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그 너머로
권택명
가을에는
내게 보는 눈을 주신 이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엄숙한 實在와 만나는 떨리는 시간만큼
목숨은 다시 뜨거워지고 한여름 내 목말라 울던
쓰르라미의 허물을 밟으며 巡禮의 길을 나서는 아침,
창밖으로 돌아서는 그대의 뒷모습이 보인다
안타까운 그대 안부에
갈증처럼 종이학을 접고 접으며
한아름씩 안개같은 사랑 실어 보내던
긴긴 나의 戀書도 이제 하나의 쉼표를 찍어야 한다
영원 그 너머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면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알게 하신 무한대의 존재 앞에
안개꽃 같은 우리 友情의 기막힌 응어리도 죄다 풀린다
가을에는
내게 듣는 귀를 열어주신 이의 음성이 한결 가직이 들린다
격정의 메아리로 울리던 고막이 얇아지고
지상의 가장 가녀린 한숨소리 하나까지 나를 불러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