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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이발관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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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0.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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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 땅에서 살지 못하고

서울 변두리 소사에 백제의 깃발을 꽂았다

 

오직 먹고살기 위해 배워온 이발기술

그 기술이 그만의 한세상을 만들어

삼색의 사인볼처럼 돌고 돌아온 40여년

 

그 길이든 가위질로 세월을 깎는다

 

집들의 높고 낮음 없이

골목길에 맞대고 사는 사람들

 

수십년 도를 닦은 선승처럼

 

자꾸만 자라나는 욕심들 가위로 잘라주고

삐쭉삐쭉 솟은 마음 면도날로 밀어낸다

손으로 머리를 박박 문질러 허물까지

말끔히 씻어내 새 얼굴 만들어준다

 

한때는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아들에게 미안했지만

평생 어르신들 무료 이발봉사에

한쪽벽을 메꾸어가는 훈장들

 

궁남지 포룡정에 앉아있는 의자왕처럼

오늘은 나도 한번 푹신한 의자에 앉아

백제의 선승에게 머리를 맡겨본다

 

공산성신문10월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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