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벽화길
최선경의 여행노트
소사 벽화길은 소사역에서 부천 남부역 방향으로 가다가 상가들이 있는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벽화가 상가 점포 문 셔터에 그려져 있는 까닭이다.
대부분의 벽화길은 건물 문이나 담장 지붕 공간에 그림이 그려지지만, 소사 벽화길은 셔터에 그림이 있어서 상점의 장사를 마치고 셔터가 내려진 휴일에 벽화길이 살아난다.
세월이 지나 셔터엔 먼지가 쌓여 낡은 그림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청소로 깔끔한 벽화를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벽화의 그림마다 뜻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포부, 여행, 쉼을 뜻하는 듯 하는 벽화를 보며 많은 이가 그리는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적절한 글까지 곁들인, 마치 신문 만평 만화를 연상케 하는 한 컷들.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공감이 가는 글, 그림이다. 도시락 밥 위에 노른자를 드러내며 누워있던 계란 프라이 도시락을 먹어본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소사역 건너편 쪽은 부천역이 가까워 올수록 새 점포와 새 건물들이 많아서 벽화길이 끊겨져있다. 벽화길이 끊긴다는 건 개발의 좋은 조짐이겠지.
이즈음엔 오래된 동네의 낡은 건물들을 색칠하고 벽화를 그려 넣어서 벽화마을로 조성하는 일이 많이 있는데, 소사 벽화길은 이미 오래 전에 조성된데 비해 방치해둔 느낌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벽화들이 눈길을 끌고 마음의 여운을 안겨주어서, 그림과 글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걷기에 지루하지 않은 발걸음 이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