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소설가 박희주 칼럼/ 졸속이 횡행하는 나라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부천의 광역동 폐지와 원상회복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2.12.01 16:56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 된다며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반대하는 여론에도 이전을 강행했습니다. 그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전 비용은 496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혔지요.

 

박희주.jpg

박희주 소설가

 묻겠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 하나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 있나요? 집무실 위치에 따라 제왕적 대통령이 되냐 안 되냐가 결정되나요? 국민의 뜻은 묻지도 않고 도대체 누구의 뜻에 따라 결정했나요? 그리고 그 돈 가지고 충분하나요? 이전에 따른 연쇄 수반 비용 등은 포함하지도 않고 단순한 이사 비용만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않았나요? 지존의 졸속 판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겠지요. 이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부가 청와대 복귀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제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며 이전한 지 7개월이 돼갑니다.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있습니까. 이전 결정이야말로 제왕적이지 않았나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마지못해 철회한 영빈관 신축 계획, 범부라 해도 삼갔을 막말 논란, 계속된 외교 실수에 이어 이태원 참사는 일어났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주인 없는 희생자 빈소는 윤석열 정부의 속 빈 강정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실 출장소로 전락하여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민심을 전달하는 기능마저 상실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특정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도 않고, 취재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다 소통의 상징으로 삼으려던 도어스테핑마저 중단되어 그토록 부르짖던 자유가 무색해졌습니다. 불통으로 인한 화물연대의 파업에 업무개시 명령이 즉각 뒤따르니…… 그야말로 졸속의 연속, 총체적 난국이라 국민은 참담하다 못해 뉴스 보기를 싫어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천은 어떻습니까.

조용익 부천시장은 지난주 시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4년 동안 시행해왔던 광역동 행정체재를 폐지하고 일반동 부활을 역설했습니다. 김만수 전임시장 임기였던 2016년에 3개의 행정구를 폐지하고 10개의 행정복지센터(광역동)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다음 장덕천 시장이 20197월에 실행하여 전국 최초의 광역동 체제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혈세는 100억 원가량 지출되었다지요.

광역동 체제 전환의 변으로는 민원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주민 생활이 편리해지며, 보건복지 서비스가 확대 강화되고,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되며, 남는 여유 청사를 활용하여 문화 복지시설을 만들 수 있고, 행정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졸속을 감추기 위한 말은 번지르르했지요. 그런데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게 있습니까? 물론 공청회 및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무시되었습니다.

이걸 다시 원상으로 복귀하자는 것입니다. 김만수=계획, 장덕천=실행, 조용익=폐지. 6년 동안 부천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거기에 부천시의회, 각계각층을 망라한 광역동 추진위원회, 일반동 전환 실무 추진 태스크포스(TF)는 상황 변화에 따른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원상으로 복귀하는 비용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사과는 고사하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자들은 나 몰라라, 미래의 정치적 행보만 저울질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입니다.

이번 정례회에서 제9대 부천시의회 27명 의원 전원은 여야 한목소리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부천시의 광역동 행정체제를 폐지하고 구 복원 및 일반동 전환에 대한 승인을 촉구한다는 주문을 바탕으로 행정의 효율성과 가능성만을 강조한 결과 여러 부분에서 행정의 공백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광역동의 폐해를 꼬집었습니다. 결국, 201971일 시행한 광역동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행정을 위한 것'이었다고 의원들이 판단한 것입니다. 결의안에 따르면, 아직도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으며 행정의 여러 방면에서 공백과 사각지대가 발생하여 실패한 정책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못 박고 있습니다.

광역동으로 전환할 시 지금의 시의원들(당시 의원의 위치에 있지 않은 분도 있겠지만)은 뭐했을까요. 당시의 정책 입안자들과 동조자들은 왜 아무 말 없을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걸까요. 그동안의 시민불편과 막대한 혈세 지출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까요. 당시의 필자는 부천문인협회장으로서 광역동 명칭 졸속 개명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부천시 부천동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억지스러운 이름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일 뿐입니다.

 

 

태그

전체댓글 0

  • 7042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소설가 박희주 칼럼/ 졸속이 횡행하는 나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작업수행시간 :: 0.741971969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