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부부별곡

구유현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8.01.20 20:0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사람은 속병이 없으면 오래 산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구순의 할머니가 손자한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었나 보다. 자율적으로 오는 병은 병원에 가면 되지만 심리적 병은 치료할 방법이 묘연하다. 시도 때도 없이 마음에 쌓이는 시름은 타율적이어서 한 번 마음 집에 들어오면 나갈 줄 모른다. 사람들은 쉬 잊으라고 남 말하듯 상처를 내면서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말라 하지만 한번 마음 속에 박힌 상처는 들어 올 때는 쉬워도 지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코엑스, 프로방스DSC_1251.JPG
 
남들은 골치 아픈 일 빨리 잊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안 된다. 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마음이 아플 때는 갈 데가 없는 게 문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플 일도 아닌데 배 아파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기적인 속성을 가진 인간은 내일 변할 것도 없는 그네를 타며 헛수고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니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덫에 걸려 남들이 내는 상처를 마다하고 희망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몸과 마음 따로 병이 났을 때 어느 경우가 힘들까.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지만 마음의 아픔은 유통기한이 없다.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나며 본의 아닌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는다. 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산다는 게 다 그렇고 그렇다며 모두가 무관심하게 병 주고 약 준다. 마음이 불편하면 행복할 수 없지 않은가.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마음 속 아픔은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방스 새사진기DSC_0175.JPG
 
 
부부는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즐거움과 괴로움, 걱정과 분노, 절망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다. 잘잘못을 그대로 함께 느낀다. 우리나라는 세계 열두 번째로 잘 살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다고 하는데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운동을 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는 있으나 타인과의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힘이 부친다. 건강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자기 자신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관계에 나타나는 문제는 공동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일이라면 잘못된 소견일지 모르겠다. 인간관계가 잘못되면 정신 건강을 해치는데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어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게 문제다.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다. 정신이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하고 주변인들 역시 함께 노력해야 하리라.
여건에 따라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습관적인 생활화로 이어지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덩달아 할 때가 있다.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화가 오고가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일이 전개되기도 한다. 대화를 하든 음식을 먹든 자기 의지대로 반영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이런 저런 말에 놀아나게 될 때가 있다. 남 보기는 쉽게 보이고 말은 쉽지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말지 걱정이 팔자라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모임이 있으면 으레 술자리로 이어지는데 개인사정에 따라 먹고 싶을 때도 있고 내키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먹기 싫다 하면 죽을 때가 다 됐다다며 억지로 먹이려 한다. 술잔을 돌릴 때는 먹기 싫어도 막무가내기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따라 맡겨 둘 수 있어야 하는데 굳이 강요하다시피 하는 저의는 뭘까. 나 혼자 마시고 망하지 않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강제로 술을 요구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프로방스 새사진기DSC_0337.JPG
 

오래간만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만난 자리인데 기분이 상하는 대화가 일방적으로 오고 간다면 안 만나느니 못한 만남이 된다. 만남은 더 따뜻하고 돈독하기 위해서 마련되는 자리인데 그렇지 않다면 모임을 가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는가. 모임이 불쾌하게 끝나고 만족스럽지 못해도 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앞으로 잘 되겠지 낳아지겠지 하는 마음인데 언제나 불쾌한 감정이 쌓이기만 한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잘못이 쌓이고 기대할 수 없는 아쉬운 날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억울하게 소모적인 일로 배려받지 못하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불행을 경작하는 선수가 되기 싶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있으면서 삶의 질은 팍팍하기만 하다. 왜 그동안 나는 남들처럼 영악하게 살지 못했을까. 대책 없이 노년을 맞게 된 나를 질책하곤 한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와 같은 나눔과 따뜻한 삶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프로방스 새사진기DSC_0272.JPG
 

  뒤 늦게 나름대로의 희망을 갖는다. 땅거미가 지는 어스름한 저녁 어느날 노부부로 보이는 내외를 보았다. 영감이 꾸부정한 부인의 손을 꼭 잡고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황혼의 나이에 꾸부정한 부인의 손을 잡고 가는 영감이 내 모습이고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 출가하여 분가를 하고 남은 건 부부다. 나이가 들어 병이 들고 거동이 불편하면 본인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자신조차 모르고 가족들이 모르는 세월을 보내면서 모두가 힘들다. 가족이 수발을 들어준다 해도 한계가 있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밖에는 없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하지 못하면 집안 식구에게 짐이 된다. 집안 식구 들에게 짐이 되고 싶어서 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병들고 거동하기가 힘들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말도 어눌하고 움직이는 데 부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다. 사는 날까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사는 노력이 절실하다. 고령이 되어 자신을 자각할 때는 이미 속수무책이다.
운동을 하는 것은 아이가 눈을 떠야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여태까지 일회적으로 일관성 없이 핑계를 대면서 운동을 미뤄왔는데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닌 것 같다. 젊었을 때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는 움직이는 것이 귀찮고 움직이는 것조차 일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은 젊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면 병원에 가지 않고 즐겁고 건강을 지키며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건강을 잃고 노년을 힘들게 보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찾아든다.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건강을 잃고 노년을 힘들게 보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찾아든다. 내가 좋아 하는 운동 하나만이라도 해 올 걸 하는 후회가 된다. 운동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는 걸 건강을 잃어봐야 안다고 하는데 나에게 던져 주는 말 같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코엑스, 프로방스DSC_1272.JPG
 
 
나는 내 건강관리 못지않게 집사람 건강을 잘 챙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저녁노을 만종처럼 건강한 부부로 낭만적으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년에는 부부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복된 삶이다. 부부 중 건강을 잃어 홀로 남게 되었을 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우리 부부의 꿈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요양원 신세가 안 되게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 기도를 하며 매일 아침을 열곤 한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부부별곡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작업수행시간 :: 0.251794099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