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풀잎

이기철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2.08.23 11:17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초록은 초록만으로 이 세상을 적시고 싶어한다
작은 것들은 아름다워서
비어 있는 세상 한 켠에 등불로 걸린다
아침보다 더 겸허 해지려고 낯을 씻는 풀잎
순결에는 아직도 눈물의 체온이 배여 있다
배추 값이 폭등해도 풀들은 제 키를 줄이지 않는다
그것이 풀들의 희망이고 생애이다
들 가운데 사과가 익고 있을 때
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만의 영혼을 이끌고
어느 불 켜진 집에 도착했을까
하늘에서 별똥별 떨어질 때
땅에서는 풀잎 하나와 초록 숨 쉬는
갓난아기 하나 태어난다
밤새 아픈 꿈꾸고도 새가 되어 날아오르지 못하는
내 이웃들
그러나 누가 저 풀잎 앞에서 짐짓
슬픈 내일을 말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따뜻한 방을 그리워할 때
풀들은 따뜻한 흙을 그리워한다

 

2022.8월224C5C405964C1FA2E.jpg

 

 



태그

전체댓글 0

  • 9522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풀잎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작업수행시간 :: 0.254040002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