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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고 고요한

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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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2.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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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적막이 또 한 채 늘었어요

이대로 죽음이
삶을 배웅 나와도 좋겠구나 싶은

바람 불고 고요한 봄 마당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 잎이 번지나보다. 그것은 아주 먼 곳으로부터의 힘겨운 발걸음. 나무는 아픈 사람처럼 오래 가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지켜보는 이의 적막한 마음을 헤아려서 죽음이여, 이제 그만 꽃들을 이 고요한 마당으로 내보내주시길. 그 꽃들 가을의 향기로운 열매에 닿도록 힘껏 손 흔들어주시길.

 

2022. 2월사본 -DSC_10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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