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4(금)

박희주 작가의 문학칼럼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하라"

2020 초반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하여 문화예술계는 그야말로 토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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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2.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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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박희주 작가.jpg

 

어느덧 11,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만 같았던 2020년이 초반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하여 문화예술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바이러스의 소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오히려 3차 확산으로 지구촌은 심각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으니.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기술융합 시대에 이르렀어도 이러한 팬데믹(대창궐)에 처하여서는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들마저 속수무책인 상태다. 우리 대한민국은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여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확산 초기부터 완벽한 투명성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접촉자를 추적한 것은 물론, 진단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염을 완화시키는데 성공하여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며, 그 시스템의 우수성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럽에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한국은 할 수 있었을까?”라며 탄식했다. 그나저나 하 수상한 시절임은 분명하다.

 

카뮈의 페스트는 봉쇄된 도시의 공포와 죽음, 이별의 아픔 등 극한의 절망적 상황에 마주하는 인간군상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카뮈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응하는 인간의 세 가지 유형을 그렸다. 도시의 상황이 자신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도피적 태도를 취하는 기자와 절대자에 기대어 환난을 해석하여 초월적 태도를 취하는 신부와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보건대를 조직하는 주인공이다. 독자들은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어떤 것이 환란에 가장 유용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의 주요 주제는 반항이다.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로지 투쟁함으로써 진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즉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다 할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걸음을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며 우리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세계 명작이라 명명된 소설들은 하 수상한 시절을 기반으로 태어났다. 오죽하면 헤밍웨이가 전쟁이야말로 작품을 쓰는 데 가장 좋은 소재라 했을까. 그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취재함으로써 나올 수 있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작가가 사형선고에 이은 8년의 유형생활을 겪은 후 나왔다. 크림전쟁은 톨스토이로 하여금 전쟁과 평화라는 대작을 낳게 했다. 카뮈의 페스트도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상징한다.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불행을 안기는 하 수상함이 소설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고 코로나19의 창궐, 이 하 수상함을 반기라는 게 아니다. 시대를 방관하지 말고 관념에 의지하여 자멸하지도 말 것이며,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하라는 말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위선과 가짜언어에 맞서 사랑 가득한 절대언어의 탐구만이 소설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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