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홍명근
격동으로 존재마저 위태롭게 흔들리면서
대궁을 비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서걱서걱 마른 잎사귀가 소리를 내며
혹한의 한철 몸을 울어야
속이 풀리는 까닭일 것이다
휘청 일 때마다
얼마나 이슬을 털었을지
얼마나 목마름을 견디어야 했을지
얇고 긴 저 잎마저
뿌리를 향해
찬찬히 결을 만들고 있다
가을이면 지상의 잔치를 거두는 겸허함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숙명처럼 사랑을 품어
바람에 더욱 영롱하게 여물고
진주빛 감성
대지에 깊어 가는 것
갈대가 대궁 속을 비우는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