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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익히며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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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1.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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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익히며1.jpg

  

가지를 익히며

 

김명숙

 

가지를 삶으려고 가운데를 잘랐다

갈라진 가지 속,

꼬부라지고 쇠진 가지의 까만 씨가 빼곡하다

 

수돗물로 떨어내려 해도 잘 떨어지질 않는다

가지 살 속에 꽉꽉 박혀 떼어지지 않는 씨를 보며

내가 살아 온 길을 들어다본다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내 잘못도

누구에겐가 저렇게 까만 씨 한 점으로 박혔으리.

 

세상의 한 귀퉁이에,

장미꽃은 아니더라도 풀 한포기는 피워내자고

달려온 내 발자취가 바람에 언뜻언뜻 들춰져 보이고

그 풀포기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다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아도

오랜 시간 흐르면 점차 엷어지는 멍처럼

용서하고 이해하며 한 생을 우린 서로 살아가는지도.

 

익혀진 가지를 물에 담그면

오롯이 씨를 뱉어내 부드러워지는 저 가지처럼

산다는 것은 어쩜 잘못을 뱉어내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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