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하가(垓下歌)
박희주
세상이 나를 퇴락시켰다. 다 똑같았다. 어찌 이런 세상을 살아가랴. 하늘은 나를 보내 ‘나’답게 살라 하였거늘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혹 하늘이 이런 나를 용서할지라도 무슨 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으랴. 설령 하늘이 이런 내게 무심할지언정 정작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으니……
나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노라
나는 벌써부터 없었다
이제 아무것도 아닌 빈껍데기 벼랑 아래 바다로 버리노니
미안하지만
갈가마귀여 그것을 쪼아라
대양어들이여 그것을 뜯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