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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론 / 박수호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 1주년 기념기획/ 홍영수 시인의 부천의 문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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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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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학창의 도시 지정 1주년을 맞아 2018년 10월부터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 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하나 귀 기울이어야 할 것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이다. 동양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흔히 접하는 이나 經典聖經’, ‘佛經등을 해설하여 다시 엮는 것을 말한다. 용수보살의 中論이나, 원효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제인간관계론에서의 은 그 어떤經典을 해설하여 작가가 엮은 것이 아니고, 문학적, 시적 발화일 뿐이다. 연작시이기에 일반 독자들의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적어본 것이다. 비록 기우일지라도.

     

인간관계론 6/박수호

 

겨울 들판, 텅 비어 있는 곳, 다가가서 보면 저희끼리 다가올 것을 맞을 준비 하고 있다. 허리 굽히고 다가가 바라보면 꼬무락거리고 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아무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 물음을 던져놓고 되돌아올 답을 기다리는 골똘한 모습이 있다. 이어 일어나자 일어나 하는 소리 들린다. 텅 비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리로 빛으로 다가온다. 주변 하찮은 것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보이는 것이 적지 않다. 될 수 있으면 몸을 낮출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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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겨울 들판, 동토의 땅에서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 풀뿌리도 해토머리를 위해 잠시 성장을 멈추고 논고랑에 깊숙이 잠든 누런 미꾸라지도 봄맞이를 위해 동면에 취해있다.

 

이렇듯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미물들도 나름 어떻게 살아가는 방법에 물음표를 안고 살아간다. 화자처럼 허리 굽혀 자세히 듣고 바라보아야 알 수 있는 자그마한 삶, 화자의 인간관계를 보자 허리 굽히고 다가가 바라보면은 나의 낮춤의 의미이고, ‘하찮은 것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는 몸을 낮춰 다가가되 불온함 없는 마음으로 다가서라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논어 <성심편>심재불언(心在不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이요, 청이불문(聽而不聞)”이라(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를 떠 올린다. 또한텅 비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리로 빛으로 다가온다는 표현 그대로 필자가 좋아하는 장자의 虛室生白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행의 몸을 낮출수록 좋다는 기승전결의로 아퀴짓고 있다. 새삼 무엇을 말하리, ‘吉祥止止(길상지지) 길하고 상서로운 일도 빈 마음에 모인다고 하지 않는가.

 

인간관계론 19

 

물음에서 물음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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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행의 시를 보다가 떠오르는 책이 있어 나의 비망록(필사노트)‘을 찾아 들었다. 에드몽 자베스의 <예상 밖의 전복의 서>의 내용 중에

 

질문은 어둠이다. 답은, 간결한 맑음이다.

답은 기억이 없다. 질문 홀로 추억한다.”

 

질문(물음)은 어둡단다. 답이 없다는 것이다. ’답은, 간결한 맑음이라는 것은 구름 없는 하늘이 맑고 갓 솟은 옹달샘물이 맑듯이 무엇하나() 섞이지 않은 것이다. 곧 질문과 답을 어둠과 맑음으로 대비시키고 다시 한번 한시의 對句처럼 설파한다. ‘답은 기억이 없다‘. 당연하다. 답이 없으니 기억해야 할 기억이 없다. 그래서 답이 없는 질문은 홀로 추억할 뿐이다. 답도 없고 응답이 없으니 혼자서 추억할 뿐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독법이다)

 

질문에서 질문으로(물음에서 물음으로) ‘질문의 징검돌이 놓인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다. 답 없는 답을 구하기 위해 저 건너 피안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화자는 인생의 강을 건너기 위해 징검돌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인간의 관계론으로 이어가는 고차원의 미적분의 방정식을 긴 징검다리처럼 펼쳐놓고서 물음표인 징검돌 하나하나를 건너고 있다. 물음표는 느낌표를 소환한다. 그렇기에 연속적인 물음에서 물음은 느낌에서 느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시인은 얼마나 긴 세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갈고 닦아 딱 두 행만 남겼을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예전에 정선아우라지를 갔을 때 긴 징검다리를 건넜었는데, 그때 이 두 행의 시를 읽고 갔다면 어떤 생각으로 건너갔을까?

      

인간관계론 21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잘 섞여지지 않는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너는 또 다른 내 이름이라는 말에

마음 쏠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 외로움에 고개를 쳐들고 대드는 방법 하나는

사랑이라고 하더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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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누군가와 한눈팔다 심하게 부딪쳤다. 에이~하며 기분 나빠 하면 이미 아무런 의미 없는 부정적 관계가 되지만,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 .하면 예사로운 인연의 긍정적 관계를 맺게 된다. 이것이나와 그아닌 나와 너의 관계론이다.

 

물과 기름, 절대로 섞이지 않는다. 서로가 가르고 나누면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나가 될 수 없다. 분별지 때문이다. 필자의 졸시 <돌담> 나는 너를 지고 너는 나를 이고, 너는 나를 안고 너는 나를 베고가 있다. 전혀 다른 생김새와 모양새가 모여 한세상을 이룬다. ‘이질적 동질감이라고나 할까.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일 때, 우린 외롭다.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것이다. 시골의 돌담은 태풍 하이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돌과 돌 사이의 틈새가 있기 때문이다. 곧 너도나도 드나들 수 있는 공간, , ’사랑의 다름 아닐 것이다.

 

화자는 어차피 우린 외로울 수밖에 없단다. 그 외로움을 견디며 너와 내가 되어감을 사랑이란다.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요 목표이다. 그렇다. 다소 거친 고개를 쳐들고는 고개를 푹 숙이는 수동적 사랑이 아닌, 당당하게 고개 들어 능동적 사랑으로 다가서서 나만, 너만만만利己心 아닌 너도, 나도도도利他心의 사랑법을 화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론 28

 

사람들끼리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 별은 반짝이고, 하늘은 푸르게 빛날 것이다. 당신의

간절함이 멀리 있어서 닿을 수 없다고 생각 마라. 오히려

떨어져 있어서 향기가 되고 빛이 되고 노래가 되어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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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존 던의 유명한 설교문 중에 No man is an island(인간은 외딴 섬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물론 바다 한가운데 홀로 있는 섬은 외롭게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왜냐면 사람은 외딴 섬처럼 혼자 살아갈 수가 없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인간의 삶이란 절대로 다른 이들을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면 별은 반짝이고라 했다. 가을 숲속, 형형색색의 나뭇잎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면 더 아름답고 바람 또한 스치며 지나간다. 적당한 거리에서 숲은 보이는 것이다. 매일 만나 얘기하고 수다 떠는 친구일지라도 때론 거리를 두고 생각하면 보이지 않던 장단점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화자는 떨어져 있어서 향기가 빛이 된다고 한다. 그 어떤 종교일지라도 대면의 기도 보다 비대면의 기도가 좋을 때가 있다. 말인즉슨, 신앙의 절대자가 전하는 말씀의 향기는 떨어져 있어도 향기를 풍긴다는 의미이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맞서지 말고 스스로 향기를 지니면 먼 곳의 타인에게 향기가 퍼질 수밖에 없다.

 

올 여름휴가 때 고향 해남을 갔다. 잠시 읍내의 약국에 들러서 기다리는데 우연히 약사의 책상 유리판 밑에 야보도천冶父道川의 아래의 시가 있었다. 약을 받으며 필자가 약사에게 했던 말, “약사님의 얼굴에 이 흐릅니다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笑而不答역시 야보도천다웠다.

 

有麝自然香(유사자연향) 사향을 지니면 절로 향기롭다.
何必當風立(하필당풍립) 무엇 하러 바람 앞에 서려 하는가.

(야보도천의 禪詩 )

 

정선 아우라지(22년 전 필자).JPG
정선 아우라지(22년 전 홍영수 시인)

   

시인 홍영수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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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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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섭

쓸쓸한 가을 들에서 느끼는 인간관켸론, 물한방울로 인간이 창조되었으니 당면히 이작은데서 찾아야하는데 저는아직 나무를보면 뿌리 까지 그릴 근심으로 시어를 찾으니, . ..홍영수시인 해설좋은데요.감사합니다.청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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