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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된 시인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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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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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고도 큰 나이구나 서른셋

슬픔으로 슬픔을 해탈할 나이 서른셋

서른세 번의 봄이 와도

몸은 시베리아일 수 있느냐

 

물항아리에 잠긴 세상과 내 얼굴을 꺼내 읽고

그것이 한다발 시의 심장으로 피게

나는 긴 밤으로 유배돼왔다

 

일생은 가슴에 횃불 하나 심어

순교하듯 일하고

사랑하는 이의 몸속에 가을 무덤을 파는 것

가라앉는 밤바다에

온몸으로 저무는 것이다

 

나는 고된 노동 끝에 떠오른

만월 같은 밥으로 언 몸을 밝히고

사람을 그리워하기 위해 사람으로부터 떠나며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

강철 밤바다에 창을 뚫는다

 

목숨을 끊고 싶도록 쓸쓸한 밤에

꿈속에서 뛰어나오는 야생의 아이들은

폐허에서 죽은 자들을 불러 노래부른다

 

사본 -17 문학기행DSC_0543신문2020년 7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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