뻘 아주머니 한 분이 소향을 상도동 아저씨라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기억해 두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
 시비(詩碑)에 새겨져 있는 그의 시(詩)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밤이 새면
 쓰다 남은 구멍탄 화로
 사위어 가는 불김에 얼굴을 쪼인다.
 뻘기 수염의 여윈 볼을
 항구에서는 이따금씩 기적 소리가 들려온다.
 한 잎 거적에다 나의 육체를 눕혀 본다.
 이 곳, 끝 다한 데까지 담아다 준 구두 ----정다워서일까.
 벗지도 못한 채 바람벽을 베개 삼아 아랫목 같이 다리를 뻗어 본다.
 어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린다.
 
 꿈을 꿀 수 있을까.
 잠이 들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이 밤이 새면
 언제 꽃들을 그 만판 피는 꽃들을 볼 것인가.
 날아드는 나비들과 함께.
                                                  끝
 

 

참고 문헌 : 귀로 (이상로 시집-1953년 백오사 간) - (부천 문학도서관 소장)
          : 어느 나비가 주는 기억만치도 (이상로 수필집-1960 수도문화사) - (부천 문학              도서관 소장)
          : 부천문단 제 9집 (1996년 복사골문학회 간)-(부천 문학 도서관 소장)
          : 용금성 시대 (이상로-1994년 서울신문사)-(부천 문학 도서관 소장)
          : 문장가 제 2호 (1964년 7월-신우문화사)- (부천 문학 도서관 소장)
          : 지방행정 지(誌) (1957년 대한지방공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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