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 건강하다
구유현
중국 철학자 펑여우란은 젊은 시절 서양학자로부터 “중국에도 철학이 있느냐”는 놀림을 받았다. 분발한 그는 7권짜리 ‘중국철학사 신편’을 쓰는데 평생을 바쳤다. 1990년 95세에 세상을 뜰 때도 원고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 마지막 모습은 그가 생전에 자주 읊조렸다는 이상은(李商隱)의 당시(唐詩) 구절 그대로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 그치고 (春蠶到死絲方盡)촛불은 재 돼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蠟燭成(恢淚始乾).’
100세 생일에 맞춰 버스회사 수리공을 그만뒀던 미국 LA의 아서 윈스턴이 은퇴 20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 버스회사에서만 76년을 근무했고, 모두 81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죽었을 때 딱 하루 결근했다는 윈스턴이다. 이미 10년 전에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세기의 직장인’으로 표창했다. 윈스턴의 사인(死因)은 심장이 점차 기능을 잃으면서 생기는 울혈성 심부전이라고 한다.
윈스턴은 최근까지도 건강을 뽐냈다. 섹시한 20대 흑인 여가수 비욘세의 사진을 옷장 안쪽에 붙여 놓았던 것이다. 은퇴하던 날도 그는 “아직 건강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한구석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무얼 해야 할지 초조하기도 하다.” 그가 두려워 한 것은 ‘일’이라는 평생 동력이 멈추는 것이었다.
인생의 초반전에는 일하는 것이 지옥이었다. 젊었을 때는 일이 몸에 배지 않아서인지 화가 나고 상사가 고달프게 하는 존재로만 생각되었다.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최선을 다해 일해도 잔소리는 여전했다. 지금은 자신이 일을 못하는 것도 일이 많아서 못하는 것이고 놀고 있어도 바쁘다 하며 이현령비현령으로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가 어디에 있던 지나고 보니 헛살아 왔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이왕 할 일이면 즐겁게 할 것을 바보처럼 생각하며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학생은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하여 노력을 해야 성장할 수 있고, 직장인은 주어진 역할을 흔쾌히 받아들일 때 건강해질 수 있고 행복한 일터가 된다. 어차피 이왕에 할 공부나 일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런 역할을 못한다면 게으름, 태만, 소극성, 무능, 피동성, 수동성, 의타적으로 매사를 부정적으로 그르칠 수밖에 없으며 타인에게 폐가되기도 한다. 자기 역할을 잘하는 것은 자신이 성공적일 수도 있고 남에게 폐가 되지 않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