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구지의 느티나무
김양숙
까치발을 하고 누군가 들어설 것 같은 기다림의 골목
깊은구지에는 집집마다 밖으로 낸 창이 하나씩 있다
그 창으로 7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를 본다
느티나무가 그리워하는 건
골목을 채우던 아이들 웃음소리인가
집집마다 피어오르던 굴뚝의 연기인가
역사의 모서리에 기대어 앉은
할아버지의 마른 기침소리인가
700년 동안 몸 안에 담아 놓은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듯이
바람의 쇄골은 여러 개로 분절되어 골목마다 숨어 있고
수많은 천둥과 벼락을 삼켰던 기억과 빛을 가둔 어둠이
더께가 되어 딱딱하게 등을 내밀고 있다 해도
텅 비어 있는 너의 그림자를 증언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죽은 자의 말을 듣고 산자에게 침묵하는
너를 본다 그냥 침묵을 본다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604-1 앞 도로에 벼락을 맞아죽은 7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