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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이름표의 상자놀이-어느 모자라는 화가의 명상 2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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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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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과 맑은 마음이 교차하여 

밤이 깊도록 밤이 새도록 일어날 때

접전을 벌립니다 승부를 기대하긴

애초부터 어렵게 생겼습니다

 

서로가 잘났다고 제가 옳다고

우기면서 벌이는 육탄전 육박전 밤이 새도록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밀려내는 와중에

서로가 서로에게 시달리고 짓뭉개지고 흠씬

매 맞은 채로 그냥 다 지치고 질려버렸습니다

승부를 논한다는 건 이미 사치스런 생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모두가 다 그대로 

그냥 널브러지고 뻗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승부고 뭣이고 다 부질없는 듯싶습니다만

결국은 승부가 없을 순 없었을 겁니다

이제는 비칠거리면서라도 어떻게든 스스로

먼저 일어나기만 하면 그냥 이기는 겁니다

하긴 말이 그렇지 저 지경에서 누구든

먼저 일어설 수 있는 장사가 있었겠습니까?

결국 승부는 나질 않았습니다

싸아한 새벽 공기가 냉철한 모습으로 창문을

시시각각 다시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지난밤

시합은 무효입니다, 이 상태 이 조건 그대로

승부를 내일 밤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이 문젠 타협을 본 걸로 칩시다, 그런데 오늘은

과연 오늘의 태양이 떠오를 수 있을까요?

 

사본 -DSC_6311신문2020년 7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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