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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매듭 /4회

이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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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0.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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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부터 당신은 시간이 날 때면 복지관에 들러 내가 매듭을 만들고 있는 작업장을 찾았고 나를 휠체어에 태워 복지관 그늘로 다녔습니다. 난 당신에게 매듭으로 열쇠 고리와 혁대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요. 매번 내 솜씨에 당신은 감탄했습니다. 특히나 혁대를 마음에 들어 하며 하나를 더 부탁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에게 주겠다면서요. 그 답례로 당신은 큐빅이 박힌 노란 색 나비 모양의 핀을 사다가 내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 뒷머리에 꽂아 주었지요.

머리숱이 많네요. 머리숱이 많고 까맣고 윤기가 흐르면 시집가서 사랑 받는다는데.. 노랑나비가 머리에 앉은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장다리 꽃 한 송이가 머리에 얹혀진 것 같기도 하고.

당신은 내 숱 많은 검은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렇게 육 개월. 당신은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난 숨을 멈추고 눈을 똥그랗게 떠서 당신을 올려다보았지요. 나는 당신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설사 당신이 내 장기 중 하나가 필요해서 나를 택했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힐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다시 육 개월 후 우리는 결혼했습니다. 결혼식 사진에 보면 당신은 서 있고 나는 놀란 듯 앉아서 앞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당신 어머니의 반대는 정말 대단했지요. 나라도 그리 했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묵묵히 견디었지요. 우리 집에서는 오래 된 이빨 빠진 사기 그릇을 치우듯 오빠며 언니 부모님까지도 홀가분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사람은 그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잡지에도 나오고 뉴스에도 나왔지요. 특히 당신은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낭만적인 남자로 그려졌습니다. 우리는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갔는데 당신 친구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우리와 동행했습니다. 난 그 사람의 혁대를 보고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어요. 당신보다 더 곱고 반 듯 해서 멋지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 정도로 고왔습니다. 남자가 피부며 얼굴 선이 어찌 저리 단아할까 싶었습니다.

당신의 친구 J는 우리를 사진도 찍어 주고 당신이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당신 대신 내 휠체어를 밀기도 했지요. 아무려나 나는 좋았어요. 사람의 복이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당신처럼 잘 생긴 남자의 아내가 될 수가 있었겠어요. 우리 집에서도 당신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지요. 멀쩡한 남자가 두 다리가 고무다리 흔들리듯 흔들리는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말이에요. 이상한 것은 신혼여행 첫 날 밤 당신은 우리 옆방에 방을 잡은 J와 한 잔 하겠다며 J의 방으로 가서 아침에야 돌아 왔습니다.

술을 너무 마셔서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 미안해.

당신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내 검은머리에 큐빅이 박힌 노란 핀을 꽃아 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지요.

머리숱이 많고 결이 곱고 까마면 남편에게 사랑 받는다는데.

신혼여행 3박 중 당신은 내내 J와 술을 마시고 술 때문에 그 방에서 잠들고 아침이면 내게로 와 머리에 변함없이 노란 핀을 꽃아 주며 똑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당신이 J3박을 하는 동안 나는 매듭으로 단작 노리개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혼자 매듭을 맺느라 숙였던 고개가 뻐근해 오면 휠체어를 창 쪽으로 밀고 가 밤에서 새벽으로 바뀌는 밤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서귀포 앞 바다의 새벽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군요. 난 창에다 이마를 대고 그 즈음 막 나온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흥얼거렸지요. 유리창의 찬 느낌이 이마에 서늘하게 와 닿는 느낌도 좋았어요. 침대 위에는 밤마다 나의 꽃분홍 잠옷이 되똑하니 얹혀져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워요. 왜 핑크색 잠옷을 샀는지. 돌아오는 날 노란 장다리꽃 위로 내리던 비도 좋았어요. 멀리서 보니 장다리꽃 밭은 꼭 노란 바다 같았습니다. 난 내 생에 두 번 다시 비행기를 타거나 제주도에 올 일은 없으리라는 것을 노란 장다리꽃 위에 내리는 비를 보며 알았지요. 비도 노랗게 변하더군요.

우리는 내가 장애인이라 장애인 아파트에 입주를 하였고 장애인 차를 샀으며 장애인 연금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택시 운전 기사였습니다. 하루에 2교대를 하지요. 교대를 하고 들어오면 당신은 나를 복지관에 데려다 주고 잠을 잤습니다. 당신이 데리러 올 때까지는 집으로 오지 말라고 당신은 내게 당부하였지요. 나도 당신의 피로를 방해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새벽에 나갈 때도 당신은 나더러 잠을 자야 한다며 밤 12 시경에 오라고 해서 나는 우리 아파트의 노인정이나 어린이 공부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당신은 언제나 J와 함께 나왔습니다. J는 처음엔 가끔 오더니 나중엔 매일 오다시피 하였고 밥도 우리 집에서 나 없는 사이에 당신과 먹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께 한번도 왜? 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좋으면 나는 그뿐이었으니까요.

그 날은 내가 주문 받은 소삼작 노리개를 집에다 두고 왔습니다. 당신이 곤히 자고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살그머니 문을 열고 거실이랄 것도 없는 곳에 둔 노리개만 가지고 나오리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현관엔 언제 왔는지 굽이 바깥쪽으로 더 닳아 기우뚱해진 J의 키높이 구두가 있었습니다. J의 키높이 구두를 볼 때마다 난 생각하지요. J의 키가 가짜이듯이 그의 모든 것은 가짜 일거야, 라고요. 언제 왔을까 같이 잠들었나. 나는 소삼작 노리개만 가지고 나오려다 방에서 신음 소리가 나기에 당신이 많이 아픈 줄 알고 약이라도 사다 주려고 휠체어를 밀어 방문 앞으로 가 방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 놀랐지요. J의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졌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 얼굴은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당신과 J는 둘 다 옷을 벗은 전라로 서로 엉켜 있었습니다. 당신은 애처로워 보였고 J는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무엇인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겁니다. J는 나를 보면서 고통스런 표정으로 행위를 끝냈고 당신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J의 목에 팔을 감고 있었습니다. 나는 눈을 뗄 수도 돌아 나올 수도 없이 그것을 머릿속에 다 집어넣었습니다.

  - 일주일 후에 계속 - 

 

이준옥 :소설가. 1회 전태일 문학상 소설 당선한국작가회의회원복사골문학회 주부토 소설동인.

아름다운 지구에 여행 온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지구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살아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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