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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의 독백5 - 권진규, 흙으로 빚은 생명

작품을 통하여 존재 자체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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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4.0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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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상

  

권진규라는 조각가의 이름은 흙으로 빚은 빨간 얼굴의 소녀로 기억된다. 전시회에서 가끔 소녀의 얼굴을 보면 권진규라는 이름이 있었다. 나에게 빨간 얼굴의 소녀는 권진규였고, 권진규는 곧 빨간 얼굴의 소녀였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전시회를 한다기에 빨간 얼굴의 소녀가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권진규 조각가를 만나러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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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얼굴


노실의 천사1972년 조선일보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 산보-노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의 한 구절이다. “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爐室에 화장火葬하면 그 어느 것은 회개승화悔改昇華하여 천사天使처럼 나타나는 실존實存을 나는 어루만진다.” 권진규는 작품을 통하여 존재 자체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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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권진규는 하루를 아침(6-8), 오전(10-13), 오후(15-18), (20-22)으로 나누고 아침과 밤에는 주로 구상과 드로잉을 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작품 제작을 하는 등 수행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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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는 여성의 두상과 자소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 황소, 고양이 등의 동물상과 부조, 불상 등을 제작하였다. 나는 권진규의 부조를 볼 때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부조를 보는 듯하였다. 그것은 권진규가 고대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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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의 여인 두상은 낯설지 않다. 흔히 주변에서 자주 본 듯한 자연스러운 한국 여인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권진규의 여인상의 모델들은 권진규의 강의를 들었던 여학생이거나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이다. 여인상의 제목이 지원, 영희, 선자 등 모델의 이름인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친숙한 것은 권진규의 여인상이다. 동네 누나 같고 여동생 같은 소박한 얼굴의 여인은 무언의 대화를 시도한다. 권진규의 여인은 무표정한 듯 하지만 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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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상

 

권진규는 영원한 생명력을 작품에 부여하기 위하여 테라코타(terracotta)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나는 전시회를 보면서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변치 않는 흙의 생명력을 통하여 작품의 영원성을 확보하려 했던 조각가 권진규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덕수궁 정동 길도 걷고 서울시립미술관도 찾아 천재 조각가의 작품들도 만나보면 좋을 듯싶다. 전시는 522일까지 한다.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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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2.jpg
이재학

마라톤을 하면서 인생을 긍정의 눈으로 보는 법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라토너/부천복사골문학회회원/부천작가회의회원/부천수필가협회회원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마을 신문 ‘부천 소새울에 산다’ 발행인

저서

나는 마라토너다/길에서 다시 찾은 행복마라톤

황소도 말처럼 뛰나/엄마가 치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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