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9-09-18(수)

고령박씨 종중재실 고택

여행은 일상에서 비대해진 감정을 분해하는 움직임 이라고 한다.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1.01 21:56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1.jpg 
2.jpg 
 조선 영조 때 공신 이었던 어사 박문수공은 암행어사로 많은 일화를 남긴 분이다. 그 일화들이 사극으로 소개된 적이 많아서인지 생소하지 않은 어사 박문수의 집안인 고령 박씨의 종중 재실을 찾아 갔는데, 고령 박씨 종중 재실은 천안시 동남구 북면에 있다. 7칸 규모인 안채와 5칸 크기의 사랑채의 한옥으로, 한옥 안채의 대청이 재실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바람은 차갑고 산 아래 덩그라니 앉아있는 한옥 주변은 썰렁 했지만, 기와를 덮은 흰 눈과 마당에 듬성듬성 쌓인 눈 풍경만은 정감어린 자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3.jpg   
4.jpg   
5.jpg  
6.jpg   
 고택 마당으로 들어가니 규모는 작지만 차곡차곡 얹힌 기와가 이룬 지붕의 곡선과 나무 쪽문, 창호지가 발린 문살이 한옥의 고운 선을 드러내고, 대청마루와 토방, 담벼락 모양들이 아기자기 하다. 겨울 하늘과 겨울나무, 마당 한편에서 자라다가 시들고 말라버린 풀들까지 쓸쓸함을 더해주는 한옥 마당 풍경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평온해진다. 고택의 한적함과 고요한 분위기가 가져다주는 안락함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듯하다.
       
7.jpg    
8.jpg   
9.jpg   
10.jpg   
11.jpg   
여행은 일상에서 비대해진 감정을 분해하는 움직임 이라고 한다.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냈지만 필시 그 안에서는 다른 계절을 준비 하며 꼿꼿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겨울나무와 빗장 잠긴 뒤 곁 쪽문, 샘이 말랐는지 아님 얼었는지  지금은 쓸 수 없는 우물 풍경이 발을 붙잡으며 생각을 머물게 하고, 고요 속에 스산한 느낌도 있지만 한옥 뒷마당의 움직임 없는 풍경이 무언의 위로를 주는 것만 같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12.jpg  
13.jpg   
14.jpg   
16.jpg
 
15.jpg 
  재실 안에는 박문수공이 사용했던 유품과 영정을 모시고 있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 그 분의 서신들을 분실했다가 수년 만에 회수된 일도 있어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을 떨칠 수밖에 없었다. 뒷마당 한편엔 이리저리 얽힌 듯 제 맘대로 자란 나무 가지들의 천연의 모습과, 오래 동안 만나지 못했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서 웃음이 배어 나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는데, 낯선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전하는 단아하고도 아련한 모습이다. 
  
17.jpg
 
 
 
 
 
 
18.jpg
  
19.jpg      
20.jpg   
 돌담 위에 쌓인 하얀 눈과 처마 끝에 가지런히 달린 고드름을 보며 문득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으로 시작되는 동요가 떠오른다. 풍경을 보며 번번이 동요가 생각나는 건, 유년기의 경험이 추억으로 마음속에 있다가 풍경 속에서 되살아나기 때문인 것 같다. 앞마당 쪽보다 뒷마당 쪽이 더 음지인지 눈과 얼음의 조화가 더 아름다워 뒤뜰과 골목길을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굴뚝의 그을음을 바라보면서 끼니때면 굴뚝 위로 피어오르던 연기를 회상해 보았다.
       
21.jpg    
22.jpg    
23.jpg  
종중 재실은 은석산 밑에 자리해서 은석산 산행 시발점이 되기도 하는데, 은석산 위에는 어사 박문수의 묘소가 있다. 돌아가는 길에는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병천순대로 유명한 병천에 들려 이름난 먹거리를 경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고령박씨 종중재실 고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