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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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유현의 명상노트-신나는 교육환경
    꼰대라는 말 같지만, 학생교육은 다분히 의도적이어야 한다. 예전에 학생교육은 의도적이어야 한다는 말 귀 아프게 들었다. 그당시는 시큰둥하게 들렸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 참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지금이라도 교육의 소중함이 어디에 있는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고했으면 좋을 것 같다.
    • 테마기획
    • 구유현의 명상노트
    2021-05-13
  • 부천공공미술프로젝트 "또 다른 그날 - 영광"의 제작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4월중 상동호수공원에 설치될 예정
      현대미술협회 회원들이 본지 기자와 좌담회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부천시가 주관하는 2020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작품 "또 다른 그날 - 영광"의 제작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4월중에 높이 3.5미터의 초대형 비보이 브론즈 조형물이 상동 호수공원에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동호수공원은 인공조성 호수 면적이 약2만3,000제곱미터이고 전체 18만 130제곱미터로 부천시에서 가장 큰 면적의 공원이다.   작품개요 투시도   한국미술협회 부천지회(지회장 김봉희)의 지원하에 "현대미술부천작가회(회장 함승희)"가 주관작가로 참여하여 제작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특색에 어울리는 지역공간의 문화적 재창조를 주제로  제안된바 있다.   문체부로부터 출발한 당초의 기획의도가 예술인들에 대한 퍼주기 정책으로 비춰지고 졸속적으로 추진된 관계로 전국적으로 수많은 논락과 비판을 자초한 "2020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각 지역의 미술계가 분열되거나 분쟁에 휩싸이게하는 역효과로 그 의도가 크게 훼손되었으나 대형 미술품제작경험이 부족한 대부분의 지방 미술계에는 지역의 문화를 선도하는 콘텐츠를 작품화하며 소중한 제작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순기능의 역할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천미협 김봉희 회장 부천미협의 김봉희 회장은 모처럼 갖는 대형 청동상 제작경험을 부천시 미술작가들이 공유 할 기회를 갖은 것에 감사한다며 이 작업을 통하여 스케치부터 3D 기반의 디자인, 3D 프린팅 과 전체 제작공정을 주도적으로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한 것은 기쁜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부천시는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여 주제를 정하는 공청회등을 생략하고 "비보잉(B-Boying, Breakdance)"을 주제로 결정하고 공모를 진행하였으며 주관제작사인 "현대미술부천작가회(회장 함승희)"와의 수차에 걸친 협의과정을 거쳐 3.5m 높이의 청동상 작품으로 결정하였다.    브레이크댄스의 기본동작(베이비프리즈)과 가위차기동작(나이키프리즈)을 연결하여 비보잉 동작의 역동성에 동작미를 가미한 형태를 컨셉화 하였다고 설명한 작가회의 함승희 회장은 촉박한 제작기일로 대부분의 공공미술작품이 갖는 목적성을 뛰어넘을수 있는 예술성의 표현이 미진함에 크게 아쉬워하였다.   당초의 문체부 기획에 따르면 이 작품은 2월에 완료되었어야 했는데 문체부가 작가팀 선정일인 2020년 8월25일을 기준으로할 경우 겨우 6개월안에 설치가 완료되어야 하는 것으로 통상적인 대형작품의 목엎제작에 필요한 일정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예술성을 강조하기에는 일정상 어려운 것으로 공감되고있다.  작품은 3D 디자인과 3D 프린터를 통한 제작방식을 도입하여 목업제작방식에서 다소 부족했던 섬세함과 디테일을 더욱 표현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에 충실한 청동상의 제작을 위한 몰딩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재료 또한 ABS레진과 유토를 함께 사용하여 원형을 제작한 것으로 청동 제작을 책임진 작가는 설명하였다. 역동적 비보잉을 형상화한 브론즈 조형물과 정적인호수공원과의 대조적 이미지로 시너지를 더하며 예술적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더욱 관심을 모우고 있다.     본지와 좌담회에 참석한 "현대미술부천작가회(회장 함승희)" 회원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4-18
  • 나도 작가·북큐레이터 될 수 있다!
      부천시립송내도서관은 4월부터 성인 대상 글쓰기 프로그램 <마음챙김 글쓰기>와 북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인 <북큐레이션 자격증반>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마음챙김 글쓰기>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북큐레이션 자격증반>은 교육 수료 후 북큐레이션 민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시민 북큐레이터 양성 과정이다.   <마음챙김 글쓰기>는 4월 6일부터 매주 화요일 총 10회 과정으로 운영되며, 참가자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북큐레이션 자격증반>은 4월8일부터 매주 목요일 총 10회 과정으로 운영된다. 모든 강의는 zoom을 활용한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진행된다.   참여 신청은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bcl.go.kr)에서 할 수 있다. 궁금한 사항은 홈페이지 도서관 소식 코너를 참고하거나, 송내도서관(032-625-4511)으로 문의하면 된다.   <2021년 송내도서관 성인 문화프로그램 운영일정> 강의명 강사 접수기간 운영기간 마음챙김 글쓰기 유동우 3.16.(화) 11:00~ 4. 6. ~ 6. 8. 10:00 (매주 화, 총 10회) 북큐레이션 자격증반 우은선 3.18.(목) 10:00~ 4. 8. ~ 6. 10. 19:00 (매주 목, 총 10회)  신청: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 www.bcl.go.kr 신청참여>문화프로그램>수강신청  문의 : 송내도서관 ☎ 032-625-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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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17
  • 『주부토의 예술혼 – 부천의 예술가 24인전』 크라우드 펀딩으로 지역출판사와 예술가의 상생 모델 선보이며 책으로 출간된다.
      저자 이종헌 작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 3주년을 기념하여 콩나물신문이 기획한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가 『주부토의 예술혼 – 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지난해 총 24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는 도자조각가, 서예가, 사진작가, 지휘자, 시인, 서도소리명창, 만화가, 풍물타악연주가, 소프라노, 기타리스트, 문인화가, 거문고연주가, 서양화가, 플라멩꼬가수, 소설가, 무용가, 금속공예가, 시낭송가, 피아니스트, 미디어아티스트, 서양화가, 도예가, 시조시인, 연극연출가 등 문화도시 부천을 이끌어 가고 있는 핵심 작가 24인의 작지만 큰 목소리를 담고있다.   지은이 이종헌은 시인이자 인문기행 작가로 현재 콩나물신문 발행인과 펄벅문학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현해당의 인문기행》을 쓰고 있으며, 월간 <사람과 산>에 《한국산서회와 함께하는 인문산행》을 연재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전번역서 《그리운 청산도》, 북한산 인문기행집 《<3인의 선비 청담동을 유람하다》, 시집 《이별이 길면 그리움도 깊다》, 관악산 인문기행집 《느티나무와 미륵불》 등이 있다. 작가의 풍부한 위트와 유려한 문체가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부천은 지난 2017년에는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고, 이런 활약에 힘입어 작년 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0 문화도시’에 선정되어 앞으로 5년간 국비 100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문화도시’가 부천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정 사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부천시가 추진해온 문화도시 정책은 일방적 관주도(官主導) 형이었다. 예술가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부천이 파리의 몽마르트르와 같은 성공한 문화도시가 되느냐 아니면 서울의 변방으로서 자족적 기능이 없는 베드타운으로 남느냐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서 정책담당자와 예술가, 시민이 서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야말로 문화도시 성공의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문화도시 성공의 선결 조건은 무엇보다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끌어내는 일   부천에는 예술계의 숨어있는 고수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찾아내서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하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데에 앞으로 ‘문화도시’ 부천의 성패가 달렸다. 단순히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있고 시립합창단이 있다고 해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에션페스티벌 등의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문화도시가 아니다. 제아무리 크고 화려한 행사라도 지역 예술가들의 참여가 없으면 성공한 행사라 할 수 없다. 도대체 우리 도시에 어떤 예술가가 살고 있는지, 그들의 작품은 무엇인지 관심도 없으면서 몇몇 국제 행사를 치른다고 해서 문화도시가 되지는 않는다.   문화도시 성공의 선결 조건은 무엇보다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들이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창작환경이 좋은 도시라는 정평이 나면 부천은 곧 한국 최고의, 또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부천의 숨어있는 예술가 24인의 눈을 통해 문화도시 부천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진단한다.   이번 출판은 문화도시 부천을 홍보하고 나아가 부천 예술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펀딩 참여자의 이름을 책 마지막 장에 기록하여 책과 함께 영원히 남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부천 예술의 르네상스를 위한 순수 민간 차원의 노력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그런 면에서 1백 년 부천 예술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부토의 예술혼' 은 3월말에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펀딩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은 부천시티저널과  미디어저널 출판사로 연락하셔서 직접 주문하고 부천예술과 예술가들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문화도시 부천의 예술발전을 위해 꼭 이책을 읽어주십시오.         "주부토의 예술혼"-부천의 예술가 24인전    주문 032-664-3803   정가 : 20,000원              e-mail 주소 :  bcj2016@naver.com  은행계좌 124-104729-04-018 기업은행/(주)돋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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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14
  • 살아온 삶이 지금의 삶인 이해경 만화가! - (2021년 신춘 기획) 부천의 예술인들 1.
    한국만화진흥원 5층, 부천시내를 향해 창이 확트인 이사장실에서 창가, 그리고 벽 가득히 자신의 작품이 담긴 액자를 세워놓고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며, 커피를 내려 향을 즐기는 이해경 만화가는 만화진흥원 이사장으로서의 품격이 풍겨 왔으며 만화가로서의 아우라가 더욱 빛이 났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최초의 여성 이사장이다. 이두호, 조관제, 이현세, 김동화 등 손꼽히는 만화가들이 역대 이사장직을 맡았었고, 2019년 7월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제9대 이사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 장애인이 장애인의 단체가 아닌 일반단체의 이사장으로 또 여성으로 취임한 드문경우라 할 수 있다. “만화와 결혼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해경 작가로 부터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준다.     이해경 만화가   한국만화진흥원이 노사 간의 갈등 등 분규 와중에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진흥원의 갈등을 치유하려 노력하면서 자신의 임기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아쉬워했다. 취임을 전후하여 만화진흥원은 끊임없는 분규와 내부의 갈등을 겪어왔다. 2018년 8월 전임 A원장의 급작스런 사임으로 촉발된 분규는 이후 내부 직원간의 첨예한 갈등은 물론 외부인사의 무책임한 개입 등으로 수년간 해를 거듭하면서 강도를 더해갔고, 급기야 만화진흥원에 대한 한국콘텐츠진흥원 편입설까지 국회에서 제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만화계와 부천시의 강력한 반발로 현재는 수면 아래로 잠수된 상태지만 이해경 이사장의 존재는 언제든 부상할 수 있는 만화진흥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신종철 원장과 함께 지켜내는 만화진흥원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자들의 권익보호와 권리신장을 위하여 오랫동안 노력해온 것은 물론,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서 최전선의 자리에서 항거해 왔던 올곧은 이미지와 존재가 끼친 긍정적 효과는 드러난 것 이상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3살 때 소아마비로 학교를 포기해야 했고 정규교육을 거치지 못했지만 13세 때 부여잡은 만화가의 꿈은 결코 놓지 않았고, 오늘날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진주처럼 심오한 예술혼은 보여주고 있다. 1974년 새소년 잡지만화에 '현아의 외출'로 데뷔했고 현재까지 약 50여년간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고통과 재활 노력을 다룬 '겨드랑이가 가렵다'로 2005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겨드랑이가 가렵다’ 는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도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20세기 천재작가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에서 따온 이 제목은 이해경 만화가가 겪어온 순수예술을 향한 진한 고뇌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기나긴 터널이 끝나고 이제 비상하려하고 있다고 알리는 신호음처럼 신선한 울림을 주었다   하반신의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카페 운영에 도전 하고, 운전 면허증에 도전하고, 대학교 강단에 서고, 그림을 그리며 삶 자체가 역동적인 이해경 만화가는 작품 속 캐릭터 이상의 용기와 도전으로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용기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따뜻하고 맑은 예술혼을 불태워 심해의 진주처럼 심오한 예술로 오늘도  작품 속에서 유유히 날아오르고 있다. 작품속에서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이해경 만화가: 1974년 새 소년 잡지에 <현아의 외출>로 만화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소년 동아일보, 르네상스, 일본 슈에이사 you 잡지에 연재만화를 실었고, 박완서 소설 등의 명작 만화를 그렸다. 2005년 <겨드랑이가 가렵다>(씨엔씨레볼루션)로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우리들의 천국은>, <리빙스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죄와 벌>(이상 두란노 출간), <허드슨 테일러>, <썬다 싱>(이상 두란노키즈 출간), <다다의 요리일기> (바다그림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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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11
  • 나의 등단 시절/박희주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것이다. 담임선생님께서 교과서에 나온 시를 가르치고 나서 우리에게 한 편씩 지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었을 때가. 시가 무엇이고 소설이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잘 모르던 시절, 고작 산토끼와 발이나 맞추고 냇가에서 멱 감으며 피라미 꼬랑지나 쫓아다니던 수악한 산골아이가 어떻게 시를 짓겠는가. 고민고민하다가 교과서에 나온 작품을 흉내 내어 다음날 가져갔는데 뜻밖에도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그걸 읽으며 칭찬을 하지 않는가. 그 일이 오십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생생한 것은 소설을 업으로 삼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싹수를 되짚어 본 소산이리라. 설령 모방이라 할지라도 내 세계를 지었다는 것. 어쨌든 문학과 최초의 조우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박희주 작가 아직 시골을 벗어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서 50여 리 떨어진 중학교 시절에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국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곧잘 시를 낭송해주곤 했었다. 얇은 사 하이야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낭랑하면서도 사춘기의 가슴을 저리게 하던 목소리는 그때까지 문학이 막연하기만 했던 내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고 시와 시인이라는 존재가 경외의 대상이 되어 그 앞에 ‘위대한’이라는 형용사를 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위대한 존재를 고등학교에서는 직접 만나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전라고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구름재 박병순 시조시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을 싫어했다. 칠판에 빼곡히 쓴 수업 내용이며, 걸핏하면 쉬는 시간까지 잡아먹는 게 일상이 돼버린 강의며, 시험지 뒷면에 시조 한 편씩을 꼭 적어내야 하는 강제를 싫어할 수밖에. 그러나 나는 좋았다. 시인의 수업을 듣는 게 경이로웠고 그 당시 나온 선생님의 시집 『문을 바르기 전에』를 읽는 게 좋았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시 「음삼월」과 「설야」에 빠져들었다. 나는 지금도 그 시들을 외우고 있다. 아, 나도 시인이 되리라. 나는 어느새 문학도가 되어 있었다. 대학시절에 만나게 된 이는 「서울 하야식」을 발표하고 전주로 내려온 박봉우 시인. 도서관에서 <현대문학>을 들춰보다가 거기에 실린 3편의 시가 가슴을 울려 알게 된 이름. 그의 바뀐 주소가 잡지 뒤편에 있었으니 놀랍게도 내가 살고 있는 전주의 시립도서관이었다. 이런 위대한 시인이 전주에 있었다니! 강의가 남았음에도 곧장 찾아갔다. 그가 근무하던 부서는 정기간행문실. 꺼칠한 수염의 그는 내 손을 잡더니 퇴근시간이 아직 멀었으나 다짜고짜 막걸리집으로 데리고 갔다. 별로 말이 없던 그는 간혹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술잔을 기울이곤 입을 쓱 닦으며 ‘기분 좋다’를 외쳤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신앙했다. 그의 모든 시를 섭렵하고 서울의 명동과 관철동 시대에 문단 동료들과 술을 무지막지하게 마셔대던 전설을 흠모했으며, 여전한 가난과 잦은 정신병동 출입과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던 아내마저 시인으로서 당연시 여기게 됐다. 그러나 그는 내게 그 많은 술자리를 가졌으면서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문학을 얘기하지 않았다. 오로지 술만 마시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 그런데도 나는 어렴풋이 문학을 알아가고 있었다. 몇 편의 시와 단편소설이 잉태되었으나 그게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자신하진 못했다. 그의 눈에 비친 나의 작품세계는 더 고민하라는 말씀이 전부. 처음으로 응모한 신춘문예에 떨어진 건 당연지사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어 군대를 다녀오고. 백수가 되어 홀로서기를 꿈꾸던 때,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스포츠동아>에서 중편소설을 공모한다는 걸 알았다. 달라진 집안 환경으로 돈이 급했다. 취직을 하려 해도 기본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상금 250만 원이 절실했다. 마감은 얼마 남지 않았고. 원고지 270매 가량을 부리나케 써서 부쳤다. 「사랑과 미움의 42.195Km」. 기대했던 연락은 오지 않고 발표 지면을 보니 본선에 오른 세 명 가운데 내 이름이 있었다. 내가 소설가로서 소질이 아주 없지는 않단 말이지? 위안이라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그 뒤로 문학과는 별 관계도 없는 직장을 전전하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그동안 먹고 사는 게 우선이었으니 문학은 저 멀리 가 있었다. 그러던 1987년 여름, 파고다공원 앞을 지나치다가 전주에 계셔야 할 박봉우 선생님과 딱 부딪쳤다. 선생님을 뵙는 건 어쩌다 시골에나 다니러 갈 때였다. 서울에서 뵙게 될 줄이야. 파고다공원은 선생님과 인연이 깊은 장소였다. 풍물패와 어울려 결혼식을 올린 장소였기에. 그날 선생님과 함께 한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잡지의 기자들이었다. 그해 8월호에 이달의 한국인으로 선정되어 그곳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던 것. 선생님은 나와 기자들을 인사동 ‘귀천’으로 끌고 갔다. 귀천엔 미리 약속했던지 천상병 선생님이 나와 계셨다. 상병아, 봉우야 이게 몇 년 만이냐. 볼을 비비고, 껴안고, 낄낄거리고. 그들은 아이처럼 서로의 이름을 몇 번씩이나 부르며 스스럼이 없었다. 맥주가 나오고 선생님은 나를 하나밖에 없는 제자라 소개했다. 제자라니? 시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오직 술 먹는 모습만 보여줬으면서 제자라니? 그것에 대해 따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두 분이 따라주는 잔만 죽죽 들이켰다. 그게 선생님과 마지막 술자리가 될 줄을 알게 된 건 고작 3년이 지나서였다. 문제는 그가 날 제자라고 했다는 데 있었다. 내가 그의 제자가 될 자격이나 있는가? 문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처지에 있으면서 감히 제자라니. 내가 생각해도 나는 어설펐다. 치열하게 파헤치지도 열심히 쓰지도 못했다. 다시 책과 원고지를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명성에 누(累)가 되진 말아야지. 생활과 문학 사이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였다. 시도 쓰고 소설도 썼다. 신춘문예와 명망 있는 문예지에 단편도 응모하고, 장편도 응모하고, 시도 응모했다. 반응이 없었다. 거듭된 실패에 나는 나를 의심했다. 안 되는 건가? 그러나 습관처럼 쓰고 오기로 계속해서 응모했다. 결국 90년대 중반 하나가 걸려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던 문예지에서 연락이 와 시인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문단을, 그 물질적 변화를 너무 몰랐다. 시인이 되면, 그 위대한 시인이 되고 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건만 한 달이 지나면 나와 같은 신인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문예지의 홍수시대였다.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고. 부끄러운 짓들이 여기저기서 횡횡했다. 뭔가 잘못 됐구나.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여기가 그토록 선망하던 그 문학 동네가 맞아? 그렇게 회의하던 때 가정에 위기가 찾아왔다.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피아노를 치던 아내에게 찾아온 불청객, 난소암 3기였다.   난 하늘이 놀리는 줄만 알았다. 이제 좀 가정경제가 안정이 되고 문학을 제대로 해보려던 참에 하늘이 시기하는가? 입원과 수술과 항암과 퇴원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아내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내일이 무서웠다. 나는 못미더운 가장이었던 데 비해 아내는 우리 가정의 기둥이었다. 간병으로 직장도 다닐 수 없었다. 그 사이 나도 미쳐갔다. 당사자인 아내보다 더 절망하고 낙담했다. 숨죽여 부르는 나의 노래는 공허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 생각해 냈던 게 시집 발간이었다. 아내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문학이 건달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건축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고향친구의 도움이 컸다. 첫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는 그렇게 아내의 투병 중에 나왔다. 부천시민회관에서 가졌던 출판기념회를 본 아내는 말했다. 이제까지 내가 해온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평소에 별 실속도 없는 문학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던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내가 나의 문학을 다소나마 인정해준 셈이었다. 그런 아내가 2004년 5월 8일 새벽, 마흔의 나이로 결국 떠나갔다. 무심한 하늘이었다. 처절한 고통 속 5년의 투병은 물거품이 됐다. 남은 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가정경제와 어린아이들. 딸이 고2였고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의욕이 사라졌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게 술이었다. 두 달쯤 퍼마셨다. 주변에선 하루빨리 정신 차려서 아이들이나 잘 챙기라고 쉽게 말하지만 나의 변명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아내가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너무 쉽게 일어서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였다. 그러다가 어린 아들의 글썽거리는 눈을 봤다. 아들에게 나는 절대였다. 술에 취한 몽롱한 정신으로 현실을 직시했다. 바닥이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바닥.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나머지 생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론은 다시 문학이었고 방향전환이었다. 슬픈 노래는 그만 부르자. 지금까지 시에 비중을 뒀다면 앞으로는 소설을 운명으로 여기자. 소설이 밥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될지언정 무슨 길이라도 있겠지. 아내에 대한 빚은 갚아야 했다. 투병 기간 동안 내 심중을 그린 작품을 위주로 아내의 초상을 표지로 한 두 번째 시집 『네페르타리』를 펴냈다. 아내의 죽음은 별다른 계획도 없이 되는 대로 살았던 내 인생의 전환점이 돼야만 했다. 술을 딱 끊고 시작(詩作) 틈틈이 썼던 소설을 손보기 시작했다. 또한 고향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에 매달렸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일단 소설계 등단이 목표였다. 그해 연말쯤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공모에 중편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를 보냈다. 그동안 숱하게 떨어져 봤기에 담담했다. 이번에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작품으로 다시 응모하리라는 심정으로. 해가 바뀌고 2005년 2월 어느 날 오후 집에서 무심코 받은 전화가 당선 통보였다. 당시 편집국장이셨던 이광복 선생님께서 직접 연락을 해오셨던 것이다. 심사위원은 유재용, 정을병, 이광복 3인. 그날, 아내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내 얼굴엔 겉과 속이 닮은 웃음꽃이 피었으리라. 다시 시작이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2-24
  • 주부토의 예술혼, 부천시민의 문화지원 의지확인
    2020년 지구촌을 습격한 "COVID 19",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의 패턴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패턴을 크게 흔들아 놓았다. 상식으로 진행되던 일상은 비상식적으로 되었고 많은 경우 기본적인 삶의 루틴까지 바꾸었다.   문화와 예술도 코로나바이러스이 고통을 비켜가지 못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예술인들이 그들의 무대를 빼았겼고 관객을 잃었으며 활동 공간을 빼았겼다.        소위 비대면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거대한 벽에 막히고 덧없는 넋두리에 묻혀 그들이 쌓은 노력을 발표할 기회조차 빼앗기는 서러움을 겪고 허공에 손짓을 할 뿐이었다.   부천시는 유네스코를 갖다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가 문화-예술도시로 부천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등을 포용하는 문화에술적으로는 광역시에 버금가는 거대도시로 자타가 인정받고있다.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이며 법정문화도시인 부천시의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부천시티저널은 부천시의 문화-예술인들의 꿈을 새로이 일으키고 스러져가는 그들의 힘을 북돋우고저 "주부토의 예술혼"을 주제로 2021년을 부천시의 문화예술의 도약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하며 그 첫번째로 "부천의 예술가 24인전"(미디어저널. 2021)의 출간을 지원한다.   "부천의 예술가 24인傳"은 작가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장)이 1년여간 부천문화예술의 각분야에서 인상을 깊이한 예술가 24인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예술관, 문학관 과 문화-예술의 나아갈바에 대한 의견을 콩나물신문에 연재하며 예술인들 뿐만아니라 부천시민들로 부터도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받았었다. 이종헌 작가   부천의 예술가 24인이 부천의 예술계를 대표하지는 않으나 그들의 창작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열정이 가득한 땀과 노력에 애정의 손길을 뻗음으로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종헌 저자와 미디어저널은 "부천의 예술가 24인傳"의 출간을 기획함에 부천시와 부천시민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지가 함께하도록 제작비의 일부를 클라우딩펀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클라우드펀딩 첫날부터 각계의 지원과 문의가 이어져 기획자인 저자와 관계자들을 놀라게하는 동시에 이후에 진행될 여정에도 힘을 불어넣고 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2-23
  • 2021 마음의 백신, 부천의 책으로 톡(talk)하다
    지난 20일 「2021년 부천의 책」 선정을 기념해 개최한 ‘2021 부천의 책 선포 및 이미예 작가 북 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 19 대응 시민 안전을 위해 ‘부천시립도서관 책, 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송출되었으며, 315명의 시민이 함께 참여했다.   이날 황정의 북 콘서트 전문MC 사회로 100분간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정한 부천의 책 선정 과정과 최종 선정된 부문별 부천의 책이 소개됐다. 또한, 부천의 책 일반부문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미예 작가를 초대하여 작가와의 대화, 작가의 낭독, 테마 송 공연, 북 콘서트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 책의 만화 스케치 영상 등으로 콘서트가 다채롭게 꾸며졌다.   작가의 이야기와 노래 공연을 들으면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과 책 읽은 소감 등을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콘서트에 참여한 전shin님은 “코로나로 이제는 지치고 기운이 소진된 지금, 온라인으로나마 작가님의 시간과 노래들로 꿈과 희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 선정한 올해 부천의 책은 이미예 작가의 「(일반부문)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김정민 작가의 「(아동부문)담을 넘은 아이」, 조현아 작가의 「(만화부문)연의 편지」다. 5월 중에는 김정민 작가의 저자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한편, 2021 부천의 책과 함께 하는 독서 릴레이 운동이 지난 1월부터 시립·작은도서관, 학교 등 지역 곳곳에서 전개 중이다. 독서 릴레이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가까운 도서관에 방문하여 수령하면 된다.   북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2월 24일까지 시립도서관 유튜브 채널「부천시립도서관 책, 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2021년 부천의 책 사업 관련 자세한 사항은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bcl.go.kr) 또는 상동도서관 독서진흥팀(032-625-4541)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2-23
  • 2021년 부천시 정기간행물 제13집 출간
    부천소설가협회의 2021년 정기간행물 <<소설과 비평>> 제 13집이 출간되었다.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작품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이번 13집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저자 김진명작가가 오늘의 작가로 선정이 되었다.   첫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부터 최근 7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 <<고구려>>까지 발표하는 책마다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긴박감 넘치는 서사와 함께 일관된 조국사랑이 담겨있다. 그의 소설은 ‘한민족 정신을 되새기게 하고 내가 아닌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한정민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오늘의 작가(김진명) 초대석 작품으로는 ‘왕자의 슬픔(을불의 이유)’이 실렸고 특집으로 구성된 영역소설에는 박희주작가의 ‘아내의 나무’, 이재욱작가의 ‘아빠 얼굴 익히기’, 최현규작가의 ‘어둠 저편의 기억’ 이렇게 세 편의 소설이 영역소설과 함께 실렸다.     2020년 제17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작인 이보혜작가의 ’냉장고 사람사람사람‘이 실렸고 김포문학상을 수상한 황윤정작가의 ’로마, 로마, 로마‘가 실렸으며 소설가협회 회원 작품으로는 김찬숙작가의 ’장마‘, 박주호작가의 ’폭죽‘, 박준서작가의 ’속 환승역‘, 서지숙작가의 폐선 위에 ’핀 꽃‘, 최숙미작가의 ’파트너‘가 실렸다.   평론부문에는 총 네 편이 실렸다. 김성달 평론가의 ’남당사 십육수‘의 사랑과 ’숨‘, 양윤희 평론가의 사라의 세 가지 진화 유형, 이병렬평론가의 이태준 소설관, 이정미평론가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사회 현상의 산물로 존재하는 여성소설이 실렸다.   부천소설과협회 이재욱회장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에서 이렇게 영문소설도 특집으로 꾸미고 김진명작가의 인터뷰와 김성달, 양윤희, 이병렬, 이정미평론가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많은 평론을 실리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하루 속히 코로나창궐에서 벗어나 원활한 작가의 활동을 기원한다는 말씀을 남겼다.    또한,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하라’라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박희주작가는 세계 명작이라 명명된 소설의 작가들은 하 수상한 시절을 기반으로 태어났고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의 작품들을 열거하면서 코로나19의 창궐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끝으로 ’이러한 하 수상함을 반기라는 게 아니라 시대를 방관하지 말고 관념에 의지하여 자멸하지도 말 것이며,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하라는 말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위선과 가짜언어에 맞서 사랑 가득한 절대언어의 탐구만이 소설가의 길이라‘는 머리말을 남겼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2-19
  • 공정의 물결과 위기 극복… 경기콘텐츠진흥원, ‘2021년 콘텐츠 지원 사업’ 방향 예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콘텐츠 지원 사업이 시작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사장 박무, 이하 경콘진)은 오는 2월 17일 올해 경기도 콘텐츠 지원 사업을 알리는 「2021년도 경기콘텐츠진흥원 사업설명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설명회는 약 380억 원 규모로 이뤄지는 2021년 도 콘텐츠 지원 사업을 모아서 발표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사업설명회는 ‘다문화’, ‘공익’, ‘치유’ 등 기술을 넘어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신규 지원 사업을 내세웠다. 다문화를 위한 콘텐츠 지원 사업‘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에 다문화 크리에이터를 위한 창작지원 부문을 신설했다. 다문화 가족 구성원이나 고려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외국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경기도의 특성을 반영했다. 경콘진은 콘텐츠 창작 지원을 바탕으로 더 많은 다문화인이 도 내에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익을 향한 콘텐츠 지원 사업지난해 5월에 열린 ‘아무공연’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놓인 음악인에게 무대 제공과 함께 공연비를 지원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또한, 작년 시범 운영에 이어 올해는 정식 사업으로 승격됐다. 올해 아무공연은 경기도에 연고를 둔 인디음악인 100팀의 온라인 릴레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소규모 공연이나 버스킹 무대에서 관객과 가까이 호흡해온 인디 뮤지션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음악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제작지원’은 성별, 나이, 언어, 신체로 인한 제약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익 디자인을 위해 마련됐다. 차별 없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바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치유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지원 사업 건전한 게임 문화를 지향하는 ‘게임문화 활성화 사업’은 치유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번 사업은 게임 과몰입 현상을 질병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을 통해 풀어갈 문제로 다룬다. 이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비롯해 게임을 바탕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진로체험 세미나, 캠프와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접목한 경기 가족 게임캠프 등이 예정되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 올해 사업설명회는 3가지 대표 키워드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인디 뮤지션의 활동 근거지를 조성하는 ‘경기뮤직플랫폼’, 시나리오 작가의 지속가능한 창작을 돕는 ‘경기 스토리작가하우스’, 정보 취약계층의 미래기술 체험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VR/AR 체험관 등 분야별 지원 사업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경콘진 박무 이사장은 “2021년에는 경기도민, 도 콘텐츠 기업과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라며 “콘텐츠 산업 진흥과 함께 공공기관이 지켜야 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지원 사업을 새롭게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설명회에 관심 있는 개인과 기업은 오는 17일 오후 3시부터 경콘진 유튜브와 이벤터스 채널에 접속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경콘진 유튜브 채널에서는 경콘진 직원이 뽑은 지원 사업을 장르, 자금, 공간, 창업 등 주제별로 소개한다. 공식 사업설명회 자료는 17일에 경콘진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번 행사와 관련한 문의 사항은 경콘진 홍보미디어팀 담당자(032-623-8062)에게 직접 연락하면 된다. 한편, 2020년 경콘진은 도 내 콘텐츠 기업 지원을 통해 매출액 8천억 원, 창업 446건, 일자리 2,630개 등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기존 사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도민 383,150명에게 콘텐츠 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1-02-16
  • 수필 한 편- 이장로/한돈희
    코로나가 일어나기 몇 달 전 이장로는 세상을 떠났다. 몇 년간 병으로 고생하다가 떠난 것이다. 나와는 20년 30년 가깝게 지낸 분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그분 내외와 우리 부부는 형제같이 지냈다. 그분은 멋을 아는 분이다. 착실한 교인이고 장로이다. 교인을 비롯하여 친지 등이 많이 와서 조문을 하고 장례를 도와주었다고 한다. 사모님인 정권사의 말을 들으니 파주에 가족묘지를 사서 모시었고 식구들도 죽으면 그리로 간다고 한다.     사망 소식을 듣고 나와 아내가 어느 병원 장례식장에 가보니 이장로의 영정사진이 걸렸는데 활짝 웃는 사진이어서 마음이 가벼웠다. 이장로는 기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가는 듯 보이였다. 이장로는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받고 아주 좋아하였다. 그의 부인은 긴 병에 간호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장로 하고는 친구 겸 가족처럼 지냈기 때문에 아들, 며느리를 만나 보았고 손자들도 만나보았다. 호주에 사는 둘째 아들 내외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고 하였다. 손자의 백일잔치에 나와 아내가 참석한 일이 있는데 자라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장로는 부천중동에 큰 아파트에 살고 있다. 부천에 오면서 제일 큰 교회 두 곳 중에 한 곳을 정해서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부천의 K교회이다. 이장로의 아내와 나의 아내는 나이가 같고 교회에서 만나고 같은 속회이다 보니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부부 동반으로 자주 만나다 보니 잘 어울리는 친구 가족이 되었다. 가족끼리 등산도 많이 다니고 자가용차를 타고 구경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분이 더 살았으면 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장로 부부는 신앙심이 깊은 분들이다. 교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분이다. 이장로는 건강하고 얼굴에 항상 화기가 돌았다. 나이가 70대가 되자 그분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프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연히 부천역에서 두 가족이 만났다. 근처의 빵 집으로 들어갔다. 이장로는 말을 어눌하게 하였으나 정신은 말짱하였다. 서로 반가워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에도 몇 번 뷔페 등에서 만나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담소를 하였다. 장로님 내외분은 호인이고 명랑한 사람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갔다. 몸이 편찮다는 연락이 전화로 오고 갔다. 병문안을 간다고 해도 어떤 의도인지 안 와도 된다고 하였다. 병문안 가는 것도 상대방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분들이 나와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여러 번 와서, 나와 아내는 병문안을 가기로 하였다. 이장로는 작은 병원에도 다니고 큰 병원에도 가서 진찰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병명도 들었다. 치매가 되는 병이다. 그분이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바라고 있다.   한 때 이장로 집에서 예쁜 강아지를 주어서 데려다가 키운 일이 있었다. 요크셔테리어 이었다. 얼마나 예쁘고 똑똑한지 주인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사람처럼 한 식구로 살고 애지중지 데리고 살았다. 12년을 살다가 죽었다.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가서 가끔 나와 아내는 애완견, “미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강아지를 준 일이 고마워서 그분들에게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1914년도에 아내는 중동 치과병원으로 스케일링을 하러 간다면서 같이 가서 일을 보고 이장로가 재활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니 가서 만나자고 하였다. 내가 치과병원 가면 아내가 따라 오고 아내가 치과병원 가면 내가 따라간다. 노부부가 되니 같이 가야 마음이 안정된다. 치과병원 근처에 이장로가 입원한 병원이 있다. 두 가지 일을 보기로 하였다. 아내가 병원 치료를 마치고 이장로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 위치를 알아서 걸어서 갔다. 재활병원이 어떤 곳인가 말만 들었는데 가서 보니 기구를 가지고 하는 체력 단련 운동장 같다. 환자들이 하는 운동장이다. 다리를 저는 사람, 몸이 불편해서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등이다. 대개 노인들이다. 재활치료사들이 한사람, 한사람 맡아서 운동을 시키었다. 저쪽에서 이장로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이 끝나자 가서 만나 보았다. 그는 우리를 척 알아보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어서 알아보았다. 얼굴 모습도 훤하고 몸도 전처럼 뚱뚱한 편이다. 원래가 날씬한 분이 아니다. 그분 부인도 왔다. 부인은 권사여서 정권사라고 부른다. 환자를 입원시키고 뒷바라지를 하니 힘이 든 일이다. 입원을 해서 간병인이 돌보아준다고 한다. 간병인이 남자인데 잘 해준다고 한다. 간병인은 주로 중국 연변 출신 사람들이라고 한다. 환자가 있으면 식구들도 힘들고 경비도 만만하지 않다고 말한다.   4층 입원실로 가 보았다. 노인들이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다. 나도 노인이다 보니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늙으면 저렇게 살다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을 마친 이장로도 한쪽 침대에 누워있다. 얼굴 표정은 와주어서 고맙다는 눈빛이다. 말은 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눈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고 나왔다. 또 문병하러 온 여자 분이 있다. 환자만 빼고 모두 나와서 근처의 설렁탕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가서 눈으로 보고 만나고 집에 오니 마음이 시원하다. 노인병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차이가 얼마간 있을 뿐 누구나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세 까지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인가. 노인들은 평소에도 몸을 조심하고 살아야한다. 그간 정권사는 여러 번 만나서 식사도 하고 위로의 말을 하였지만 이장로는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였다. 상태가 중해서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장로는 작년에 돌아갔다.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잘 통하는 사이이었다. 그간 추억은 수 없이 많다.   한돈희: 시조시인, 수필가 (문학공간) 1995년 시조등단, (문예사조) 1996년 수필등단. 전 서울고등학교 교사 엮임   출처-부천문학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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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0
  • 신간 안내 "아내의 손님" 이재욱작가의 연작소설
     이재욱 작가의 소설집 아내의 손님은 한국에 와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작소설이다. 저마다 다양한 사정을 지닌 불법체류자들에게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실감 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는 직접 코앞에서 그들의 살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재욱 작가 고국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몇 년을 돌아가지 않고 일하는 아리엘에게 어느 날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가족을 두고 홀홀단신으로 온 메리는 정조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필요하다. 샤무엘은 한국에 정착하여 살기 위해 어떻게든 한국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 아모르와 산드라는 외로운 타국에서 점점 정이 붙는다. 쟈스민은 자꾸만 잘해 주는 사장님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갑작스레 위암에 걸리게 된 레이를 위해 돈을 보내주는 에릭, 남편을 찾아 한국으로 왔지만 쫓겨날 위기에 처한 훼베스! ‘소통’이 가장 큰 문제라는 타국살이에서 그들만의 소통은 더욱 질기고 끈끈하다. 마치 그들의 외로움과 절박함을 달래기 위해서 더욱 서로를 끌어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하다.    외로운 타국에서 그들만의 공동체가 모인 룹탑은 작은 소사회이자 유일한 피난처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 교류하고 쓰다듬으며 나름의 해방을 갈구하고자 웃고 떠든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어김없이 그들을 덮쳐오고 그들은 그것에 대응해야만 한다. 때로 사건은 작은 불법체류자의 몸으로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너무 커다랗고 막막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분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어떨 땐 희망적으로, 어떨 땐 더욱 불우하게 느껴지는 미래를 향해서…. 저마다의 우주를 가지고 현실에 외롭게 맞서 서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외로운 만큼 인간미가 남아있다. 그 인간미는 무작정 따스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생생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그들 역시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더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체험을 하면서 진정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된다. 생생한 실화에서 비롯된 도서답게 꾸밈없는 담백함과 더불어 적당한 짠맛이 나는 본서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추운 겨울을 앞두고 인생살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이 도서는 깔깔한 리얼리티를 통하여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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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11
  • 최숙미 수필 - 집시이고 싶은 여인 전혜린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 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포장 마차를 타고 일생을 전전(轉轉)하고 사는 집시의 생활이 나에게는 가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최숙미 작가  전혜린 수필집 『목마른 계절』에 실린 「먼 곳에의 그리움」의 한 대목입니다. 생명의 연소처럼 정열로 삶을 매우고 싶어 하던 여인 전혜린, 평범한 삶을 벗어던지고 절대 고독을 자처한 「먼 곳에의 그리움」은 그녀가 가닿고 싶어 하던 어떤 곳인 듯합니다. 첫눈이라도 날릴 듯 회색이 진한 날입니다. 그녀가 그리워한 뮌헨의 도시가 그랬다지요. 그녀의 끝없는 열정과 절대고독을 함부로 긁적거릴 수 없어 머뭇거리다가 수필집 『목마른 계절』에서 레몬빛 가스등 밑의 그림자 같은 심정으로 그녀의 작품과 일생을 조망해 봅니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면 지독한 고독에 함께 절여집니다. 원초적인 그리움 때문일까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갈망 때문일까요. 텅 빈 위(胃)여야만 향수가 채워지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무한한 욕망을 갈구하는 그녀는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어 하는 집시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녀는 1934년 평남 순천에서 출생하여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을 합니다.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가지요. 뮌헨대 독문과를 다니며 결혼을 하고 딸을 낳습니다. 귀국 하여 서울대 법대와 이화여대 강사, 성균관대 교수로 지냅니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31세의 짧은 인생을 활화산처럼 살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그녀의 번역서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와 에른스트 슈나벨 『안네 프랑크- 한소녀의 걸어온 길』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에리히 케스트너 『파비안』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 가운데』 H.게스턴의 『에밀리에』 W.막시모프의 『그래도 인간은 산다』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노바크 『태양별』을 번역했으며,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목마른 계절』이 있고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라는 비장일기 모음집이 있습니다. 수필집 『목마른 계절』에 실린 「먼 곳에의 그리움」에서 그녀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를 드린다고 하는군요.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과 무시무시하도록 자신을 압도시키는 매혹적인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면서요. 모험 끝에 허망이, 여행 끝에 피곤함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알지만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처럼‘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간구한답니다. 식탁을 털 수 있다면 머리쯤은 나부낄 수 있을 것 같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해야지요. 전혜린 이기에 불확실한 신비에 속해 있을 때만 찬란한 것이라며 식탁을 털고 머리를 나부끼며 떠날 수 있었을까요.   노래와 모닥불 가의 춤과 사랑과 점치는 일로 보내는 짧은 생활, 짧은 생, 내 혈관 속에서도 어쩌면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공상해보고 웃기도 한다.(중략) 동정의 지옥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燃燒)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내년에도 설계하려는 것이다.   지인들과 유쾌한 술자리에서 곧 수필집을 낼 예정이고 책 제목도 정했다고 달떠 있던 그녀가, 국제 펜클럽대회에 참가할 예정으로 건강진단을 받았다는 그녀가, 자신의 몸이 건강해서 괴물 같다는 그녀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왜 그토록 가깝게 두었을까요. 다음날이랍니다. 세코날 마흔 알을 흰 걸로 구했다며 달콤하게 속삭이던 그녀가 그토록 갈망하며 가닿고 싶었던 곳은 어디였을까요.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는 모닥불 가에서 노래하며 춤은 추고 갔을까요. 얼마만큼 이어야 그녀의 삶은 충만한 걸까요. 지옥의 동정 속에서도 타오르고 싶었던 열정은 극점을 향해 내달리느라 소진될 만도 한데 여전히 생의 전날까지 결실에 대해 달떴던 열정이었다니 마지막 그 순간에도 열정의 충만을 추구했나 봅니다. 자신의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설계하려고 지금도 그녀는 미지의 어느 세계에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연한 설계일지라도 그녀의 영혼에 언제나 괴어 있는 그리움의 샘을 채우고 싶어 새해마다 기도를 할 것도 같습니다. 전혜린(출처-중앙연구원자료)   나도 집시처럼 정처 없이 춤과 노래와 사랑과 점(占)치는 일로써 생활하면서 온 세계를 방랑했으면! 이런 공상이 연말의 여러 가지 의무와 경비로 짓눌리는 부자유한 나의 정신 속에 통기구(通氣口)가 되어주는 것 같다.   어느 날의 일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생에 종말을 고한다는 것에 그렇게도 자주 희열을 느낀다고 썼습니다. 왜 그녀는 그토록 죽음에 골몰했을까요. 그곳이 극점이라 여겼을까요. 그녀는 갔습니다. 그의 죽음을 뉴스에선 수면제 과용으로 인한 변사라고 했다지만 그녀를 아는 혹자는 그녀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라고 하는 군요. 활화산 같은 그녀는 먼 곳에의 그리움을 좇아 회색 도시 뮌헨을 날아 레몬빛 가스등이 켜진 거리로 날아갔을까요.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방랑자를 자처하며 떠났을까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죠. 결코 평범한 삶을 꿈꾸지 않겠다던 그녀가 목마른 계절을 빠져나와 여러 가지로 짓눌리는 부자유한 정신 속 통기구를 찾았기를 빌어봅니다. 그녀는 분명 까다로워 자신과 완전 낯선 사람이 자신의 책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 싫다고 했지만, 활화산 같은 그녀의 삶과 날선 언어가 까마득한 후배 문인인 나를 레몬빛 가스등이 켜지는 수필에서 오래토록 휘청거리게 합니다. 집시처럼.   최숙미 sukmi57@hanmail.net 계간<에세이문예> 수필등단, 월간 <한국소설> 소설 등단, 부천신인문학상 운영위원, 한국문학세계화위원회 중부지부장. 수필집<칼 가는 남자><까치울역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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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10
  • 부천의 박희주 작가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김호운)는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에 박희주 작가의 중편 「13월의 여인」과 김창식 작가의 단편 「바르비종 여인」을 선정했다.      한국소설문학상(韓國小說文學賞)은 1955년 사상계가 제정한 후 현재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과 1973년 창작과 비평 제정한 "만해문학상"에 이어 세번째로 1975년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제정한 유서깊고 권위있는 문학상이다.    해마다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중에서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하는 문학상으로 제24회까지는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으나, 1999년 이후부터 중편소설과 단편소설을 함께 수상한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박희주 작가의「13월의 여인」에 대하여 "심리와 상황묘사가 치밀하고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소설을 흥미롭게 끌고 간다"는 평을, 김창식의 「바르비종 여인」을 "5·18 광주항쟁의 상처가 깊숙이 남아있어 생의 걸림돌로 지배하고 있는 인물들을 격조 높은 수법으로 형상화" 하였다고 심사평을 하였다.   <한국소설> 6월호(2020)에 발표한 중편 「13월의 여인」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박희주 작가(사진)는 부천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독자들로부터 흡인력이 최고라는 평과 함께 문장이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조선닷컴에 연재하여 페미니즘에 큰 반향을 불러온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2008년)을 비롯하여 『안낭아치』(2016년), 중단편소설집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2013년), 중편소설집 『이 시대의 봉이』(2013년),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2018년)등을 출간한 중견 작가이다.   박희주 작가의 작품(단편소설 <아내의 나무>)은  2020 부천문학 번역지원 사업으로 출간된 부천문인 단편 3선 에도 수록되어 있다.   부천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세밑에 "이성과 의지로도 제어가 되지 않는 그 미쳐버림을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미쳐버림"을 그린 장편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2020년. 미디어저널)를 출간하였다.   한국소설문학상은 제1회에 이정호와 백시종이 수상하였고 제10회에는 김지연·박양호, 제20회에 이광복이 수상하였으며 정을병· 최일남· 김주영· 김홍신· 구인환· 천금성· 염재만 등이 수상하였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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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05
  • 박희주 작가의 장편소설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출간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시름하고 있는 이때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소설가 박희주 작가가 장편소설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를 펴냈다. 책 서두에는 “나는 ‘미쳐버린다’는 말을 좋아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 있다. “한때, 부정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에 미쳐버린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성과 의지로도 제어가 되지 않는 그 미쳐버림을 이길 수 있는 건 또 다른 미쳐버림이었습니다.” 라고 한 자기 성찰의 고백은 책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미쳐버린다는 것은 대상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하지만 목적하는 바에 미쳐버리는 거, 하고자하는 일에 미쳐버리는 것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지속시킨 원동력이 아닐까라는 말은 이책의 본문에도 있지만 책 뒷표지에서도 볼 수 있다. <월간문학> 중편소설 부문 신인상을 통하여 소설계에 등장한 박희주 작가는 독자들로부터 흡인력이 최고라는 평과 함께 문장이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모든 작품이 사오십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쳐 발표할 정도로 창작에 열정을 쏟기 때문이다.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듯이』 의 원고도 칠판 년 전에 이미 초고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제야 출간하게 된 것은 그동안 수많은 첨삭 과정을 거쳤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00자 원고지 1,300여 매가 되는 작품을 고치고 또 고치는 일에 어찌 고통이 따르지 않으랴. 하지만 작가는 그 과정을 즐긴다고. 고치면 고칠수록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기 때문이란다. 박희주 작가는 2020년 7월까지 부천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2018년 10월 부천시는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매년 봄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되는 복사골예술제에서는 ‘문학의 축전’을 기획하였으며, 우리 동네 예술프로젝트 <부천의 작가들, 부천을 얘기하고, 부천을 노래하다>를 통하여 시화전과 시극 공연 등 문학 행사를 열어 시민들과 문학의 거리감을 좁혔고, 2019년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시낭송회>를 진행하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문학인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희주 작가는 부천의 소설가이기에 부천에 소재하는 출판사 미디어저널에서만 책을 펴낸다. 작가의 부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희주 작가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중앙문단에서의 폭넓은 행보도 특기할 만하다.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펴내는 월간 <한국소설>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문단70년사' 편찬위원장과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통일문학> 편집위원으로서 2019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설가가 되기 전,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와 『네페르타리』라는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이번의 장편소설 제목을 첫 시집과 비슷하게 한 이유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무가 바람에 미쳐버리는’ 것이 한 편의 시로 담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언젠가는 소설 제목으로 쓰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 작품 외에도 조선닷컴에 연재하여 페미니즘에 큰 반향을 불러온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2008년)과 18년 동안 만지작거렸다는 『안낭아치』(2016년), 등단작이 실린 중단편소설집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2013년) 와 중편소설집 『이 시대의 봉이』(2013년),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2018년) 등을 펴냈으며, 부천 문학창의도시팀이 영역한 부천작가 3인선 『멈출 수 없는 슬픔은 사랑이어라』(2020년)에 단편 「아내의 나무」가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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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활동
    2020-12-30
  • 부천시, 문인 단편 3선 번역서 출간
    부천시는 지난 21일 가화만사성 출판사와 함께     시는 영미권 중심의 문학계에 아시아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아시아권 문학 작품을 선정·번역 출간한다. 올해는 부천 문인협회의 추천을 받은 단편 3선을 영어로 번역하여 단편집의 영문 제목 는 2020 부천레지던시 입주작가인 제프 노(Jeff Noh, 캐나다)가 달았으며, 국문 제목 <멈출 수 없는 슬픔은 사랑이어라>는 본 단편집에 참여한 최현규 작가가 달았다.   최현규 작가는 “작품집에 포함된 3편의 단편 모두를 관통하는 ‘사랑, 슬픔’을 키워드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집에 축사로 뜻을 전한 장덕천 부천시장은 “역량 있는 부천의 문학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단편집 출간을 통해 ‘문학창의도시’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 책자를 총괄 기획한 유성준 문화산업전략과장은 “영어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여 책을 낸다는 것은 단순한 번역 이상의 것임을 알고 있다. 문학창의도시 부천의 이름에 걸맞게 수준 있는 번역가를 섭외하여, 부천 작가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했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위로받고 따뜻해질 수 있는 힘은 ‘사랑’이기에, 이런 보편적 정서가 담긴 이야기는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본 단편집이 코로나 팬더믹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품집에는 최현규 <어둠 저 편의 기억>, 박희주 <아내의 나무>, 이재욱 <아빠 얼굴 익히기>의 국·영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본 작품집을 주한대사관, 주한국제기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한국문화원, 재외공관, 유네스코대표부 등에 무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12월 28일에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 영문 홈페이지에 이북(E-BOOK)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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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활동
    2020-12-22
  • 펄 벅의 『대지』, 그 광활한 파노라마가 주는 메시지/박희주 (소설가)
      펄 벅의 대지는 제1부 대지, 제2부 아들들, 제3부 분열된 일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고자 한 의도는 바로 1부에 있을 것입니다. 2부와 3부는 제가 보기엔 사설입니다. 즉 1부 대지만으로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왕룽이라는 농부입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왕룽의 결혼식 날 아침이었다. 침대에 둘러친 휘장의 어둠속에서 눈을 떴을 때, 그는 왜 이날 새벽이 다른 날과 별다르게 느껴지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집안은 늙은 아버지가 맥없이 콜록거리는 기침소리뿐 아주 고요했다.   왕룽은 늙은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그 지역의 대지주인 황 대인의 종노릇을 하는 여자와 결혼을 합니다. 아버지의 며느리에 대한 주문은 ‘너무 젊어서도 안 되고, 무엇보다 예뻐서도 안 되는’ 여자입니다. 그녀가 바로 오란입니다. 작품 속에서 오란에 대한 인물묘사는 ‘얼굴이 넓적하고 키가 훤칠한’이란 말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과히 크지도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깔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듣기에 아주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돼있습니다. 왕룽은 그러한 오란에 만족합니다. 그들은 부부가 함께 열심히 일합니다. 연이은 풍년 덕에 해가 갈수록 왕룽의 자식은 늘어가고, 땅도 늘어가지요. 그 땅은 바로 황 대인의 것으로 아주 기름진 논이었습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땅만 한 게 없고 모든 생명이 대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신념을 가진 왕룽입니다. 이런 왕룽의 행복을 시기한 탓인지 하늘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남은 곡식을 다 먹고 밭을 가는 황소까지 잡아먹어도 비는 오지 않습니다. 어느덧 아이는 셋이 되었습니다. 그 중 딸아이는 정신지체인 백치이고. 그 와중에도 오란은 혼자서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왕룽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는 뜻밖에도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대지의 가장 압권일 수도 있습니다.   왕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은 아이를 다른 방으로 안고 가서 그것을 방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안을 뒤져 다 해진 포대기를 찾아 죽은 아이를 쌌다. 죽은 아이의 머리는 이리저리 달랑거렸고, 죽은 아이의 목 근처에서 두 개의 거무스름한 멍을 발견했다.   오란이 죽인 겁니다. 이제 막 낳은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모정, 먹을 게 하나도 없고 젖도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 오란은 그 같은 일을 저질렀던 겁니다. 남은 아이들도 뼈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바람에 먼지만 일렁이는 땅뿐. 그 땅을 팔라고 성안에서 사람이 옵니다. 왕룽의 비참한 상태를 알아챈 그들은 거저먹으려 합니다. 왕룽은 말합니다.   절대로 땅을 팔지 않겠소. 한 줌 한 줌 밭의 흙을 파다가 우리 자식들에게 먹이겠소. 그러다가 애들이 굶어죽으면 그 땅에 아이들을 묻겠소. 나도 내 아내도 우리 아버지도 우리에게 생명을 준 그 땅에 묻히겠소.   땅은 왕룽에게 그러한 존재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왕룽의 가족은 굶주림을 피해 남쪽 지방으로 피난하게 됩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남쪽 지방에서 왕룽의 가족은 빈민굴에서 그 도시의 최하층민으로서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인력거꾼으로 돈을 버는 왕룽과 동냥으로 살림을 꾸리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늙은 아버지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만 간절합니다. 거기에는 자신의 대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땅이 그곳에 있는 한 기필코 돌아가리라는 게 왕룽의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그런 기가 막힌 처지에서 왕룽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전쟁이 나면서 비밀스럽게 닫혀있던 부잣집의 빗장이 풀리고 성난 빈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부잣집에 쳐들어가서 돈 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다 가져오게 되는데 여기서 소 한 마리 제 손으로 죽이지 못했던 왕룽은 부잣집 뚱보 주인을 협박하여 금화를 얻게 되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자금을 마련하고, 특별히 오란은 황대인의 하녀로 있으면서 부자들의 돈 숨기는 습성을 알았기에 값비싼 보석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왕룽은 금화와 오란의 보석으로 황 대인의 땅을 사고, 크게 농사를 지어 점점 더 대지주가 되어갑니다. 여기까지 보여준 것은  왕룽의 땅을 향한 집착입니다. 그 이후 대지주가 된 왕룽의 정신적 피폐와 고뇌를 펄 벅은 가감 없이 보여주게 됩니다. 왕룽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백치인 딸도 편안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지만 자신과 힘든 나날을 함께한 조강지처 오란을 두고 부자 행세의 하나로 리엔잉이라는 둘째 아내를 들여오게 됩니다. 그런 데 반해 오란은 남편의 구박과 무관심 속에서 살림만 할 뿐입니다. 세월은 빠르게 흐릅니다. 오로지 일과 아이를 낳는 것과 왕룽이 대지주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오란은 병이 깊어가다가 큰아들의 결혼식을 지켜본 후 고단했던 생을 마감합니다. 그녀는 죽기 전 난생 처음으로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난 못났다. 하지만 아들을 낳았어. 난 종이었지만 내겐 어엿한 자식들이 여럿 있어. 저 계집(리앤잉)이 어떻게 나만큼 남편의 식사를 돌봐주고 시중을 들 수 있단 말이야? 어림없지. 예쁘기만 해가지고선 아들을 못 낳아!   오란이 죽은 후 늙은 아버지도 죽습니다. 왕룽은 묏자리로서 대추나무가 서있는 둔덕 아래 양지 바른 곳을 택합니다. 지대가 높아서 밀밭으로 썩 좋은 곳이었지만 왕룽은 그 땅을 아낌없이 묏자리로 쓰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그의 가문이 자기네 소유의 땅에 뿌리를 박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생에서 유일하게 골치를 썩이게 했던 삼촌도 죽어 그곳에 묻혔습니다. 아버지나 자신이 묻힐 곳과는 달랐고 좋은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살았거나 죽었거나 그들은 자기네 땅에서 안식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세월이 또 흐릅니다. 신은 왕룽의 말년을 편하기 해 주기 위해 친절을 베푸는 것만 같습니다. 그 예날 그토록 어렵기만 했던 성안 황 대인의 집을 사 모든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된 겁니다. 농사꾼 왕 서방이라 부르던 사람들이 이젠 왕 대인이나 왕 부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안에 살면서도 날만 새면 성문을 걸어 나와 농토로 돌아갑니다. 매캐한 흙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밭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왕룽은 아쉬울 것 없는 생활을 즐깁니다. 첩인 리앤잉의 수발을 들던 예쁜 리화마저 품게 되었지요. 리화는 백치 딸에게도 친절하기만 합니다. 왕룽은 그가 죽고 나면 백치 딸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 백치가 살거나 굶어죽거나 하는 것에 관심을 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약방에서 하얀 독약 한 봉지를 사다가 보관해 두었을까요. 자신이 죽음을 맞게 되면  그 독약을 백치 딸에게 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 그러한 걱정을 리화 때문에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왕룽에겐 해가 갈수록 새봄이 더욱더 몽롱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었습니다. 그는 농토를 떠나 성안의 큰 집을 쓰는 부자가 되었건만 그의 뿌리는 역시 대지에 박혀 있었기 때문에 여러 달 동안 대지에 대해 잊고 지내다가도 봄이 오면 저절로 발길은 밭으로 옮겨 가곤 했습니다. 급기야 남은여생을 보내기 위해 리화와 백치 딸과 몇 명의 종을 거느리고 옛집인 토막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먹을 것, 마실 것 그리고 땅에 대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땅에 대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추수가 얼마나 될 것이며 무슨 씨를 뿌려야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땅 자체만을 생각합니다. 그는 이따금 허리를 굽혀 흙을 긁어모아 쥐어 봅니다. 그렇게 한 줌의 흙을 쥐고 있으면 손가락 사이에 생명이 꿈틀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흙은 묵묵히 그가 흙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지의 마지막입니다. 펄벅 기념관과 펄벅 여사의 동상  그의 아들들은 정성을 다해 아버지를 섬겼다. 그들은 매일 아니면 하루걸러 찾아왔고, 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장만해 왔다. 그러나 왕룽은 그 옛날 아버지가 옥수수가루를 뜨거운 물에 타 먹는 것을 좋아했듯 그 역시 그것을 좋아했다. 아들들이 매일 오지 않으면 그는 다소 불평을 하곤 했다. 그는 항상 곁에 있는 리화에게 물었다. “그 아이들은 뭐가 그리 바쁠까?” “다들 한창 일하실 나이잖아요. 큰 서방님은 성안의 부자 양반들한테 뽑혀 벼슬 한 자리 한다나 봐요. 그리고 첩을 들이셨대요. 작은 서방님은 혼자서 큰 곡물상회를 냈대요.” 왕룽은 리화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나 그 말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땅을 내다보는 순간 모든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어느 날 비록 잠시 동안이었으나 그는 의식을 되찾았다. 그날 두 아들이 찾아와서 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나가서 집 주위의 밭을 거닐었다. 왕룽은 아들들 모르게 뒤를 밟았다. 그들이 걸음을 멈추자 그는 천천히 다가섰다. 형제는 부드러운 땅을 밟는 아버지의 발소리를 듣지 못했고, 지팡이 소리마저 듣지 못했다. 왕룽은 둘째아들이 점잔을 빼며 말하는 것을 들었다. “형님, 이 밭과 저 밭을 팝시다. 그리고 그 돈을 둘로 나눕시다. 그리고 형님의 몫은 제가 비싼 이자로 쓰겠습니다. 철도가 개통되었으니까요. 이제 해안지방으로 쌀을 보낼 수 있다고요. 그리고 제가…….” 왕룽의 귀를 울린 것은 “땅을 팝시다”란 말뿐이었다. 그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부르르 떨며 억양이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두서없이 소리를 질렀다. “뭐가 어째? 이 게으른 놈아, 밭을 판다고!” 왕룽은 목이 메어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지려 했으므로 아들 형제가 양쪽에서 그를 부축했다. 왕룽이 통곡하기 시작하자 형제는 아버지를 위로했다. 서로 번갈아 가며 위로의 말을 늘어놓았다. “아닙니다. 우린 절대로 땅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고말고요.” “집안이 망하는 거야……. 땅을 팔기 시작하면 말이다…….” 왕룽의 말은 중간마다 끊어졌다. “우리는 땅에서 나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희들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살 수 있어. 아무도 땅을 떼어가지는 못하니까.” 왕룽은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이 마르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희뿌연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한 줌의 흙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만약 땅을 팔게 된다면 그 길로 끝장이야.” 아들형제는 양쪽에서 팔을 하나씩 잡아 부축하고 있었고, 왕룽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흙을 그대로 움켜쥐고 있었다. 형제는 몇 번이고 번갈아가며 위로의 말을 되풀이했다.    “마음 놓으세요, 아버지. 땅은 절대로 팔지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1부 대지는 막을 내리고 2부 '아들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왕룽은 죽음을 기다리며 그의 땅 한가운데에 있는 허름하고 낡은 토막집 방에 누워있었다. 그가 누워 있는 침대는 젊은 시절부터 사용한 침대이자 결혼 첫날밤을 지냈던 침대이기도 했다. 그 방은 지금 아들과 손자들이 살고 있는 성안의 큰집에 얼마든지 있는 부엌 중의 하나만도 못할 만큼 작은 방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땅 한가운데에서, 조상 때부터 물려 내려와 살아온 이 오래된 집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   1부의 시작도 토막집 침대였고 2부의 시작도 그곳입니다. 왕룽은 마침내 리화의 위로를 받으며 죽습니다. 이 거대하고도 광활한 대지의 메시지는 한가지로 집약됩니다. 그것은 왕룽의 입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땅에서 나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대지는 영어로 큰 땅이 아닌 좋은 땅, the Good Earth인 것입니다.         박희주: 시인, 소설가.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 버린다」「네페르타리」소설집「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이 시대의 봉이」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 「안낭아치」. 천문인협회 회장 역임.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문협70년사’편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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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펄벅문학학교
    2020-12-14
  • 제2회 목일신 아동문학상 시상식 개최
    (사)따르릉목일신문화사업회(이사장 양재수)가 주최하고 목일신아동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경숙)가 주관하는 ‘제2회 목일신 아동문학상’ 시상식이 12월 5일 오후 2시 소사청소년수련관 목일신홀에서 개최된다.    ‘제2회 목일신 아동문학상’ 수상작은 신소영 작가의 장편동화 ‘고래 그림 일기’로, 상금 1천만 원과 책 출간 특전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목일신 아동문학상은 은성 목일신 선생의 문학정신과 항일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인간상을 정립하고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되었다.   시상식은 운영위원장의 경과보고, 심사평, 당선작가의 수상소감, 당선작 낭독, 유족대표 인사, 기념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관련자와 수상자 등 최소인원만 초청할 방침이다.   양재수 이사장은 “목일신아동문학상을 통해 아동 문학이 사랑받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동문학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영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동심은 세상을 밝게 만들고 세상이 어두울수록 필요한 힘”이라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따르릉’ 울리는 목일신의 종소리를 새기며, 목일신 아동문학상이 주신 격려와 용기로 동심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시상식은 2019년 10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수상자 문근영 시인을 비롯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설명: 아동문학가 목일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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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26
  • 설악산(雪嶽山) 등반기 / 곽욱열 작가
     우리 일행 11명이 오색에 당도하니 오전 11시경이었다. 단골 곰취식당에 들르니 소박한 강원도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와 변함없는 반김에 더욱 산촌의 정감이 간다. 산채비빔밥과 두부된장찌개, 산나물에 머루주 한잔을 하니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다.  식후에 산행채비의 소품들을 각자 분담하니, 1박 2일의 분량이라 묵직함이 예사롭지 않다. 산에서도 물보다 술을 찾을(?) 넉살좋은 주장(酒壯)들이니 소주병이 반인 듯하였다.       곽욱열 작가  오색 매표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일행 중 3인이 울산 바위 쪽으로 가벼운 산행을 한다하여 헤어지고, 8인이 한 팀이 되어 정오가 조금 지나 출발하였다. 9월초이지만 한낮이고, 늦더위의 습한 열기는 금시 목과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오색에서의 오름은 가깝긴 하지만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 힘들고 체력 안배가 어려워 초행회원들을 위해서 거북이 마냥 쉬엄쉬엄 가기로 하였다. 당초에는 산행코스를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끝청으로 대청에 오르기로 하였으나, 지난 태풍 때 피해로 입산 통제되어 계획을 바꾼 것이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의기양양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잘도 올랐다. 두 시간 넘게 오르다, 산등성이 넘어 관터골 비탈길 내려가니 숲속 사이로 계곡 아래에서 물소리 쏴아 하고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밀려온다. 설악폭포가 흰 물줄을 내리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중간지점에 온 것이다. 모두 배낭을 던지듯 내려놓고, 덥석 주저앉아 발을 담그니 맑고 찬 기운이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채1분도 안되어 발이 시리다. 허리띠 풀고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입은 채로 훨훨 터니 쌓였던 피로가 폭포 아래로 싹 떨치는 것 같다. 낯선 얼굴들이지만 지인(知人)처럼 바위에 걸터앉아 말을 건네고 밝은 웃음으로 대하니 요산요수(樂山樂水)의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아니겠는가 !    주장이 그 틈에 소주병을 찬물에 식혀서, 육포를 찢어와 한잔을 권하니,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출발할 때의 '산행 중 금주의 맹약'을 깨고(?) 사양치 않고 일배들 하니, 폭포 위에서 마시는 짜릿한 그 맛, 그 운치가 견줄 데가 없고,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신선도 부럽지 않은 듯하다. 20여분 휴식한 뒤 발길을 재촉하니, 출발! 하고 일제히 일어선다.      가파른 정상의 길은 더욱 경사도를 높이고 계단은 치솟기만 하니 왁자지껄하던 잡담도 어느새 뚝! 그치고 숨소리만 거칠어진다. 선․후미가 제법 벌어진 듯 산등성이에 올라 가쁜 숨을 돌리며 목을 축였다. 오색천길 내려 보니 짙푸른 산록은 철갑을 두른 듯하고, 영산(靈山)의 정기가 서려있는 듯 희뿌연 기운이 감돈다.    쉬는 사이에 주판지세(走坂之勢)로 옆길을 차고 오르는 젊은 산행팀이 있어 넌지시 말을 건네니, 오색에서 정상까지 2시간 반에 주파한다 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용기가 부럽기만 하였다. 한참을 가다 숲 사이로 서북능선 끝청의 하늘선이 보이고 햇빛이 뉘엿거리는 잎새 사이로 운무가 앞을 스쳐 날아오른다. 정상이 지척인 듯하여 들뜬 기분에 쉬지 않고 곧장 달리니 다시 한 번 온몸에 땀이 흠뻑 젖는다.    대청에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가 넘었다. 해가 서편에 걸리는데도 맑은 볕살은 따갑고 눈이 부신다. 전․후미가 좀 뒤처지긴 하였으나 모두 무사히 도착하니 기뻤다. 회원들의 도착일성이 한잔 탓에 힘들었다는 소감(?)에 한바탕 웃으니 땀에 젖은 얼굴에 피로가 걷힌다.    정상은 울긋불긋 천상의 연회장처럼 법석대고, 산행 팀들마다 한 장의 추억을 담고자 표석 주변에 모여 옷매무새 가다듬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운해(雲海) 찬연한 설악의 정상 1,708m에 우뚝 서니 감회가 새롭고 하늘에 두둥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젊은 청춘의 맥박이 뛰고 모두 하나로 우러러 대청을 찾으니 의연하고 청청하다. 한반도의 중추(中樞), 그 웅자, 그 기세 장엄하고 영원하리라. 북으로 금강․백두요, 남으로 태백․지리․한라까지 달려 내린다.동해 바라보니 검푸른 수평선 위에 권운(새털구름) 길게 펼쳐 붉게 노을 지고, 뭉게구름 찬란하게 두둥실 떠 있다.      산 아래 굽어보니 화채능선은 와룡(臥龍)처럼 길게 화채봉, 칠성봉 뻗어내려 울울창창하고, 운무가득 하니 구름위에 설악이다. 운해(雲海)에 대청의 긴 그림자 드리우니 또 하나의 대청을 내려 보니 신비롭고, 선경(仙境)이 여기 아닌가 싶다.  화채능선에서 염주골로 밀려 내리는 운무는 천상의 폭포처럼 계곡 아래로 쏟아 내리고, 다시 암봉 휘돌아 솟구치고, 흩날으니, 변화무쌍한 비경이요. 설악의 대향연(大響宴)이 아니겠는가.        북벽 내려보니 험상한 죽음의 계곡은 속내를 다 드러내고 기암절벽의 황벽 준봉이 휘끗휘끗 구름사이로 솟아오르니, 기골장건 함에 탄성이 절로 난다. '얼마나 장구(長久)한 인고(忍苦)의 세월 지켜 왔는지!'   계곡은 미궁(迷宮)에 깊어만 진다.     공룡능선은 기암석벽이 솟고 솟아 외설악, 내설악 가르며, 나한봉․마등령 이어지고, 백두대간은 황철봉, 미시령으로 달리면서 금시라도 우레치며 용트림으로 천지를 진동할 것 같은 기운이 감돈다. 외설악은 장엄 웅대한 기상으로 천불동 계곡 굽이치며, 온갖 만물형상을 빚어 놓고, 창해(滄海)의 파수처럼 험난한 파도를 잠재우는 듯하다. 북쪽 멀리 울산바위 날다 장구히 앉아있고, 산록엔 속초 시내가 가물거린다. 내설악은 인자한 어머니 같이 구곡간장(九曲肝腸)의 모든 한을 담아 내리듯 치마폭처럼 주름져 내린다.     가야동 계곡과 소청아래 용아장승릉은 골에 운무를 담고 있어 멀리 백담계곡은 불심(佛心)처럼 깊어만 보인다.  중청 바라보니 서남으로 끝청 이어 내리고 서북능선의 줄기 찬 산세는 남설악 펼치며, 귀때기 청봉, 감투봉 이어내려, 구름위에 산봉우리가 물안개 피는 호수처럼 아름답고, 신선이 와서 노니는 듯하다.  남으로는 한계령 쉬어 내리고, 점봉산이 구름위에 우뚝 솟아 오대산으로 이어 태백으로 달린다.     산, 산, 산 ... 구름, 구름, 구름 ...  푸른 하늘 아래 운해 찬연하니 대자연의 서사시(敍事詩)요!  장엄하게 펼치는 심포니가 아닌가 !   아~ 아름다운 산하, 금수강산이여 길이길이 창성(昌盛)하소서!        모든 것 다 잊고 망부석처럼 섰노라니 석양이 뉘엿뉘엿 구름에 잠긴다. 땀이 식어 찬 기운이 돌아 잠바를 꺼내 입으니 모두들 정상주(頂上酒) 한잔 하자고 한다. 바위에 둘러 앉아 양주로 건배하니 화끈하고, 감개무량하다. 산정에서 구름 내려 보며 들이키는 이 한잔 !  성취감이요 !  산의 기다림에 대한 축배이며, 생세지락(生世之樂)의 맛이 아닌가.     중청대피소에서의 1박은 극기(克己)였다. 사전에 예약을 하여 비좁은 자리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저녁 9시에 소등을 하고 땀 냄새 진동하는 가운데 몸을 뒤척이다 밖을 나오니 새벽 2시였다. 평소 볼 수 없는 맑은 하늘은 중천에 은하수 펼치며, 별들이 총총하게 반짝인다. 초저녁에 시끌법석 되던 것과는 달리 적막감이 돈다. 찬이슬에 바람도 찬데 야숙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섯 시가 조금 지나 동해 일출을 보러 대청에 서둘러 올랐으나, 구름에 가려 장관을 보지 못하고, 구름위로 뻗는 서광(曙光)을 받으니 생기가 돈다. 찬란한 아침햇살은 이 땅에 기운을 돋구며 앞날에 번영을 주는 듯 했다. 7시 하산하기로 하여 서둘러 내려와 간단히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내림길은 여러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천불동 계곡 코스로 의견을 모아 출발하였다.     중청을 비껴 소청에 오니 내 설악은 운무가 걷쳐 오르고 용아장성릉은 구곡담 계곡과 가야동 계곡에서 오르는 운무에 용자를 드러내니 빼어나 보이고, 눈 아래 봉정암에는 예불 드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수렴동 계곡 아래 백담사는 아직 구름 아래 잠겨 있다. 모두 아침 맑은 공기를 가르며 가볍게 산을 오르고 또 내리면서, 서로 길을 양보하고 수고의 인사를 주고받으니 정말 아름답다.  우리 일행은 곧장 달려 회운각 대피소와 양폭산장, 비선대 너럭바위에서 휴식하고 신흥사 입구 금강교를 지나 일주문에서 어제 헤어진 일행과 합류하니 오후 2시였다.    - 대청봉(大靑峰) 푯돌(標石)에 기대서서 -    설악산아 !  그대는 부동(不動)하여도  멈춤이 아니요.  그 기상 창천(蒼天)에 메아리친다.    그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도다.    눈보라 혹한이 휘몰아쳐도  운무(雲霧) 데리고  만고(萬古) 상청하니  그 기개(氣槪) 장하다 !    울울창창에 기암준봉(奇巖峻峰) 높이 솟아  정좌(靜坐)하니    요산(樂山)의 발길, 연연하고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섭리(燮理)로  한반도의 맥 이어내리니  백두에서 한라까지  그 정기(精氣) 길이 빛나리 ……    짙푸른 동해 바라보며  외쳐본다.  아 !  대한민국    대청의 푸른 봉은 영원무궁 하리라   註    설악산은 강원도 양양군, 속초시, 인제군에 걸친 백두대간의 중추에 위치한 해발 1,708m의 명산이다. 기암절벽으로 산세가 빼어나 국립공원(398.53㎢, '70.3.24 지정)으로 지정되어 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9-07
  • 1,000억원 문체부 졸속 프로젝트에 지방예술계 분란
    전국 공공시설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우리동네미술" 은 문체부와 228개 지자체가 동시에 추진중인 '공공미술프로젝트' 로 "코로나  19"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미술인들에게 창작작업을 통한 일자리를 제공하기위한 "한국판 뉴딜사업"의 "미술계 버전" 이다. 최소 37명의 작가가 참여할수 있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참가 최소인원 37명은 당초 정부가 설정한 예술인 8500명을 지자체 수로 나눈 것이라 한다. 이들 37명이상의 미술가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작품을 창작하여 공공장소에 전시하고 이후 3년간 사후관리한다. 총예산은 지자체 매칭예산 20%포함 1,000억원으로 프로젝트당 4억원이 배당된다. 부천시는 문화예술과 직원들의 발빠른 업무처리로 이 프로젝트를 2건이나 획득하여 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부천시가 두건의 프로젝트를 선점한 까닭에 경기도의 B시는 한건도 획득하지 못하여 해당시 미술인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고있다. 내용은 좋은데 실제 현장에서는 급조된 정책을 수행하는데 난리다. 편성된 예산은 9월중에 교부금을 수령하고 두달이내에 본격 집행된다. 이 마저도 년말 이전에 정산을 마쳐야 된다. 작업과 정산이 같이 가야한다. 촉박한 기한에 쫒기는 예산의 집행시간에 따르자면 프로젝트의 진행도 초스피드로 진행되어야 한다. 시간에 쫒긴 작품이 공공의 장소에 어울릴만한 예술작품이 될수있다는 보장이 없다. 프로젝트는 애초 기획단계부터 엉성했고 허점투성이에 기일도 계획적이지 못했다. "코로나 19"에 따르는 일자리창출 관련 추경예산으로 편성되어 당초의 10억원 규모에서 759억원으로 대폭 덩치가 커져버렸다. 여기에 지자체 매칭예산 20%가 가세하여 1,000억원대의 공룡예산이 되었다. 예산 특성상의 연내집행을 위한 촉박한 기일을 맞추기 위하여 모든 절차는 초고속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기획서 제출은 공고일로부터 1-2주에 불과하다, 공모기간이 1주일 밖에 안되는 지자체도 있다. 짜임새있는 기획서는 애초부터 기대밖이었다. 주관 지자체 역시 이 기간안에(8월중) 공모부터 교부신청, 결과 발표까지 끝내야 한다. 관련부서간의 협의, 관련 협회를 통한 공청회, 설명회등을 열 시간도 없다. 예술성, 환경조화성, 프로그램 또는 조형물의 적절성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벽화, 동상을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이유가 된다. 단체 고유번호증 또는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팀만이 응모가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가 일자리창출관련 지원인 점을 감안 교사, 교수, 대학생 및 직장인등이 팀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직업이 없는 미술인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팀원에 부정 또는 위장팀원의 존재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응모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누군가 팀을 구성해 참여할수는 있겠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언제 팀을 꾸리고 임의단체 또는 사업자 등록을 마칠수 있을까? 따라서 이미 회원을 거느린 협회, 단체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점을 감안한 어떤 지자체의 경우 개인들을 배제하고 특정 단체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해서 원성을 부른 곳도 있다.이 문제는 공평성에 대한 부정으로 비쳐지고 비난의 시발점이 되었다. 선정 후에도 비난의 화살은 이어진다. 심지어 주관기관이 고소 고발의 대상이 되고 관련 협회, 단체가 쪼개지기도 한다. 같은 협회 내에서 서로 다르게 팀을 구성하여 경쟁하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항의와 투서가 뒤따른다 훗날 형사문제도 뒤따를수 있는 대목이다. 부천시의 미술단체에도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예산의 55%를 인건비로 사용해야 하는 단서가 붙어있다. 필요시 10%까지 상향조정할 수 있다. 37명의 예술자가 참여할 경우전체 4억원의 예산중 2억2천만원에서 최대 2억6천만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예술가 1명당 5,946,000원 에서 7,000,000원까지 지불이 가능하다. 부천시의 선정팀의 경우 66명이 최소 3백3십만원에서 최대 3백구십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순수하게 작품에 투입할 예산이 적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미술인들이 공공근로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한 예산편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예산으로 편성된 에술품은 계도성, 홍보성 조형물이나 사회적 목적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공공미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접근방식이다. 조악하고 현시적인 조형물의 생성은 공간미술, 공공미술에 대한 폐해가 우려된다. 부천시의 경우 "비보이 조형물"을 선정하였다. 공공예술품과 비보이 동상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논란을 피하고자 각 지자체는 심의위원, 평가위원을 공모한다. 부천시 역시 서둘러 평가위원을 공모하였다. 그러나 자격을 갖춘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쟁구조에 응모를 꺼릴뿐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구분 능력이 없는 주관 기관은 오히려 또 다른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된다. 발빠른 단체는 이런점을 이용 다수의 자기사람들이 평가위원에 응모하도록 부추긴다. 평가위원에 계파가 형성되는 이유가 된다. 어떤 경우 공공미술과 무관한 지역인사나 외부인들이 개입한다. 부천시의 경우 "비보이 대회 입상자"가 평가위원에 참여할 수 있다. 과연 그가 예술작품에 대한 안목이 있을까? 미적감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을까? 평가위원이 100% 공개되어 관련 학계 또는 미술인들에 의한 검증과 동의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평가위원이 익명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평가위원은 자신의 평가에 신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익명의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부천시는 차후의 이전투구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금이라도 평가위원과 그들의 채점내역을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죄없는 지자체 관리자, 주무관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에 본인도 고민했을 사항이지만 어쨋던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을 위하여 기간내에 마쳐야 할 프로젝트로 쫒기는 시간에 밤낯없이 고생하였을 뿐임으로 그 결과에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도 지역의 미술과 예술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형평성을 위하여 고뇌의 시간을 견뎌야 했을 것이다. 고민에 찬 결단은 "조건부 선정"으로 귀결된다. 차후에도 계속 협의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단 선정된 작품의 변경에는 한계가 있을뿐이고 더우기 작품은 앞으로 6개월내에 마무리 하여야 한다. 눈 질끈 감고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어디다 넘길 수도 없고 의지할 곳도 하소연 할 곳도 없는 공무원 또는 담당자의 현실은 암담하다. 이 프로젝트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결국 조형물 제작업체일 것이다. 또, 가만히 이름만 빌려주고 수백만원의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한일없는 미술인일 것이다. 여전히 이 프로젝트의 존재를 모르는 미술인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들의 정보부재를 탓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 이미 2007년에도 지금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옛날 옛날 태고시대의 먼지묻은 정책을 꺼내 먼지 털어내고 집어던진 급조정책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그 때도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후관리의 부실로 온통 비난을 받았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근시안적이고 급조된 문화정책의 현실이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8-31
  • 문학창의 도시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첫 공모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부천시는 ‘제1회 디아스포라 문학상’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한 후보작을 10월 30일까지 추천받는다.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Bucheon Diaspora Literary Award·BUDILIA)은 부천시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네트워크와 함께 문학을 통해 세계의 연대와 환대, 협력의 정신을 고양하고자 올해 2월 제정한 국제문학상이다.   ‘디아스포라’는 국가, 민족, 지방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디아스포라는 분열된 세계를 엮어 서로 다른 문화의 교류를 촉진할 뿐 아니라 희생과 고통의 경험을 관용과 화합의 길로 전환하는 주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부천시는 이들의 노력의 역사, 삶과 경험 그리고 정체성의 형성 과정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디아스포라 문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에 2021년 시상식 개최를 목표로 올해 6월부터 부천국제문학상 운영위원회와 함께 첫 수상작 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심사 대상은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현존 작가의 한국어나 영어로 출판된 장편소설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개인, 단체 등 누구나 1개 작품씩 추천할 수 있다. 단, 자기추천과 복수추천은 불가하다.   추천인 또는 단체는 ‘후보작 공식 추천서’에 작품 추천 사유와 작품 정보를 적어 한국시간으로 10월 30일 오후 6시까지 제출해야 한다. 제출 방식은 구글폼(https:/bit.ly/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을 이용해 직접 추천서를 작성하거나 이메일(bucheon.cityoflit@gmail.com)로 추천서 서식을 첨부하여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   최종 1개 수상작은 학계·문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와 심사위원회 심사 및 부천국제문학상 운영위원회 승인을 거쳐 선정될 예정이다. 수상작을 집필한 작가 및 번역자에게는 상패와 상금(작가 5천만 원, 번역자 1천만 원)이 수여된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외부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의식이 차츰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은 모두에 대한 포용이라는 시대 정신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며 “향후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문학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부천시가 2017년 가입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는 국제 네트워크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4년부터 문학, 영화, 음악, 음식,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세계 각국 도시를 심사해 창의도시로 지정하고 있다.
    • 예술/창작
    • 공연/전시/이벤트
    2020-08-25
  • 문학으로 꿈꾸는 부천/ 부천에는 펄벅기념관이 있다. - 최숙미
    ♣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부천시티저널>에서는 부천의 문학적 비전을 찾아서 연재해온 기획시리즈 ‘부천 문인들 문학의 향기’와 함께 시민들의 문학활동과 독서활동을 취재하는  ‘문학으로 꿈꾸는 부천’을 추가하여 연재하고자 합니다.                                                                      부천시는 2017년 10월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되는 쾌거가 있었다. 여기에는 단연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 작가의 업적이 한몫 했다고 본다. 펄벅 여사의 인생여정에는 부천의 ‘소사희망원’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펄벅 여사는 세기에 이름을 떨친 작가이면서 휴머니스트로서의 삶을 부천 소사읍 심곡리(현 심곡본동)에서 펼쳤다. 부천 펄벅기념관을 통해 그녀의 작품 세계와 펄벅 재단과 휴머니스트로서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1. 펄벅의 생애   펄벅은 1892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힐스버러에서 태어나 5개월 되던 때 선교사인 부모와 중국 진강에서 15년을 살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글쓰기 교육을 받아 상하이 주간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1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컨 대학에 다닐 때도 학교신문에 글을 발표한다. 대학 졸업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상하이의 농학교수였던 존 로싱 벅과 결혼하고 난징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다. 데뷔 소설은 <동풍 서풍>으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의 작은 고을에서의 체험은 세계적인 소설 ‘대지’의 자양분이 된다. 존 로싱과 이혼 후 리처드 첼시와 재혼하여 문학 활동과 휴머니스트로서의 일을 병행한다. 그녀는 1949년 전쟁 혼혈아동을 위한 입양기관인 웰컴하우스를 창설하면서 본격적인 사회사업에 뛰어든다. 1964년 해외아동들을 돕기 위한 펄벅 재단(현 펄벅 인터내셔널)을 설립한다. 1965년에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고 일본 필리핀 타이완 태국 베트남 지부를 설립하는데, 한국에서는 부천시 소사읍 심곡리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하여 전쟁 혼혈아동들과 그의 어머니들에게 교육과 직업 훈련을 시켜 재활과 사회 복귀에 도움을 주는 복지활동을 펼쳤다. 1973년 폐암으로 사망하여 그린힐스 농장에 안장되었다. 현재 그녀를 안치한 그린힐스 농장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펄벅 인터내셔널(펄벅재단) 본부가 있는 곳이다. 2. 작가와 휴머니스트로서의 펄벅    그녀의 소설은 주로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쓰였다. 그의 첫 소설 <동풍. 서풍>(1930)은 중국에 살면서 동·서양 문명의 갈등을 다루었고 퓰리처상(1932)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지’(1931)는 중국 빈농 ‘왕룽’일가의 역사를 그린 장편소설로서 단연 세계인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저서로는 <어머니의 초상>(1936)과 자신의 아픈 아이를 소재로 한 <자라지 않는 아이>(1950)>, <북경에서 온 편지>(1957), <살아있는 갈대>(1963)는 대한제국의 위태로운 상황과 일제에 목숨 걸고 항거하는 이들의 저항정신을 소름 돋게 그리고 있다. <새해>는 그녀가 추진하고 있는 전쟁 혼혈아들을 위한 양육과 그들을 향한 편견에 대한 인식변화를 추구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필 평론 아동서적에 이르기까지 80여권을 책을 집필하였다.   한국에서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의 인연으로 부천에서 전쟁 혼혈아동들을 거둘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수백 명의 혼혈아동들이 안식을 얻고 자질을 개발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의 사망과 유일한 박사의 사망으로 펄벅 재단이 소유했던 소사희망원의 소유지는 차츰차츰 줄어들어 이제는 소사희망원 한 동만이 남아 기념사업회로 활용되고 있다.    펄벅기념관에는 1960년대 소사희망원의 모형을 전시하고, 그녀의 일생을 담은 사진과 집필한 서적과 개인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 공원에는 그녀의 흉상이 있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펄벅 여사의 문학성과 휴머니스트로서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3. 펄벅기념사업회   해마다 펄벅 초중고 일반 문학상 공모전이 시행되고 있으며 다문화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부천시가 동아시아에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후 다양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펄벅기념회로는 2018년에 이어 2019년 6월경에 펄벅학술심포지엄이 시행 되었다. 2018년 10월에는 부천펄벅국제학술대회가 부천 시청 어울마당에서 개최되었다. 더불어 2018년도 가을 2회에 걸쳐 부천소재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과 부천 문학인들과의 교류로 펄벅소설을 주제로 한 ‘소설과 음악이 만난 문화유산콘서트’ 가 열렸다.  펄벅의 소설 <살아있는 갈대>와 <새해>를 중심으로 창작된 음악에 평론가의 소설 해설이 더해져 그녀의 소설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문학과 박애정신을 예술로 풀어내는 젊은이들에게 격려와 찬사가 쏟아진 값진 행사였다. 심곡본동에서는 매년 가을에 펄벅 축제가 성대하게 열려 펄벅의 박애정신과 문학을 기념하고 있다. 앞으로의 펄벅기념사업회는 세계 문학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이 집중 될 사업을 확장 전개하리라 본다.     펄벅의 작가정신은 박애라 한다. 그녀의 소설 속 배경과 인물이 보여 주듯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인류를 위한 박애이고 희생이고 사랑이라 하겠다. 개인의 안일함에 젖어 있지 않은 그녀의 삶은 물질만능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세계에 젖어 사는 현대인들을 향한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부천 펄벅기념관을 찾는 이들의 가슴에 그녀의 삶에 흐르는 박애정신이 살아나기를 기대해마지 않으며 문학가로서의 열망 또한 원대하게 펼쳐지기를 기원해본다.   최숙미 2010년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9년<한국소설>로 소설 등단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회원수필집<칼 가는 남자><까치울역입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6-23
  • 부 추/황정순 수필가
      황정순 수필가 봄볕에 부추 싹이 바늘 끝처럼 올라온다. 달래, 파, 부추는 향을 지니고 있는 푸새나 나무새로 가장 먼저 봄을 뚫고 올라오는 밭작물이다. 그 중에서도 부추는 비늘줄기 같은 얇고 뾰족한 싹이 어찌 그리 힘이 좋은지 겨우내 응겨 붙은 흙을 밀고 나오는 모양새가 여간 예사롭지 않다. 처음 올라오는 부추 싹 끝이 발그스레한 그 놈들을 볼 때마다 빙그레 웃음부터 새어 나오니 이유가 사뭇 그럴싸하지 않은가. 초봄에 돋는 첫 부추 싹은 며느리에게 주지 않고 딸한테 준다고 했던가? 고것이 남자들한테 강장제가 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댁을 자주 드나들며 갖가지 농산물을 얻어다 먹었지만, 첫 부추 싹을 얻어다 먹어본 기억이 안 난다. “봄에 올라오는 부추 싹이 사람한테 좋단다.”라는 소리는 언제인가 시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때 그 첫 부추 싹의 행방이 묘연하지 않은가.  시아버님이 계시지 않았으니 시아버님 아침상에 올랐을 리는 만무하고, 며느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시누이한테 보냈을 것이라는 추측이 며느리된 나의 심보인 것이다. 초봄 부추 싹이 품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비밀을 이제야 알았으니 나는 얼마나 우매한 아내였는가.  부추는 그동안 한갓 양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여름철 더위에 쪽파가 귀하면 부추를 넣는다. 삼복더위에 쪽파가 맥을 못 추는 틈새에도 부추는 계절을 넘나들며 처녀의 풀어헤친 머리처럼 너풀너풀 잘 자라니 파보다 생명력이 강함을 증명하여 주는 셈이다. 그 뿐인가, 어디서든 사시사철 씨를 뿌리거나, 뿌리를 갈라다가 심어만 주면 자생력이 강하여 몸살도 없이 제 집인 양 잘 자란다. 달래과에 속하는 다년생 산성식품으로서 내 고향 충청도에서는 ‘졸’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어렸을 적에는 부엌에서 급히 양념을 찾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마당가에서 한 줌 베어다가 씻어서 갖다드리곤 했다. 그 부추를 벨 때는 칼을 땅에 바짝 대고 잘라야 그 다음 싹이 깨끗하게 올라온다.       그 부추 싹이 빠알갛게 솟아오르니 어찌 아녀자의 눈웃음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꼭 버섯망태기를 뚫고 나오는 사내놈의 ‘것이기’ 처럼 말이다. 온몸의 혈기를 끝으로 모아 꼿꼿하게 일어서는 그 놈의 모습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 그리 힘이 좋으니 바늘 끝 같은 연약함으로도 겨우내 굳어진 땅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진시황의 강장제를 금강산에서 찾을 소냐. 바로 코앞에 있거늘. 봄철 부추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는 남성 특유의 보약인 봄철 부추가 바로 옥상 텃밭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집에서는 알 리가 없으리라.  그러고 보니 부추와 개고기는 쌍쌍 파트너이다. 굳이 음식물도감을 펼쳐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붉은 색의 근육질 고기에 벌건 고춧가루를 넣고 살짝 데쳐낸 새색시 같은 연초록 부추를 넣어 버무리면 그만인 요리. 오천년 이어온 전통의 요리비법이 맥을 이어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아녀자의 손끝에서 버무려질 때 “어이, 부추 좀 더 넣어 …, 오늘밤 보양탕 먹고 얌전히들 있으라고 하랑께…” 그 고기 맛에 빼놓을 수 없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농담 한마디는 잇밥에 달려드는 물고기들처럼 “까르르, 까르르” 해학과 웃음꽃이 줄줄이 낚아 올려진다. 그 웃음소리에 하루 농사일의 고단함도 풀어냈을 것이다. 부추 아직도 농촌에서는 한 여름 진땀이 빠지면 부추를 곁들인 보양식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철 특별 음식으로 치는 것이다.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알린’이라는 향을 지니고 있어 향신료 대용 푸새지만 남과 여 사이의 정을 돋우는 향료임에도 틀림없다. 예전에는 마당 귀퉁이나 밭 가장자리에서 조금씩 키워서 양념으로 사용하였으나 요즘은 부추 즙, 부추죽으로도 먹으며, 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한다. 하우스에서 키워낸 쭉쭉 빵빵한 미녀부추는 보기에는 좋지만 맛과 향은 좀 덜한 편이다. 근육질이 발달한 남성미처럼 야생으로 자라난 털털하고 좀 뻣뻣한 부추를 먹어야 제 맛의 부추다. 그것은 아녀자만의 안목에 속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옥상에서 더러는 듬성듬성, 더러는 참빗처럼 뭉텅뭉텅 올라오는 첫 부추 싹아, 빨리만 자라다오. 단칼에 베어다가 참기름에 고춧가루 넣고 돌돌 말아내어 식탁에 올려놓고 남편한테 날달걀 넘기듯이 미끄럽게 넘기라고 할 테니까.  부추! 네가 산화하는 즉시 고소한 기름으로 변하리라.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수필분과회장(현) 수필시대 등단 (2005) 수필집『 예지몽』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5-04
  • 부천문인협회 회원의 도서 목록 발표-38명의 문인들이 발표한 저서는 90여종.
      부천문인협회는 현재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의 작품 목록을 발표하였다. 전체 회원중 38명의 문인들이 발표한 저서 목록의 종수는 90여종이고 시집이 가장 많은 종수를 차지하여 60여종이며 10여종의 소설집과 10여종의 수필집, 인문학 기행도 몇 종이 보인다. 2종 이상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박희주, 고경숙, 김경식, 김명숙, 김양숙, 김종순, 박선희, 박혜숙, 안선희, 유미애, 윤명석, 이건선, 임숙희, 정무현, 정령, 주응규, 홍명근, 이창원, 이종헌, 최숙미, 이재욱, 박주호 등 22명이며 시집 2권과 소설집5권등 7종의 작품집을 발표한  박희주 지부장의 작품집 수가 가장 많다.     1984년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로 인준을 받은 유서깊은 문인단체로서 매년 봄호와 겨울호로 발행하는 문예지 ‘부천문학’은 올해로 73호를 맞고 있다. 고 최은휴 시인이 1대 부천지부장을 하였으며 2014년 고경숙 지부장을 거쳐 현재는 박희주 작가가 2017년부터 지부장을 맡아왔다.  2017년 10월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된 부천시에서 문인들의 역할은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한편 문인들은 부천 작가들의 작품 중 베스트셀러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자타가 문학성을 인정하며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문학상을 받는 문인들이 배출 되어 부천이 문학의 메카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바램도 갖고 있다고 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4-18
  • 부천문화재단 에술지원사업 선정
    부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2월 공모한 예술지원사업 2건의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공표한 예술지원사업은 청년등의 예술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예술가S",와 전문예술인(단체)가 직접 예술활동을 기획해 지역에서 선보이는 '부천예술찾기: 미로美路'다. 차세대전문활동지원사업인 "청년예술가S"는 신진예술 창작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지역문화 발전과 연결하는 4년차 사업이다. 분야별 선정 규모는 ▲스토리 6명 ▲시각 6명 ▲음악 3명 등이며 재단은 선정 작가 15인에게 창작 활동을 위한 총 4천500만원 규모의 지원금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 창작품 실연 기회와 장소 등을 다각도로 지원한다. 선정된 작가 15인은 오는 10월 실연회를 열고 창작활동의 결과물을 시민에게 공개한다. 한편, 전문예술인이 직접 기획해 시민에게 선보이는 예술활동 ‘부천 예술 찾기:미로(美路)’ 참가작 13건도 확정됐다.   재단은 이들 예술활동에 총 1억4천여만 원을 지원하고, 법정문화도시로서 ‘부천형 기초예술지원 체계’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2020년 부천 예술 찾기:미로(美路)에 선정된 기획의 제작비 지원은 다음과 같다.  ▶세미뮤지컬 ‘숨 쉬는 옹기’(극단 예터) 14,000,000우너 ▶연극 ‘꽃님 이발관’(극단 원미동사람들)  13,000,000원▶그림자인형극 ‘버려진 동화책 속 주인공들’(극단 인간)  10,000,000원 ▶시각예술 ‘1㎞_역곡 남부 경인로의 초상, 2015-2019’(김은희) 9,000,000원▶시각예술 ‘이곳에서 그곳까지’(김태균) 8,000,000원 ▶시각예술 ‘공-산’(대안공간 아트포럼리) 10,000,000원 ▶무용 ‘녹음이 빛나는 일대기’(박지현) 7,000,000원▶풍물극 ‘아기장수바위전시즌3-어느 고등학생시민군의 40년’(부천민예총 민족굿위원회) 15,000,000원▶연극 ‘2020 제4회 판타스틱 연극제’(얘기씨어터) 12,000,000원 ▶문학 ‘파차마마의 마법’(우리나비) 15,000,000원 ▶연극 ‘구두는 잘 있습니까?’(유리) 7,000,000원 ▶시각예술 ‘조물락 상점’(이소희) 7,000,000원 ▶전통시장과 함께 만드는 뮤지컬 ‘옴시롱감시롱’(초이스 뮤지컬 컴퍼니) 등이다. 15,000,000원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4-16
  • '영혼의 입맞춤'을 생각하며/홍명근
    낡은 기와지붕 아래 마당에서 어머니, 고모들은 머리를 풀고 빗질을 하곤했다. 주름진 피부와 굽은 허리와 흰머리는 음산하게 귀기마저 풍기는듯하여 피하고 싶었지만 어쩌지 못하고 물을 떠다주거나 빗질을 해주기도 하며 옆에서 시중을 들곤 하였다. 나는 우울한 그러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찌감치 멋이나 아름다움과는 벽을 쌓게 된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 마당가에 피는 고운 꽃들이 그늘이 들고 있는 마음에 그나마 화사하게 빛으로 다가오곤 했다. 핏빛을 연상하게 하는 붉은 송이의 파초나 불타는 듯한 선홍의 장미처럼 그런 어두운 분위기 중에도 내게 스며드는 환상이 있었는데 언젠가 꼭 겪게 될 것 같은 필연의 느낌으로 압박하듯이 다가오곤 하는 '영원의 입맞춤'에 대한 환상이었다. 가깝게 밀착되어 떨칠 수 없이 강렬하지만 상상하고는 다르고 현실하고는 동떨어져 그냥 혼자만의 내면에 자리잡은 채 분간하기 어려운 흐릿한 풍경이 되거나 혼란이 되곤 하였다. 그런데도 ‘라푼젤’이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같은 책을 읽을 때면 나의 이야기처럼, 마치 나의 일처럼 느낌이 생생하였다. 나는 당연히 그 이야기의 책이 무엇보다 좋았다. 해피엔딩의 결말은 희망과 위안이 되었고 말을 하면 다 날아 갈 것 같아서 침묵할 때가 안심이 되곤 할 정도였다.  문학이 다양한 장르와 여러 형태로 창의적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어긋나고 쓸쓸하거나 힘들때면  '삶이 너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쉬킨 시의 구절처럼 여러 위로가 있기때문이다. 불유쾌한 상황이나 눈앞에 닥쳐오는 알 수 없는 혼란을 수습하려 오랜 세월을 침묵하며 현실속의 나는 어느새 늙어 나이가 들고 오십대를 지나면서 좌절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지기도 하였다.     나의 마음은 동화속의 꿈꾸는 소녀 ‘라푼젤’이고 ‘오로라’였지만 현실에서 내가 남자에게 그런 대접을 받은 기억은 찾기도 어렵다. 데이트보다는 도서관에 박혀서 책에 머리를 박은 채 변변한 외출복도 없이 지내던 대학시절이나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원고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사회생활에서나 공주하고는 먼 분위기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성에게 허름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는 부담적은 길거리의 빈대떡같은 취급을 받을 때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수긍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영혼을 담은 입맞춤'이라고 누군가 쓴 구절을 보았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오래고 깊은 상처의 흔적을 끄집어내서 살펴 볼 수가 있었다. 문우나 문학의 힘을 빌려 내가 이루고 싶은 아주 작은 나의,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왕자님, 나만의 꿈, 나만의 세상이 펼쳐질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인내한 세월의 단절된 토막들이 잘 맞추어진 퍼즐처럼 선명하게 닥아왔다.  멋진 풍경속에서 둘만의 사랑을 속삭이고 미래를 약속한다든가, 고가의 외제차를 소유한다든가, 콩알만한 다이아 반지를 선물받는다든가, 명품 브랜드를 쇼핑한다든가 하는 감정의 낭만도 생활의 사치도 또 다른 것도 무관심하게 넘기거나 체념하고 세상과 타협할지라도 문학은 나의 은신처이고 안식처였다.  사회와 거리를 벌려서라도 나만의 시간속에서 고독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라푼젤이고 오로라일 수 있으니ᆢ 문학을 접하는 고독한 상황이 비록 가난하고 배고프다고 해도 위로가 되었던 것이다. 문득 느낀다. 도시의 고층빌딩과 양옥이 한껏 모양을 자랑하고 환영을 받는데 시골의 낡은 기와지붕아래 마당가에서 유행에서도 한참 쳐진 촌스럽고 구차한 쪽머리의 윤기없이 하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풀러 빗질하던 그 주름지고 허름한 모습이 비록 귀기마저 풍기도록 생기없는 외모였을지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 내면에는 곱게 댕기를 땋고 있던 소녀가 아직도 공주처럼 단장을 한 채 꿈을 꾸고 있고,백발이 된 긴 머리를 빗질하며 현실의 상처를 빗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반세기를 살아오는동안 지친 자신을 위로하며 글을 쓰듯이 볕을 쬐며 마당가에 앉아 댕기머리 소녀의 지친 세월을 빗질 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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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1
  • 빨래와 여인 / 황정순 수필가
     옆집은 작은 연립 한 동이다. 집의 크기는 우리 집과 비슷하지만 여러 가구가 살고 있다. 우리 집과는 담장하나로 내 집과 옆집으로 나뉜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낮은 창고가 있다. 그 창고 지붕위에는 두 개의 빨래 줄이 걸려 있다.   황정순 수필가  내가 손빨래를 들고 옥상 계단을 오르는 시간은 아침 10시쯤이다. 언제부터인지 창고 지붕 위에 널려 있는 옆집 빨래를 내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흔해터진 빨래에 매력을 느끼다니….’  그 허접한 창고위에 매달려 있는 빨래는 참 깨끗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빨래는, 이른 아침 물 빠진 바닷가에 물기를 흠뻑 머금은 해초의 미끈함처럼 신선하다.  내 집 빨래를 빨래줄에 허리 반 토막 걸치듯 매달아 놓고 빨래집게로 한 번 집는 것에 비하여, 옆집 빨래는 양품점의 옷걸이에 쫙 펴놓은 듯 반듯하다. 펼쳐놓은 속옷에서 가끔은 남세스러움도 느끼지만, 잊기로 했다.  내 집 빨래는 손빨래를 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깨끗한 것은 아니다. 팔 힘이 부치다 싶으면 대충대충 비벼서 넌다. 논일한 바지 흙 떨어 널 듯할 때도 있다. 옷 색깔이 선명하냐면 그렇지도 못하다. 오래도록 입어서다. 내 집 양말 짝을 기왓장에 고추 말리듯이 펼쳐놓는 것에 비하여, 옆집 양말 짝은 빨래줄에 스카프 매달 듯하였다. 내 집 빨래가 고전적 분위기라면 옆집 빨래는 현대적 분위기라고 말해볼까. 그것은 내가 고전적 성품이라면 그녀는 현대적 성품을 지녔을 것이라고 말함이다.  하늘 높은 날이면 옆집의 빨래들이 바람에 맞춰 율동을 한다. 축축한 빨래 위에 아침햇살이 움실움실 거린다. 한낮 햇살에 빨래가 슬쩍 드러누워도 본다. 가을바람에 빨래가 바스라질 듯하다. 그 빨래 뒤에 얼굴만 살짝 가린 채 고추 마당에서 숨바꼭질하던 기억의 삽화가 뛰쳐나온다.  연립 뉘 집의 빨래일까. 한두 번 봄 직한 옆집 사람들의 얼굴을 빨래 속에 비춰본다. 할머니의 파자마며 손주들의 옷가지를 볼 때면 할머니가 그려진다. 할머니가 살림을 맡아서 하는 듯하다. 시골에서 손주들을 위해 갑자기 올라오신 분일까. 또 다른 빨래줄에는 아기의 옷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젊은 새댁이다. 늘 세탁기 빨래로 대충해서 널은 것처럼 구겨져 있다. 허름한 색상이 반가움을 가시게 한다. 한 번만 삶아 빨면 빨래가 보송보송 할텐데 아직 살림살이에 서투른 듯하다.  그렇다면 저 소담스럽고 깨끗한 빨래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어느 여인의 손끝이란 말인가. 그 여인이 빨래 속에서 하늘빛을 만끽한다. 그 여인의 하얀 얼굴이 햇빛과 마주하고 있다. 그 여인의 눈동자가 빨래 속에서 나를 쳐다본다.  교복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나 또래인 듯도 싶다. 도회지서 나고 자란 여인인가 싶기도 하다. 그녀는 항상 나보다 먼저 새벽바람에 빨래를 넌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자분자분 널고 간다. 누가 빨래를 걷는지는 알 수도 없다. 그녀는 마치 성안의 여인인 듯하다. 나에게 있어 성안의 여자는 그림으로만 가능하다. ‘그 여자의 식탁에 놓은 음식은 예쁜 접시에 담겨 있을 거야’ 그 여자에게 어울리는 남편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나의 시선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우연히 그녀인 듯한 여인이 창고 지붕 위에 나타났다. 내 집 안방 창문으로 내려다보인다. 그녀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빨래를 매만지는데 몰두하고 있다. 보통 가정주부들이 슬리퍼에 바지 차림으로 쑥 나오는데 비하여, 그녀는 스커트를 입고 앞치마를 둘렀다. 나에게 있어 그녀가 귀족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내 집보다 그녀의 집이 훨씬 크고 아름다워 보였다. 성 밖으로 나온 여자는 얼굴을 햇빛가리개로 가렸다. 직장에 다니는 여자일까. 웬만하면 얼굴을 한두 번은 보았을 텐데 밖을 잘 나오지 않는 가정주부일까. 그녀는 머리를 올려서 핀으로 꽂았다. 흰 목덜미가 학처럼 길고 곱다. 빨래를 매만지는 손끝이 마냥 희다. 그녀는 잠시 옷자락만 보이듯 뒷모습만 살짝 보인 후 달맞이꽃처럼 사라졌다. 하얀 빨래 뒤로 또 숨었다. 저 신선한 빨래들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는다. 빨래 자락에 그녀가 보일 듯 안보일 듯 숨어버렸다.  그녀와 나의 숨바꼭질은 매일 아침 계속된다. 나는 그녀를 찾는 술래다.   황정순 프로필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수필분과회장(현) 수필시대 등단 (2005) 수필집『 예지몽』      
    • 예술/창작
    • 창작활동
    2020-01-04
  • 꿈의 퍼즐/홍명근
    ♣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학창의 도시 지정 1주년을 맞아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 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꿈의 퍼즐/홍명근       살다보니 열망과 갈등의 순간 위에 오래 머물고 머물러보니 기다림은 시계바늘을 흔든다.   초침 따라 달려가던 시절에는 별 하나 꽃 한 송이조차 두근거렸다   이제는 꽃이 피어도 별이 반짝여도 설레임 희미하지만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겹쳐 만난 인연은 실타래처럼 길다.   실매듭을 풀어 나무가 기둥처럼 자라는 언덕에 둥지를 틀고 학이 되어 바라보는 길 끝에 담쟁이 넝쿨 한 겹 더 두른 너는 또 하나의 울타리.   살아가는 것이 순간이 쌓여 가는 머무름이고 머무름이 깊어져 가면 길이 되는 것일까   별 모양의 담쟁이 잎 넝쿨 너머 꽃 같은 저 무지개는 열정을 향해 여전히 손짓하고 있다.   시집 <꿈의 퍼즐>. 미디어 저널. 2019   그렇다. 느리게 움직이는 시침, 분침보다는 1초라는 짧은 순간을 소리 내며 똑딱이는 모습은 인간의 활동상으로 비유한다면 초침은 분명코 역동적 젊은 시절에 해당할 것이다.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거쳐 청소년기엔 내가 최고이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절. 한편으로는 달과 별의 반짝임과 이름 모를 들꽃의 하늘거린 모습에서 괜스레 가슴 설레고 뭉클해지는 그래서 시절의 짐을 벗지 못한 가련한 시인이 되는 시절이 있다. 그런데 어찌하랴! 젊은 날의 초침은 더욱 빨리 돌아가고 보이지 않았던 시, 분침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슬픔의 중량이 늘어난 것이다. 슈베르트의 가곡 <물위에서 노래함>의 가사처럼 “아, 이슬 젖은 날개를 가진 세월은 스쳐가네 이 흔들리는 물 위의 나에게서”그렇지만 세월을 털어버릴 수는 없잖은가. 때론 서녘 노을 같은 중년이 아름답지 않은가.   사람은 때가 되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그 어떤 배움과 지식을 떠나 그 나이가 되어야만 보이는 것들, 젊어서 놓친 것들이 나이 들면서 보이는 것이 있다. 이때 보이는 것은 예전에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왜냐면 사고와 의식이 확장되지 못하고,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지성과 판단력을 가진 젊은 시절은 아무래도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조선시대 문장가인 유한준(兪漢雋)의 말을 빌리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이 보이나니 보인다고 다 모으면, 그것은 모으는 것이 아니리(원래의 뜻 ).” 여기에‘사랑’대신‘살다’를 대입시켜도 무방하리라.   이때 보이는 것처럼 화자는 지나온 날과 앞으로의 길을 떠올리며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을 생각하게 된다. 그 무엇도 독립적이고 스스로 홀로 발생하는 것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시인은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 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鶴은 생물학적인 새가 아닌 인문학적인 표현이다. 수많은 한시에 등장하는 학, 고고한 모습을 선비적 특성으로 묘사되어서 일까. 시인이 학의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살아온 과정에서 혜안을 갖추게 되었음을 뜻하고 한편으로는 學의 시선을 가졌다는 것은 지혜가 생겼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초탈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 시인은 무념무상으로 세상과 사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이다.   도연명의 <飮酒>중 5수에 “동쪽 울 아래서 국화를 따다가 멀리 남산을 보다(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와 고산 윤선도의 <漫興>이라는 시를 보자   술잔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님이 온다 한들 이렇게까지 반가우랴 말도 없고 웃음도 없어도 못내 좋아하노라 이처럼 두 시인의 시에서 볼 수 있듯이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바라본 게 아니다. 자신의 존재마저 잊고 비우는 것이고, 보려고,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고개 들어 먼 곳(남산)을 바라볼 때, 그때 시야에 들어온 광경이다.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눈앞에 ‘남산’처럼 우연히 보이는 넝쿨 두른 담쟁이, 이렇게 자신을 잊고 비우며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고산의 詩題처럼(漫興) 저절로 흥취가 생겨난 것이다.   화자의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종교적 체험과도 연관된 듯싶다. 종교적 삶의 기본태도는 자기를 비우는 것이고, 잊는 것이고, 부정하는 것이다. 흔히 말한 죄를 뉘우치는 ‘회개’가 아니라 ‘회심’이다. 즉 메타노이아이다. 자기중심적인 것에서 근원적인 것으로 돌아서는 것, 가치와 의식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 그래서 실재를 꿰뚫어 보는 일이다. ‘나’를 살기 위해 나를 비우는 것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말대로 “인식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을 깨끗이 하는 일이다. 성령님을 갈망하는 자의 영성은 비움이 듯.   삶이란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어가듯 매 순간순간의 축적이다. 그 축적된 삶이 깊어지면 그 자체가 걸어왔던 길의 역사이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미래의 길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면 신체적 조건들은 변화를 한다. 그러나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듯 저 너머에 피어오른 무지개는 “당신은 아직 젊고 할 일이 많다”라며 일곱 색깔의 빛으로 응원하고 있다. 누구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다.   언젠가 인사동 길거리에서 구입해 벽에 걸린 조각보를 쳐다본다. 옛 여인들의 버려진 천 조각 하나하나를 버리지 않고 능숙한 시침질과 감침질로 통짜기하여 완성시킨 작품을 생각하며 내가 꿈꾸는 생의 퍼즐을 맞춰 나만의 쩍말없는 조각보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슈베르트의 가곡 연주를 들으며. 아, 시간은 이슬의 날개를 달고. . . https://www.youtube.com/watch?v=mCBPRmt_al8     시인 홍영수 jisrak@hanmail.net
    • 예술/창작
    • 부천의 문학향기
    2019-12-08
  • 컴맹엄마 오시은 작가의 문학프로그램
    동화작가 오시은 작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동도서관에서 운영 중이다. 오시은 상주작가는 「컴맹엄마」로 2003년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집필활동과 더불어 작가단체 활동 참여와 문학창작 관련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화도서관은 문학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오시은 작가와 함께 6개의 문학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동화작가 코너 조성과 문장 갈피 제작 등 다양한 문학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동화는 물론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부천 시민의 많은 성원을 기대해 보며 도서관과 작가가 만나 새롭고 다양한 문학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리에 문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기회가 되기 바랍니다.
    • 예술/창작
    • 창작활동
    • 문학
    2019-11-20
  • 홍명근 시집 "꿈의 퍼즐" 출판 기념회가 열리다
      홍명근 시인  언론인이며 교육자인 홍명근 시인의 시집 "꿈의 퍼즐"(미디어저널 출간)출판기념회가 16일 남부천신용협동조합 문화센터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주변의 다른 장소 추천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소재한 지역에서 다감한 정서를 나누며 출판기념회를 열고저하는 시인의 의지로 남부천신협의 조길원 이사장과 뜻을 같이하여 남부천신협 3층 문화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홍명근 시인은 2005년 현재의 심곡본동에서 영어 어학원사업을 시작하여 성공적인 운영을 지속하면서 도서출판 큰나무(현재 미디어저널)를 창업, 시집을 포함한 다수의 도서를  발간하였다. 2008년 지역신문인 부천시티저널을 창업하여 언론계에 진출한 이후 시티저널뉴스 및 원주시티저널등의 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홍명근 시인(왼쪽), 이두호 화백    충북 충주출신의 홍명근 시인은 1987년 "말못할 설움과 그리움으로"(대제각 간) 시집을 출간하였으나 한동안 전공인 영문학 계통의 번역, 강의에 전념하기도 하였다. 원로만화가 이두호 화백의 삽화가 첨부된 시집"꿈의 퍼즐"은 지난 30여년간 열심히 써온  작품의 면면이 흘러나온 삶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시집에 묶인 70여편의 서정시는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에서 활동하며 발표한 시가 많은데 부천을 소재하는 시도 여러 편이 보인다.    성주산지진 난 땅에서 솟는 샘물처럼폭풍이 지난들에서 피는 꽃처럼 가슴 속의 어머니를 깨우고고귀한 사랑을 품어 생명의 의미를들려주는 성주산의 숨결소리 향기처럼 가만가만 닥아 온다- 홍명근 시  작가의 인사말에서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소회를 회상하고 훈장이셨던 외할아버지와 여자여서 글을 배우지 못하고 갑갑한 채 세상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가 꾸던 평생의 꿈이 오늘이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이 출판기념회 자리에 계셨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라고 하려다가 감정이 격해진 채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하였다.      <언어는 인식의 깊이와 더불어 서로 상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학에 대한 인식이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는 데에 이르렀다면 시인은 이미 억압의 정체를 파악했고 삶의 완숙, 더 나아가 시의 성찬을 반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고 박희주 부천문인협회 회장은 시집 발문에서 해설을 마무리 하였다.    박희주 시인/ 소설가( 부천문인협회 회장)-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홍명근 시인을 비롯한 권정선 도의원, 이상열 시의회 부의장, 강병일 민주당 대표의원, 박정산, 김환석, 강병일 시의원, 둥지교회 최창식 목사, 이두호 화백, 조길원 남부천신협 이사장, 문인협회 박희주 회장, 김성배 부회장, 이남철 시인, 최숙미 작가, 박미현 시인, 박선희 시인, 축가를 부른 정재령 시인(소프라노/부천시립합창단원) 등 부천문인협회 소속 문인들과 이재학 소새울소통미디어단 대표, 부천수필가협회 황정순 회장, 최의열 부천문화원 사무국장, 고형재 전미술협회장, 조기범 조각가, 이세규 학생문화봉사단 대표등 지역의 문인들과 예술인, 지역민 등  60여 명이 함께 자리하였다.    (왼쪽부터) 송재석 신협 수석감사, 조길원 신협 이사장, 김환석 시의원, 권정선 도의원, 홍명근 시인, 이두호 화백, 이상열 시의회 부의장, 조용환 전심곡본동생활안전과장, 이세규 부모와 함께 학생문화봉사단 대표, 이한영 국조문화사 사장(뒤)     (왼쪽부터)이창원 시인, 이남철 시인, 박용섭 서예가/시인, 안선희 시인, 황정순 수필가, 박선희 시인, 정재령 시인, 박영녀 시인, 박미현 시인, 김병원 시인, 홍명근 시인, 김성배 시인, 차경녀 시인, 정령 시인, 박희주 소설가/시인, 김은혜 시인, 최숙미 수필가/소설가, 전해미 수필가    가족- 신성복, 홍명근, 신혜주   홍명근 시인은 ‘꿈의 퍼즐’ 서두에서 이렇게 작가의 말을 적었다.   작가의 말  소나무처럼 푸르른 기상을 품고 사는 이들이 감사하다. 그 의연함이 나에게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작은 들꽃송이가 온 우주를 견디며 피어있다. 감사하다. 그 해맑음이 나에게 생명의 신비를 헤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이 소중하다. 나만의 가장 중요한 의미인 시를 묶어 시집을 출간함을 함께 나누는 순간마다 더 많이 사랑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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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17
  • 책 리뷰- 엄마가 치매야/ 이재학
    책 리뷰  - 엄마가 치매야/이재학 18치매로정신이 없어도아들이 들어오지 않으면여-전-히밤을지키며 아들을 기다리는 울 엄마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기억력이 쇠퇴해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뚜렷했던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더구나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지난 일들은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좋지 않은 감정의 강렬한 흔적이나 뇌 속에 간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는다. 그래서 망각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일의 개인적 경험이나 특히 부정적인 경험이 머릿속에 남겨져 있는 이러한 기억의 흔적을 생리학에서는 엔그램(engram)이라 한다. 한 마디로 ‘기억의 세포’, 또는 ‘기억의 흔적’이다.시인의 어머니는 흔히 우리가 일컫는 노인성 질환의 대표 격인‘치매’증상이 있으시다. 치매의 질환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흔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시인 보들레르의 <벌거벗은 내 마음>의 글에서 “오늘 내게 이상한 병적 징후가 나타났는데, 내 몸 위로 치매의 날갯짓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나이 41살 때이다. 치매를 앓은 어머니는 당연히 기억력이 오락가락하기에 때론 헛소리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기도 한다. ―물론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어머니란 존재는 자식 앞에서는 치매를 뛰어넘는다. 심리학에서 말한 기억의 저장(engram)에는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치매와 상관없이 이미 몸이 반응하고 기억하고 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지 않고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 몇 날 며칠의 밤도 지새울 수 있는 어머니는 여자이기 이전에 이미 엄마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38우리 엄마아픈 이야기 하면 하나 같이 왜 요양병원에모시지 않느냐고 묻는…… 나는 또 그 소리가듣기 싫다    엄마가 치매야/이재학(미디어저널) 노인들이 두려워하는 치매, 뇌혈관 질환, 중풍, 우울증, 만성 심부전증 등등은 나이 듦에서 오는 질병들이라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질병으로 인한 가족 간의 불화, 더 나아가 고립, 즉 인간적인 삶의 형식과 존엄성이 박탈당하는 수용소 같은 격리된 시설로 보내지거나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가는 경우이다. 물론 그러한 시설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살아 있지만 죽어있고 숨을 쉬고 있지만 숨을 쉴 수 없는 상태. 한 마디로 생물학적 생명만 살아있을 뿐 정신적 조난자가 되어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복낙원에서 실낙원으로 옮겨진 삶. 바로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homo sacre)이다. 어쩜 우리는 모두 잠재적 호모 사케르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러한 현실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기에 주변인들의 권유에도 요양원에 보내지 않는다. 어쩜 엄마 속으로 들어가 엄마의 눈과 감각으로 이 현실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 요양원에 보내지고 있는 요즘에도 차마 보낼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골수를 확 깨부수고 들어오는 ‘효’라는 깨우침의 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60아들이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엄마 나도 어렸을 적엄마가 주는 것은저렇게 맛있게먹었을까?   ‘사자소학’을 보면 “雪裏求筍(설리구순)은 孟宗之孝(맹종지효)라는 구절이 있다.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한 것은 맹종의 효도이고, 剖冰得鯉(부빙득리)는 王祥之孝(왕상지효), 얼음을 깨서 잉어를 잡은 것은 왕상의 효도이다“ 얼마나 지극한 효성인가. 혹한의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하고 얼음을 깨고 잉어를 구해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것. 엄마의 등에 업힌 뜨뜻한 등줄기에서, 심한 감기도 바로 낫게 하는 엄마의 품에서 혈연의 정을 느꼈던 시인은 아픈 엄마를 위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천리 길 마다 않고 구해서 드렸으리라. 그걸 받아 드시는 엄마에게 맛과 영양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효도’라는 최고의 고단백질 음식 앞에.   84엄마가 떠나시고미안하다는 말도사랑한다는 말도용서해달라는 말도한낱 부질없는 메아리가되었습니다.   “樹欲靜而風不止하고 子欲養而親不待니라“. 나무가 고요 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코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한시외전(韓詩外傳)》. 바람이 멈추지 않으니 나뭇가지는 흔들릴 것이고 부모님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나날이 늙어가며 기다려 주지 않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돌아가신 뒤에는 그 어떤 ‘미안’,‘사랑’,‘용서’등의 말과 표현도 부질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송강 정철의 훈민가를 떠 올려보자. '어버이 살아 계실 제 섬기란 다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닯아 어찌하리평생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홍영수 시인 치매를 앓다가 엄마가 돌아가셨다. 죽음이 배신자처럼 온 것이다. 누구든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것이지만 하늘이 무너지고 천지가 고통으로 다가오는 천붕지통(天崩之痛) 의 아픔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누구의 말처럼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고 생각하자. 孔子도 “삶도 아직 모르는데 하물며 죽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未知生焉知死)”라고 하지 않았던가. 잊으면서 기억을 해야 한다. <父母恩重經>의 “어머니의 가슴을 잠자리로 하고, 어머니의 무릎을 놀이터로 하고, 어머니의 젖을 음식으로 하고, 어머니의 정을 생명으로 삼는다.”는 구절을 떠 올리면서 눈을 감아본다.     새벽이다. 창문 너머로 동살 잡힌 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지금도 저 멀리 울려 퍼지는 한 울림의 종소리일 것이다. 시인의 ‘수상록’을 읽고 감상하면서 작고하신 필자의 어머니에 대한 파편화 된 기억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반추해 본다. 시를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하지 말자. 그냥 느끼자. 이재학 수상록 <엄마가 치매야>, 2019, 미디어저널.  글/ 시인 홍영수 jisrak@hanmail.net    
    • 포커스
    • 시사초점
    2019-10-20
  •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1:1 멘토링 프로그램
    부천시립상동도서관은 오는 10월 21일부터 2020년 3월 30일까지 도서관 상주 작가인 김명희 작가(문학가)와 함께 하는 「문학 멘토링」을 운영한다.     「문학 멘토링」은 신청자가 쓴 시, 소설 등을 상주 작가에게 직접 1:1로 멘토링 받는 프로그램으로 작가를 꿈꾸는 시민들에게 값진 기회이다.   프로그램 강사인 김명희 작가는 2006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시)로 등단하였으며, 2018년 중앙일보 수필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작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학창작 욕구를 고취하고 부천이 문학창의도시로서의 토대를 다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신청은 10월 14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상동도서관(032-625-4543)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한편, 부천시는 상동·동화·심곡도서관 등 3개 도서관이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작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문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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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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