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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주 작가의 문학칼럼 -통일문학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어떤 이념이나 체제로도 문학의 본질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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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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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이후 남북의 분단은 여러 분야에서 큰 비극을 남겼고 특히 모국어가 받은 상처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1945년 12월 13일 남과 북의 문학인들이 서울에서 모여 <조선문학가동맹>을 결성하기로 합의하고, 전국문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지 어언 74년의 세월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문학은 분단과 분단체제와 상처받은 모국어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를 통해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남은 남대로, 북측은 북측대로. 그러나 문학이 추구하는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이질감이 끼어들어 순수 문학인에겐 거부감과 함께 상대를 부정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에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4항에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05년 7월 평양에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어서 2006년 10월 30일 금강산에서 남북문학인들이 만나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였고, 이에 앞서 남측협회는 북핵 실험 정국 하에서 열린 점을 감안하여 행사에 임하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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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있어서 제1의 조국은 언어이다. 우리는 일제에 의하여 36년 동안이나 언어공동체를 빼앗겨 왔고, 되찾은 후에도 61년 동안이나 언어영토가 분단된 환경에서 살아왔다. 우리의 언어공동체를 분할관리하고 있는 두 개의 정부와 정치체제에 대해 언제나 우리 민족공동체의 명운을 우선에 두고 사고하라고 촉구해왔다. 우리 민족은 더 이상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반전반핵은 작가들의 오랜 슬로건이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 주민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작가적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자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 민족의 실존적 운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북은 추가 핵실험을 자제하고 6자회담에 즉시 복귀하며 미국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야만 한다.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는 털끝만큼의 가능성도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 전쟁은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다. 우리는 모국어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금강산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문학인들이 공동의 조직을 구성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이 결성식으로 본격적인 남북문학교류의 시작이자 문학적 동질감 회복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관지인 <통일문학> 창간호를 발행하고는 3호는 배포도 못하고 남북관계의 경색에 따라 교류는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창간호마저 서로의 약속을 어겨 반목만이 깊어졌습니다. 그 후,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이 어언 10여 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있었고 남북관계의 막혔던 물꼬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는 남남갈등이 나날이 깊어가는 위기의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딛고 오직 문학으로 하나가 되는 범문단의 공동체로서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하고 북측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체제로도 문학의 본질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통일문학이든 분단문학이든 문학 스스로가 자정작용을 통해 문학을 회복하고, 문학인 스스로도 자각을 통해 문학 본령의 모습으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박희주-3-1.jpg

박희주 부천문인협회 지부장.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네페르타리>소설집<내마음의 느티나무><이시대의 봉이><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장편소설<안낭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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