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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다윗과 하늘, 그리고 갈마(褐磨)-17회

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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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4.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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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역전의 용사답게 싸움의 승패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결과는 전쟁의 승패가 아니었다. 아들 압살롬의 생사여부였다. 성의 문루에 있던 다윗의 눈에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오는 단기필마가 보였다. 단기필마는 곧 승리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는 더욱 초조했다. 말 위에 탄 이는 아히마아스였다.

어찌 되었느냐?”

다윗은 성급히 물었다.

전하, 기뻐하소서. 이겼사옵니다.”

아히마아스가 외쳤다. 궁금한 건 승리가 아니었다.

압살롬은 어찌 되었느냐?”

다윗의 목소리가 떨렸다.

영광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여호와, 폐하의 주님께서 은혜를 내리셔서 반역한 무리들을 무찔렀사옵니다.”

압살롬, 압살롬은?”

다윗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자 아히마아스는 다윗의 뜻이 오직 압살롬의 생사에만 있는 걸 알고 그대로 보고를 할 수가 없었다.

신이 떠날 때에 큰 소동이 일어난 줄은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겠사옵니다.”

다윗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건만 입장만 난처해진 아히마아스였다. 그때 헐레벌떡 다윗 앞에 엎드려 절하는 흑인 전령이 있었으니.

폐하, 기뻐하십시오. 여호와의 은혜로 역적들은 모두 소탕되었습니다.”

그래, 압살롬은 어찌 되었느냐?”

다윗은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흑인은 서슴없이 말했다.

칼에 찔려죽었습니다. 앞으로도 역적의 무리는 그와 같이 비참하게 죽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다윗은 그만 땅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기어코 그렇게 되는구나. 혹시나 기대했더니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구나. 그는 절망했다. 땅을 치고 통곡했다. ()은 이렇게 적고 있다. 다윗의 애통한 심정을.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루로 올라가서 우니라 저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

다윗은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늘의 무서움을. 자신의 죄에 대한 응징이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견뎌내기 힘든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렇지만 거기에서도 다윗의 시련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윗도 인간이었다. 반란을 진압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반란군 측에 가담한 정도와 진압의 공을 따져 십이 지파 중 유독 유다족에게 많은 주도권을 주게 되었으니. 그러자 다른 지파에서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그 불만을 이용하여 반란을 일으킨 이가 있었으니 세바라는 자다. 세바는 다윗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거룩한 땅이자 기업이다. 이 거룩한 땅이 더러운 피로 물들었다. 이 피를 불러온 장본인이 누구인가? 다윗은 더 이상 이스라엘 왕의 자격이 없다. 그 아들들의 행태만 봐도 알 수 있잖은가. 다윗은 사울처럼 여호와의 뜻을 저버렸다. 이제 여호와는 다윗을 버렸다. 다윗은 죄인이다. 죄인이 왕의 자리에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잖은가!”

그러자 십이 지파 중 십 지파가 다윗을 따르지 않고 세바를 따르는 것이었다. 백성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았다. 세바의 반란은 곧 진압되었으나 민심 이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따졌을 때의 고민이 거기에 있었다. 원초적 책임, 간음이었다. 밧세바와의 간음 이후 한시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앞으로도 또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목을 죄어올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간음의 죄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를 거듭해도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 방법이 없었다. 여호와에게 묻는 수밖에.

다윗은 여호와의 장막에 틀어박혀 몇날 며칠이고 나오지 않았다. 침식을 거른 채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기도하고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간구했다. 어렴풋이 마음속으로부터 울림이 있었다. 들리지 않던 하나님의 음성. 그렇게 믿었다. 간음의 죄에서 비로소 해방이라는. 여디디야. 여호와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 밧세바와의 사이에 솔로몬을 낳았을 때 나단 선지자는 그 아이를 축복하고 그런 이름을 주었었지. 그건 무슨 뜻인가. 솔로몬을 후계자로 삼으라는 뜻이 아닐까. 솔로몬을 후계자로 삼으라는 것은 밧세바와의 간음을 이미 용서하셨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다면 간음은 죄이고 사망이면서 용서이고 축복이 됐다. 죄와 사망과 용서는 끝났다. 이제 축복만 남았다. 다윗이 기도 중에 내린 결론이었다.

다윗은 장막을 나와 솔로몬이 하나님의 뜻으로 자신의 후계자임을 은연중에 암시했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여호와하나님의 뜻이라는 데엔 솔로몬이 간음의 산물일지라도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밧세바의 위치도 굳건해졌다. 그리고 지난날의 과오를 만회하려는 듯 다윗은 신실하게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또한 솔로몬에게는 하나님의 엄청난 은혜를 입게 되었으므로 왕이 되고나선 성전을 건축해야 한다는 거스를 수 없는 사명을 주지시켰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다윗에게도 세월은 비켜가지 않았다.

 

다윗 말년.

나라 안팎은 안정되었고 이스라엘은 반석 위에 놓이게 되었으며 다윗은 늙었으되 성군으로 모든 백성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백성들은 다윗이 오래도록 이스라엘을 통치하길 원했다. 민심을 간파한 신하들은 늙어서 거동조차 힘든 다윗을 위하여 젊고 아리따운 처녀인 아비삭으로 하여금 시중들게 하고 행여나 체온이 떨어질까 염려하여 알몸으로 잠도 같이 자도록 조처했다. 다윗은 처음에 그러한 과잉 충성을 거절했다. 그러나 아비삭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름다웠다. 젊은 날의 밧세바를 보는 듯했다. 다윗은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못이기는 척 따랐다. 과욕이었다. 아무리 늙고 힘이 없어도 욕심은 끝이 없기 마련. 그러나 다윗은 너무 늙어 마음만 간절하지 몸이 따라주질 못했다. 당연히 남녀 간의 정사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괜한 흠집만 남긴 꼴이었다. 신하들의 뜻은 이스라엘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왕에 대해 죽기 전까지 최대한으로 편안하게 살다 가시라는 배려였는데. 그야말로 아비삭은 인간으로서 회춘의 슬픈 묘약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다윗의 넷째 아들로 다섯째 부인인 학깃에게서 낳은 아도니야가 있었다.

아도니야는 살아있는 다윗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다. 뛰어난 용모와 야심만만한 기질과 아울러 용의주도한 정치력까지 갖춘 그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압살롬을 쏙 빼닮은 데다 그때까지 다윗의 심사를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도 아비를 공경하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아도니야가 아비삭을 본 것이다. 첫눈에 반한 것도 모자라 몸살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림 속의 떡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후궁이나 마찬가지 신분. 어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벙어리가 된 아도니야는 그녀를 먼발치에서나 보며 냉가슴만 앓았다. 그녀를 신하들보다 먼저 발견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그녀를 아버지에게 천거한 신하들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무슨 수가 없을까. 아버지만 아니라면. 아버지만 없었다면. , 한번만 안아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았다. 원이 없을 것 같았다.

마침 그때, 다윗이 연로하여 무기력해진 틈을 타 주위에서 아비삭에 안달하는 아도니야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군사력의 정점에 있던 군대장관 요압과 정신적 정점의 위치에 있는 제사장 아비아달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그녀가 아니었다. 왕권이었다. 그녀는 안중에도 없었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다스리기엔 아직 어립니다.”

그렇지만 아바마마께서 솔로몬을 후계자로 이미 내정한 상태인데 어찌 아바마마의 뜻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자고로 우리 이스라엘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장자 우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누가 이스라엘의 장자입니까? 솔로몬입니까? 왕자님이십니다. 어찌하여 굴러온 복을 차지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아바마마께서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폐하는 돌아가신 거나 진배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상태 아닙니까. 저희들이 있습니다. 이 군대장관 요압과 제사장 아비아달 말입니다. 뭐가 부족하여 망설이십니까. 저희들은 왕자님께서 폐하의 뒤를 잇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회였다. 아도니야는 흔들렸다. 가만히 듣고 보니 못할 것도 없고 솔로몬에 비해 자신이 나으면 나았지 부족할 것도 없었다. 교만이 겸손을 누르고 고개를 내밀었다. 무엇보다도 왕이 되기만 한다면 아비삭을 안을 수 있었다. 아도니야는 왕권보다 아비삭을 안을 수 있다는 데에 더 혹했다.

그렇다면 모두 힘을 합쳐 봅시다.”

반역이었다. 셋째 아들 압살롬에 이은 넷째 아들의 반역.

아도니야는 어느 날 요압과 아비아달의 협력 하에 전차와 기마병과 호위병을 준비하고 모든 왕자와 문무백관과 백성들을 초대하여 양과 소와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며 스스로 이스라엘 왕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그에 호응하여 새로운 이스라엘 왕의 탄생을 축하하고 아도니야 왕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초청받지 못한 인사가 있었으니 그들은 선지자 나단과 다윗의 호위 용사들을 비롯하여 대장 브나야, 제사장 사독, 그리고 솔로몬 등이었다.

나단 선지자는 아도니야의 반란 소식을 듣고 그건 여호와의 뜻이 아니라며 밧세바를 찾아갔다. 나단의 생각에 이스라엘의 왕은 장자권보다 하나님의 선택이 우선이었다.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라 자처하며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뭣이라고요?”

밧세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도니야의 반란? 압살롬에게 놀랐던 가슴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여 간이 콩알만큼 작아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당연히 다윗의 후계자는 자신의 아들 솔로몬이라 믿고 있던 그녀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한시가 급하오. 어서 빨리 폐하를 뵈어야겠습니다. 폐하께선 까마득히 모르고 계실 것입니다.”

당연히 모르시지요. 폐하를 만나서 어쩌시려고요?”

제 말대로만 하십시오. 마마의 안위와 솔로몬 왕자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나단은 밧세바에게 계교를 일러주었다. 밧세바는 다윗의 침실로 들어갔다. 급했다. 다윗은 앉아있을 기력도 없는 듯 누워있는데 아비삭이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밧세바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밧세바는 아비삭을 보는 둥 마는 둥 지나쳐 다윗 앞에 이르러 허리를 굽혔다.

폐하, 밧세바입니다.”

죽은 듯 누워있던 다윗은 힘겹게 눈을 떴다.

어쩐 일이시오, 부인.”

어쩌면 좋습니까, 폐하.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다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오!”

폐하께서 지난 날 여호와께 맹세하시며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도니야가 요압과 아비아달 등과 모의하여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단 말입니다.”

다윗은 밧세바의 말이 꿈결처럼 들렸다. 단지 온몸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분노할 힘도 없었다. 그대로 의식마저 꺼져버렸으면 싶었다.

저와 솔로몬은 이제 죽은 목숨입니다. 아도니야가 이대로 두겠습니까? 통촉하시옵소서.”

그때 선지자 나단이 들어왔음을 아비삭이 알렸다. 다윗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나단은 다윗 앞에 엎드려 절하고 질책하듯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아도니야가 후계자란 언질을 주신 적이 있으십니까?”

다윗은 나단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좌우로 힘없이 흔들었다.

그렇다면 아도니야의 음모입니다. 지금 아도니야가 왕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왕자들과 군대장관 요압과 제사장 아비아달도 그 무리에 끼어있습니다. 벌써 아도니야 왕 만세를 부르고 있다 합니다. 그들은 저와 제사장 사독과 호위대장 브나야와 솔로몬을 쏙 빼놓은 채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어서 입장을 명확히 하십시오.”

골육상쟁의 칼부림. 그 지긋지긋한 고통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다윗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하나의 아들이 간음의 희생물이 되고자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마저 내 탓이로다.’

갈마(羯磨)는 아직도 말년의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나 다윗은 확신했다. 여호와의 뜻을 거역하는 일은 파멸뿐이란 것을. 기도 가운데 들은 하나님의 음성은 자신 다음은 솔로몬 편이었다. 그래야만 간음이 죄에서 해방되고 최후의 축복이 될 수 있었다. 그걸 모르고 덤벼드는 아들이 안타까웠다.

밧세바를 앞으로 오게 하시오.”

긴장이 방안을 짓누르고 있었다. 조용히 밧세바가 다윗 앞에 섰다.

잘 들으시오. 내 생명을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신 여호와하나님께서 살아계신 이름으로 맹세하노니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의 후계자는 솔로몬이오. 오늘 당장 즉위식을 거행토록 할 것이오. 그 누구도 이 일, 즉 여호와께서 하시는 일을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것이오.”

여호와께서 하시는 일. 다윗의 단호한 어조였다. 꺼질 듯하던 그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밧세바는 감격하여 울었다. 다윗은 곧이어 사독과 브나야를 불러 나단과 함께 자신의 노새에 솔로몬을 태워 기혼으로 가 의식을 거행하도록 명을 내렸다. 왕의 노새는 왕만이 탈 수 있었다. 

 - 계속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박희주 작가 운암.jpg

박희주 작가

 1996년 등단한 후 첫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와 두 번째 시집 네페르타리를 발간하고 2005년 <월간문학>에 중편소설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로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소설계 데뷔소설집으로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이 시대의 봉이』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절벽과 절벽 사이를 흐르는 강』과 장편소설집 사랑의 파르티잔』 『안낭아치』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가 있다. 2021년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우수출판콘텐츠로 박희주 중편3이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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