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0-21(목)

訪曹處士山居(방조처사산거)- 박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기념기획/ 홍영수 시인의 부천의 문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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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8.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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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지정 1주년을 맞은 2018년 10월부터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訪曹處士山居(방조처사산거)- 박순(1523~1589, 중종 17~선조 22)

仙家覺後疑 (취수선가각후의) 취해 자던 신선 집 깨어보니 의아하다

白雲平月沈時 (백운평학월침시) 흰 구름은 골 가득 메우고 달이 지는 새벽녘

然獨出林外 (소연독출수임외) 주인 몰래 혼자 나와 긴 숲길 벗어나니

筇音宿鳥知 (석경공음숙조지) 돌길에 지팡이 소리 자던 새에게 들켰네.


술 취한 후 희미하게 눈을 뜨니 너붓한 반석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으늑한 장면, 좋은 벗과 주거니 받거니, 달무리로 주안상 차리고, 솔잎 향 몇 방울 술잔에 떨어뜨리며 명지바람에 실려 온 실솔(蟋蟀) 울음소리로 세속의 찌든 귀 헹구면서, 맴도는 흰 달빛도 초대한 깔축없는 분위기에 실컷 마시고 쓰러졌다. 깨어보니 너부러져 있는 술상 앞에 주인은 쓰러져 코를 골고 주변을 살펴보니 골을 메운 흰 구름 雲海를 이뤘다. 밤새도록 마신 달도 취해 서녘으로 어슷하게 비틀거릴 무렵 미안한 마음에 슬며시 일어나 숲길 나서는데 돌길에 그만 지팡이 소리가 난다. 아뿔사! 잠자던 새에게 들키고 말았다. 상영소견(觴詠消遣), 어찌 벗과 자연과 술잔 기울이며 시 한 대접 선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자의 자연에 대한 관조, 곰살궂은 마음씨, 익살미의 宿鳥知에서 순수를 읽는다. 박순은 숙조지선생(宿鳥知先生)’이라는 별호를 얻는다.

 

300년 후,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 (Claude Achille Debussy)는 결곡한 대학자 박순에게 헌정하듯 곡 하나 짓는다. ‘달빛’(Clair de lune)‘이다. 그는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않고 단지 느끼게 한다. 바로 분위기 음악이다. 베를렌느의 시 달빛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위에 선정되기도 한 곡이다. 知音의 벗과 달빛 친구 삼아 이슥토록 술잔 기울일 때, 적요가 적요롭게 숲에 내려앉을 때, 나뭇잎 사이를 타고 흐르는 곡 달빛’, 몽환적 운율의 우주성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달빛이 내게 와서 빛나는 것일까.

내가 달빛 속에서 달이 된 것일까.

잡을 수 없는 신비로움

애매한 윤곽, 모호한 선에 핀

인상주의 모네와 르누아르

드뷔시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묘함으로 흐르는 멜로디

말하려 하지도 않고 느끼게 할 뿐

달빛의 몽환

꿈속의 달빛.

-필자의 드뷔시 <달빛>에 대한 斷想-

  

시인. 문학평론가 홍영수jisrak@hanmail.net 

음악듣기/드뷔시-달빛

https://www.youtube.com/watch?v=zpIgoy3Q1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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